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보험 적용 코앞..배달대행업체 아직 '라이더 이름도 몰라'

박태우 2021. 11. 2.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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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업체에 보험 관련 신고의무 부과
플랫폼 현황파악 안되고 실명도 파악못해
지난 1일 낮 한 배달기사가 서울 마포구의 한 도로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음식배달·퀵서비스·대리운전 기사 등 플랫폼노동자도 고용보험 가입대상으로 포함하는 개정 고용보험법이 시행이 두달 앞으로 다가왔다. 이에 따라 노무제공플랫폼사업자(플랫폼업체)는 내년부터 플랫폼노동자의 피보험자격 신고와 월 보수액을 신고해야 하는데, 신고해야 하는 플랫폼업체들 사이에서 ‘준비가 덜됐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배민커넥트(또는 라이더스)·쿠팡이츠·요기요익스프레스 등 대형 플랫폼업체가 아닌 영세한 지역배달대행업체는 이제서야 배달기사들의 ‘실명’을 확인하는 형편이다.

고용노동부와 근로복지공단, 복수의 플랫폼업체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노동부와 공단은 최근 플랫폼업체들을 만나 플랫폼노동자들의 고용보험 가입을 위한 각종 지침을 전달했다. 내년 1월1일부터 시행되는 개정 고용보험법은 플랫폼노동자의 ‘보수액’을 알고 있는 플랫폼업체에 사업주를 대신해 고용보험 피보험자격과 월평균보수액(전체 보수에서 경비를 제외한 금액)을 신고할 의무를 부과한다. 고용보험료는 사업주와 플랫폼노동자가 월평균보수액의 0.7%씩을 납부한다.

음식배달·퀵서비스·대리운전 업계는 호출이 중개되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플랫폼업체’와, 해당 프로그램을 사용하면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노동자와 계약을 맺는 업체가 따로 있는 경우가 많다. 음식배달플랫폼을 예로 들면, 생각대로·바로고·부릉이 ‘플랫폼업체’이고, 이들의 프로그램을 사용해 플랫폼노동자와 노무제공계약을 맺는 ‘지역배달대행업체’의 관계다. 플랫폼노동자에게 ‘보수’를 실제로 지급하는 고용보험법상 사업주는 지역배달대행업체지만, 고용보험 가입과 보험료 납부에 관한 의무를 플랫폼업체에게 부과한 것이다.

문제는 영세한 지역배달대행업체의 경우 고용보험 가입에 필요한 플랫폼노동자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등의 정보를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지역배달대행업체들은 배달기사들과 서면계약을 체결하지 않는 경우가 숱해, 이제서야 배달기사들의 ‘실명인증’을 하고 있는 실정이라 한다. 아울러 이 업종이 관청에 별도로 신고해야 하는 업종이 아니어서, 노동부와 공단이 ‘플랫폼업체’가 몇 개인지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공단은 현재까지 음식배달 플랫폼을 모두 62개 파악했는데, 이 업체들이 전부인지도 확실치 않다. 한 배달대행 플랫폼업체 관계자는 “소득이 드러나는 것을 원치 않아 실명을 사용하지 않은 기사님들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안다”며 “업체 사이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고용보험 가입 의무를 지키는 회사가 그렇지 않은 회사에 비해 불이익을 받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플랫폼업체마다 노무제공방식이나 계약형태가 다르다보니 ‘단기노무제공자’의 범위를 어디까지 할지도 쟁점이다. 단기노무제공자 인정 범위에 따라 각 플랫폼업체들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도 큰 차이가 있을 전망이다.

고용보험법은 한 사업장에서 받은 월 보수액이 80만원 미만일 경우 가입대상이 아닌 것으로 규정하지만, 노무제공계약 기간이 1개월 미만인 ‘단기노무제공자’는 보수액과 관계없이 고용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 배민커넥트는 약관상 배달기사와의 계약기간이 1개월로 정해져있고 자동 연장되지만, 이와 유사한 쿠팡이츠 배달파트너는 명시적인 계약기간이 약관에 존재하지 않는다. 둘다 ‘일반인 배달’을 지향해 ‘부업’ 배달기사들도 상당수 있는데, 약관상 계약기간이 길거나 없다는 이유로 ‘단기노무제공자’에서 제외돼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못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고, 업체 차원에서는 사업주분 고용보험료를 납부하지 않아도 되는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이에 대해 노동부 관계자는 “각 업체의 약관 등을 충분히 검토해 단기노무제공자 적용 등에 관한 정책방향을 결정할 예정”이라며 “시행까지 남은 동안 차질없이 준비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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