[논설실의 서가] 마약 통해 한국 근현대사를 본다

박영서 2021. 11. 2.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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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사회에선 가정상비약으로 쓰였지만 지금은 사회악이 된 마약을 통해 한국 근현대사를 되짚어보는 책이다.

한국 사회 변화에 따라 마약이 범죄의 영역으로 들어가고 통제되어간 과정을 탐구했다.

1980년대가 되자 필로폰이 한국 사회에서 주요한 마약류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한국에서 마약은 국민의 건강과 위생 문제로 다뤄지기보다는 정치·경제·사회적 현안들과 깊이 연동돼 이해돼왔다고 저자는 규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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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의 사회사 조석연 지음 / 현실문화연구 펴냄

전통사회에선 가정상비약으로 쓰였지만 지금은 사회악이 된 마약을 통해 한국 근현대사를 되짚어보는 책이다. 한국 사회 변화에 따라 마약이 범죄의 영역으로 들어가고 통제되어간 과정을 탐구했다. 마약의 해독이 인지되기 시작한 개항기부터 피해가 확대된 일제강점기, 마약이 만연됐던 해방공간과 자유당 집권 시기, 통제를 강화했지만 뿌리를 뽑지 못했던 군사정부 시절, 마약류 소비의 계층과 범위가 점차 다양해진 1980년대까지 시대별로 '마약의 사회사'를 살펴본다. 동시에 마약의 정의가 어떻게 달라져왔는지도 추적한다.

전통사회 조선에서 양귀비가 원료인 아편은 농가의 약재로 이해됐다. 청나라가 아편전쟁으로 인해 피해를 입는 모습을 지켜본 조선은 아편 수입을 금지하면서 그 사용에 대한 처벌 규정도 제정했다. 하지만 민간의 전통적 인식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일제강점기가 되자 한반도에는 수많은 중독자가 생겨났다. 한반도가 일제의 아편 공급지가 된 탓이었다. 해방이 되자 일본인들이 남기고 간 생아편과 모르핀이 사회에 유통되면서 사회문제를 낳았다.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마약 문제는 심화됐다. 한국에 주둔한 외국병사들의 마약 사용과 기지촌 여성들의 중독 문제가 부각된 것이다.

1961년 군사정권이 들어서자 마약을 강력하게 단속했다. 하지만 마약은 좀처럼 근절되지 않았다. 1965년 제약사들이 판매한 해열제와 비타민제에 합성마약인 '메사돈'이 포함돼 있고, 일부 정치인이 이를 묵인했다는 사실이 밝혀져 큰 논란이 일기도 했다. 1970년대에는 대마초 사용이 급격히 늘어났다. 1980년대가 되자 필로폰이 한국 사회에서 주요한 마약류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책은 검찰청, 국과수 등의 국가기록과 민간인 구술 채록 등 뿔뿔이 흩어져 있는 마약에 관한 자료를 모아 이를 바탕으로 엮어졌다. 읽는 재미가 쏠쏠할뿐만 아니라, 한국 근현대사에서 가려져 있던 분야를 새롭게 조명해볼 기회를 제공한다. 저자는 "마약은 의학 용어가 아니라 법률 용어에 가깝다"고 지적한다. 어디까지가 '진통제'인지, 어디까지가 '마약'인지는 국가와 사회의 필요에 따라 정해졌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마약은 국민의 건강과 위생 문제로 다뤄지기보다는 정치·경제·사회적 현안들과 깊이 연동돼 이해돼왔다고 저자는 규정한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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