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공동체를 달구는 가을축제 옥토버페스트

한겨레 2021. 11. 2. 16:0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휴심정] 박성훈의 브루더호프 이야기]

일터로 향하는 언덕 길을 지나는데 어디선가 달고나 뽑기 같은 맛있는 냄새가 나 언덕 위를 쳐다보니 범인은 카쓰라 나무(침나무)였네요. 카쓰라 나무는 가을이 되면 나뭇잎이 노랗게 변하면서 설탕이 타는 달콤한 냄새를 진하게 풍깁니다. 해마다 가을이 되면 카쓰라 나무 옆을 지나면서 어릴 적 골목길에서 자주 했던 달고나 뽑기를 생각하며 군침을 흘리며 지나갑니다. 그래서 올해는 공동체에서 열리는 옥토버페스트(Oktoberfest) 가을 축제 한 코너에 달고나 뽑기 챌린지를 넣었습니다.

옥토버페스트는 독일 뮌헨에서 시작된 세계 최대 규모의 민속 축제로 1810년 10월 12일에 루드비히 왕자와 테레제 공주의 결혼식으로 시작되었습니다. 모든 마을 사람들이 성문 밖의 들판에서 열리는 축제에 참석하도록 초대되었고 축제가 너무나 성공적이어서 바이에른 왕실은 국민들의 요청에 따라 다음해에도 축제를 다시 열기로 하면서 옥토버페스트가 시작되어 오늘 날에는? 700만의 사람들이 모이는 성대한 민속 축제가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이날 독일의? 전통 의상을 입으면서 독일 맥주와 소시지, 프레즐 등을 맛보며 여러가지 이벤트에 참여합니다.

저희 공동체도 해다마 10월이 오면 풍요로운 가을의 추수를 감사하며 옥토버 페스트를 열어 함께 기쁨을 나누는데 올해는 두번에 걸쳐 옥터버페스트를 열었습니다.

첫째날 공동체 광장으로 가니 트렉터에 달린 트레일러에 짚단을 놓아 숲을 돌며 가을 풍경을 맛보는 헤이라이드가 우리를 기다립니다. 이제 돌을 넘긴 꼬마들도 엄마 무릎에 앉아 헤이라이드를 즐기며 따사로운 가을 햇살을 즐기며 단풍진 풍경을 만끽합니다. 꼬마 기차도 어린 손님들을 태우고는 마을 한 바퀴를 열심히 돕니다.

잔디밭에는 짚단으로 미로를 만들고 그 위에 커다란 천막을 덮어 길을 찾아 가는 헤이 메이즈(Hay maze)가 어린 아이들에게 인기 짱입니다. 얼마나 빨리 길을 찾아 나오는지 저도 한번 해보고 싶군요. 한쪽에선 나뭇잎과 들풀로 꾸민 멋진 왕관을 만들어 아이들과 엄마들이 가을 분위기를 물씬 풍기네요. 그 옆에는 잭오랜턴 만들기 대회가 열려 아이들과 아빠들이 밭에서 방금 수확한 밝은 오렌지빛 호박을 열심히 파내는데 아이디어가 다들 기발합니다.

잭오랜턴 대회장 옆에는 가을 냄새가 물씬 풍기는 사과 바구니와 밀집모자, 짚단, 트렉터를 놓아 사진을 찍는 코너를 마련해 아이들, 젊은이들, 할아버지 할머니 할 것 없이 인기가 만점입니다. 올해 우리 공동체에는 쌍둥이들이 세 쌍이나 있어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아이들을 양쪽에 안고 사진을 찍는 모습이 미소가 절로 지어집니다.? 개구장이 아이들도 재미있게 폼을 잡고 저도 아내와 함께 찰칵!? 멋진 가을 풍경을 담았습니다.

올해는 특별히 어린 아이들을 위해 피냐타가 준비되었습니다. 피탸타는 멕시코에서 축제나 생일등 축하하는 자리에서 종이나 도자기로 만든 인형 안에 아이들이 좋아하는 사탕이나 과자를 잔뜩 넣고 나무에 매달아 막대기로 인형을 쳐서 깨뜨리는 놀이입니다.

여기 저기에 잭오랜턴, 물고기, 무당벌레, 코로나 바이러스 모양의 피냐타가 나무에 걸리어 아이들이 신나게 막대기를 휘두르니 드디어 피냐타가 깨어지고 사탕이 우루르 쏟아져 나와 아이들에게 기쁨을 한아름 선사합니다.

여기저기 구경을 다니니 배가 슬슬 고파 옵니다. 사람들이 몰려 있는 곳에 가보니 상큼한 사과에 달달한 카라멜 소스를 덮은 카라멜 사과가 준비되어 있네요. 카라멜은 공동체에서 기르는 젖소에서 나온 크림을 가지고 자매들이 직접 만든 것으로 부드럽고도 질리지 않는 깊은 단맛이 나는 것이 약간 신맛의 사과와 찰떡 궁합을 이루어 시중에서 판매하는 카라멜 소스와는 비교할 수가 없을 정도로 맛이 환상적이네요.

카라멜사과 옆에는 옥토버페스트에서 가장 중요한, 형제들이 제일 좋아하는 수제 맥주 코너가 있습니다. 조와 알렌 형제가 다른 공동체에서 수제 맥주를 만드는 제프 할아버지에게서 비법을 전수받아 몇 년 전부터 수제 맥주를 만들고 있는데 이제는 맥주 만드는 실력이 제법입니다. 저도 몇 년 전부터 수제 맥주 만드는 것에 관심을 가지면서 한번 시도해봐야 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한 발 늦고 말았네요. 오늘 이 형제들이 선보인건 옥터버페스트 비어와 IPA 비어입니다.

옥터버페스트 비어는 냉장고가 없던 시절 여름에 맥주를 제조하면 맥아 식초로 쉽게 변하기 쉬워 이른 봄에 맥주를 만드는 메르츤비어를 맛이 더 가기 전에 빨리 마시기 위해 옥터버페스트에 마케팅 전략으로 이름 붙여진 것이 이제는 세계 최대의 맥주 축제인 옥터버페스트를 대표하는 맥주가 되었습니다. 맥아와 홉의 함유량이 많아 일반적인 필스너 맥주보다는 맛이 좀 진하고 몰팅을 오래한 맥아를 주로 쓰기 때문에 색깔도 밝은 갈색을 띄는데 맛을 보니 약간 쌉살한 맛이 쌀쌀한 이 가을에 먹기 딱 어울리는 맛이네요. 옥터버페스트 비어 정말 마음에 듭니다.

IPA비어는 에일 맥주의 한 종류로 에일 맥주는 라거 맥주와 달리 효모와 부유물이 위에 떠있는 방식으로 만드는데 씁슬하고 강한 맛이 나며 색이 짙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기네스도 에일 맥주중의 하나입니다. 그중 IPA는 19세기 인도로 맥주를 보낼 때 상하지 않도록 홉을 잔뜩 넣은데서 유래하였습니다.?탄산이 비교적 약하고 홉에서 비롯된 쓴맛이 강하지만 홉의 향이 잘 살아납니다. 매우 쓴맛 때문에 맥주 매니아들이 열광하는 맥주 중 하나인데 평소 맥주를 잘 먹지도 못하던 제 아내도 알렌의 IPA 맛에 반해 버렸습니다.

맥주와 함께 팀할아버지가 만든 독일 정통 수제 소시지로 배를 든든히 했습니다. 팀 할아버지는 평생 독일 수제 소시지를 만드셨는데 할아버지가 만든 소시지를 한 번 맛본 사람들은 그 맛을 잊지 못합니다. 최근에는 사슴 고기에 할리피뇨 고추를 첨가해 매운 맛이 나는 소시지를 만들었는데 저와 우리 아이들 뿐만 아니라 평소에 소시지를 안 먹던 한국 손님들도 그 맛에 반하고 말았습니다. 지난 여름 캠핑때에는 우리 옆에서 캠핑하는 사람들에게 팀 할아버지의 소시지를 나누어 주었더니 자기가 온갖 고기를 다 먹어 보았는데 이렇게 맛있는 소시지는 처음 본다며 좋아해 저도 모르게 할아버지가 자랑스러워 집니다. 할아버지에게 독일 소시지 만드는 것을 배우는 것도 제 버킷리스트 중에 하나입니다.

오늘의 하이라이트는 디저트 코너입니다. 오늘은 집집마다 자매들이 디저트를 만들어 가지고 오는 포트락(pot-luck) 디저트를 열었습니다. 모두들 이 코너에 관심이 제일 많은 듯 합니다. 테이블에 놓인 온갖 종류의 디저트를 보는 것만으로도 군침이 돕니다. 계절이 가을인 만큼 호박, 사과 크랜베리를 넣어 만든 케잌이나 파이가 많군요. 그중 제 눈길을 끄는 것은 캐런이 만든 라임 파이입니다. 평상시 단걸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캐런이 만든 라임 파이는 달지 않으면서 상큼한 라임 맛이 풍미를 더하는 것이 눈 깜짝할 사이에 다 먹어버렸네요. 제 아내도 유빈이도 캐런의 라임파이 맛에 반해 버려 우리 가족이 캐런의 파이를 반 이상을 먹어 버렸네요. 맛있는 디저트로 첫째날 옥터버페스트는 끝이 났습니다.

오늘은 옥터버페스트 둘째 날입니다. 오늘은 몇 년간 학교 아이들이 나무를 자르고 치질하고 대패질하면서 새 동물농장을 만들기 위해 준비한 해 온 것을 보여주는 행사로 막을 열었습니다. 그동안 아이들의 땀이 배어 있던 재목들이 이제는 제법 건물 골격을 이루어 멋지게 세워졌네요.

아이들의 행사를 격려하기 위해 저희 가족도 한국 배와 한국 만두를 협찬했습니다. 오늘은 만두를 에프타이저로 튀겨 주었는데 모두들 맛있어 하며 너무 많이 집어 먹어 결국은 나중에 메인 요리가 나올 때는 손도 못 대었다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네요.

군만두 옆에는 달고나 뽑기 챌린지코너가 열렸습니다. 어릴 적 집에서 쓰던 국자를 태워 먹으며 뽑기를 만들던 기억도 떠올리며 아내는 행사 일주일전부터 자매들 몇 명과 함께 달고나를 미리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10년전 영국 공동체에 살 때 젊은 청년들을 위해 몇 개의 달고나를 만들어 본적은 있지만 350명을 상대로 달고나 뽑기 행사를 하니 미리 만들어 준비하는데 만드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은 모양입니다. 제가 큰 냄비에 설탕을 가득 넣어 한꺼번에 만들어 찍어내면 되지 않냐고 하니 아내가 모르는 소리 말라며 황당해 합니다. 처음엔 달고나가 색이 갈색이 되어 탄 맛이 나 인터넷을 뒤져보니 황설탕과 흰설탕을 섞어 사용하라는 팁을 발견해 설탕을 섞어 사용하니 예쁜 노란색이 나면서 어릴 적 길가에서 뽑기 아저씨가 해주던 똑 같은 맛이 납니다. 또 소다를 너무 적게 넣으면 사탕처럼 딱딱하게 되어 버리고 너무 많이 넣으면 달고나가 너무 부풀러 누르개에 달라붙거나 색이 갈색이 되기 쉬워 여러 번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아내가 애를 먹는 동안 함께 달고나를 만들던 캐롤린은 만드는 법을 쉽게 터득해 맛있는 노란 달고나를 척척 만들어 내는 것이 한국에서 달고나 만들기 아르바이트를 해도 될 것 같습니다.

드디어 옥터버페스트에 달고나 챌린지 코너가 열렸습니다. 달고나를 만드는 자매들은 내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얼굴에 한국 태국기를 그려 놓고는 싱글벙글 열심히 달고나를 만듭니다. 할아버지, 할머니, 엄마들 아이들 할 것 없이 ‘이것이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하며 호기심에 와서 구경하고 달고나를 맛봅니다. 자매들이 뽑기하는 방법을 설명해주며 뽑기를 성공한 사람들에게 조그만 초코렛을 나누어 준다고 하니 아이들이 신이 나서 도전합니다. 한쪽에선 아주 조심스럽게 손으로 별 모양을 잘라내고 어디서 봤는지 달고나를 해를 향해 비추어 뒤어 침을 발라 달고나 조각을 떼어놓는 등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재미있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인 마셀라는 재미가 붙었는지 제가 보는 것만 해도 벌써 여섯번을 시도해 매번 초콜렛을 가져가면서 친구에게도 비법을 가르쳐 주는 것이 참 귀엽습니다.

달고나 챌린지 코너 옆에는 한국배 무게를 알아 맞추는 코너가 있습니다. 지난 1년간 배나무가 잘 자라주어 드디어 배를 수확했는데 몇 개의 배가 정말 제가 보기에도 어마 어마하게 크게 자랐네요. 혼자만 보고 먹어 버리기에는 너무 아까워 그중 가장 큰 것 4개를 골라 배의 무게를 알아 맞추어 가장 근사치를 맞추는 사람에게 맞춘 배를 상품으로 주는 코너입니다. 모두들 얼굴만한 배를 보고는 놀라워하며 아이, 노인들 할 것 없이 상품을 타고자 열심히 정답을 써냅니다.

새로 지은 동물농장 앞에는 필 받은 사람은 누구나 앞에 나와 노래할 수 있는 무대가 준비 되어 있습니다. 먼저 학교 아이들이 그동안 연습해온 노래를 들을 선보이자 청년 몇 명도 포크송을 멋지게 부릅니다. 베이즐리 남매 가족도 아이들과 신나게 노래를 부르는 것이 참 보기 좋습니다. 그러나 오늘의 하이라이트는 형제들이 지난달 아흔 다섯 살의 생신을 맞으신 마릴리스 할머니와 함께 나와 할머니가 작곡한 노래를 부르는 것 이었습니다. 할머니는 천재적인 음악가로 공동체의 많은 노래들을 작곡했고 노래 하나하나가 제 마음에 깊은 울림을 주어 평소 할머니의 노래를 참 좋아해 자주 부릅니다. 할머니는 음악뿐 아니라 아이들에 대한 사랑과 열정도 대단해? 지금까지 새로 태어나는 아이들을 위해 손수 양말과 담요를 만들어 선물해 왔습니다. 형제들과 함께 노래를 부르는 할머니의 모습에 가슴이 뭉클해 옵니다.

할머니의 노래가 끝나자 드디어 한국배 무게 알아 맞추기 시상식이 왔습니다. 저와 공장에서 함께 일하는 시므온이 함께 사회를 봅니다.? 먼저 시므온이 내게 어떻게 하면 배를 이렇게 크게 키울 수 있냐고 비법을 묻습니다. 내가 매일 아침 배 밭에 가서 잘 자라도록 기도하고 노래하고 춤을 추면 된다고 하자 모두들 함박 웃음을 터뜨립니다.

먼저 4등에는 초등학교 6학년인 쿠퍼가 맞추었습니다. 3등에는 시므온 형인 댄의 이름이 불리자 시므온이 어떻게 댄에게 이런 일이 일어 날 수 있냐며 놀리자 모두들 웃고 난리입니다. 2등에는 쿠퍼의 친구인 대니얼이 맞추었습니다. 대니얼은 지난 여름 근처 복숭아 밭에 갔다가 우리 가족이 흰 복숭아를 좋아한다는 말을 듣고 흰 복숭아를 한아름 따서 가져와서는 가을에 한국 배를 수확하면 꼭 달라며 주고 갔습니다. 한국 배를 정말로 좋아하는 대니얼이 당첨되자 대니얼도 대니얼 엄마 아빠도 그리고 나도 너무나 기뻤습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크고 무거운 배의 무게가 발표되었습니다. 배의 무게는 2.525파운드(약 1.15kg)로 2.505 파운드를 써낸 애니 할머니의 이름이 불리우자 모두들 큰 환호 소리를 내며 축하해 줍니다. 못 맞춘 사람들을 위해 한국 배와 다른 과일들이 디저트로 준비되어 있다고 하니 다들 좋아합니다. 이렇게 해서 내년을 기약하며 올해의 옥터버페스트가 성황리에 막을 내렸습니다.

글 박성훈/미국 부르더호프공동체 메이플리치 거주.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