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난화로 여름철 폐사 반복되자 아열대종으로 교체 나선 어민들 [현장에서]

권기정 기자 2021. 11. 2.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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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지난 10월 27일 국립수산과학원 관계자들이 대체 양식 어종인 바리류 시험양식장에 대한 현장점검을 하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 제공


“온난화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제 아열대어종으로 바꾸는 게 수익면에서 더 나을 수 있습니다.”

지난달 27일 전남 여수시 금오도 시험양식장. 국립수산과학원 남해수산연구소가 개최한 ‘고수온 대응 대체 양식어종 개발 현장간담회’에 수협조합장과 양식어민 등 20여명이 참석했다.

수산과학원은 이 자리에서 대왕자바리와 대왕붉바리 등 아열대성 어종 2종에 대한 양식기술과 지금까지 수행한 연구성과를 소개했다.

수산과학원은 “올해 4월 250g짜리 대왕자바리를 금오도 시험양식장에서 키운 결과 여름철 고수온에도 폐사하지 않고 현재 800~1400g으로 성장했다”며 “이 정도면 출하할 수 있는 크기”라고 밝혔다.

이날 소개된 어종은 아열대성 바리류와 연근해 바리류의 교잡바리다. 대왕자바리는 동남아시아 어종인 대왕바리와 제주도·전남 거문도에서 서식하는 자바리(다금바리)의 교잡종이다. 대왕붉바리는 대왕바리와 제주·남해안에서 서식하는 붉바리의 교잡종이다. 교잡바리는 35도의 고수온에서도 폐사하지 않고 28도에서는 오히려 빨리 성장해 1년 안에 상품크기인 1㎏까지 성장한다. 넙치, 강도다리, 조피볼락(우럭)을 대체할 수 있는 어종이라고 소개됐다.

10월27일 전남 여수시 금오도 시험양식장에서 열린 ‘고수온 대응 대체 양식어종 개발 현장간담회’에서 국립수산과학원 관계자들이 아열대성 어종을 어민들에게 소개하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 제공


여름철 고수온으로 인한 양식어류 폐사는 심각한 수준이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해양수산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2018~2021년 고수온·적조로 폐사한 양식물 피해액은 655억여원에 달한다. 수온이 28도에 도달하기 1주일 전 발령되는 고수온관심단계도 올해는 지난해에 비해 3주 일찍 발령됐다.

수산과학원은 여름철 고수온으로 인한 폐사가 해마다 발생하자 2016년부터 대체어종으로 교잡바리류의 종자생산과 양식기술·방법 등을 연구했다. 대왕자바리와 대왕붉바리는 지난해 양식기술 개발에 성공해 현재 충남 태안과 전남 무안 등 2곳에서 양식 중이다.

태안에서 키운 바리류는 서울·경기 지역에 판매되고 있다. 무안에서는 종자만 생산해 제주로 보내고 제주에서 키워 판매 중이다. 대왕자바리는 ㎏당 3만~3만5000원, 대왕붉바리는 ㎏당 2만~2만5000원에 팔리고 있다. 콜라겐 함량이 높다는 게 특징이다. 아열대종인데도 불구하고 살이 단단해 횟감으로 즐길 때 식감이 좋다.

남해안의 대체 양식 어종으로 떠오른 대왕자바리. 아열대종인 대왕바리와 연근해종인 자바리(다금바리)의 교잡종이다. 국립수산과학원 제공


어민들은 남해안에서 특화할 수 있는 어종으로 될 수 있다고 보고 현장 보급을 요청하면서도 판로를 걱정했다. 한 어민은 “힘들여 키웠는데 폐사하고 정부의 지원을 받아 복구하는 일을 반복하기 보다는 제대로 키워 제대로 출하할 수 있는 아열대성 어종으로 전환할 때”라면서도 “고부가가치 상품이 될 것 같기는 한데 비싸게 키워서 못파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수산과학원 관계자는 “대량 생산보다는 소량생산, 소량출하 등 맞춤형 출하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기정 기자 kw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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