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고궁박물관 '인사동 출토유물 공개전'..구텐베르크보다 16년 앞선 조선 금속 활자 본다
1434년 금속활자 '갑인자'
세종시절 시계 '일성정시의'
화약무기 '승자총통' 등
유물 총 1755점 일반 공개
문화재청 국립고궁박물관과 재단법인 수도문물연구원이 '인사동 출토유물 공개전'을 3일부터 12월 31일까지 고궁박물관 1층 기획전시실 Ⅱ에서 연다. 이 곳에서 출토된 소승자총통 제작연도인 1588년 이후 430여년간 땅 속에 묻혀 있다가 세상에 나온지 5개월 만에 국민에 공개된다.
김인규 국립고공박물관장은 "이번 유물들은 최초 사례가 잇달아 주목받아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전시를 준비했다"고 밝혔다.
특히 훈민정음이 창제된 15세기에만 제한적으로 사용됐던 동국정운식 표기법을 쓴 금속활자 실물이 처음 확인됐다. 동국정운은 세종의 명으로 신숙주, 박팽년 등이 조선한자음을 바로잡기 위해 간행한 우리나라 최초의 표준음에 관한 운서(韻書)다. 중국 한자음 표기에 ㅭ, ㆆ, ㅸ 등이 사용된 것이 확인됐다.
조선 전기 가장 널리 쓰였던 갑인자는 1434년(세종 16년) 경연에 있던 '효순사실(孝順事實)' 등 서책의 글자를 자본(字本)으로 삼고, 부족한 글자는 수양대군(세조)이 모사한 글자로 보충해 만든 20여 만자 금속활자다. 출토된 갑인자 중에서 '火'(화)·'陰'(음) 두 글자는 갑인자로 찍은 고궁박물관에 소장된 보물 '근사록(近思錄)'(1435)과 대조하면 꼭 맞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서양 최초 금속활자 발명가인 구텐베르크의 인쇄시기(1450년께)보다 16년 앞선 시기 활자다.
을해자(1455년) 활자는 서울역사박물관이 소장한 보물 '능엄경'(1461)과 맞고, 을유자(1465년) 활자는 호림박물관 소장 보물인 '원각경'(1465년)에 찍힌 글자로 확인된다. 특히 을유자 활자는 한글 조사인 '하여'를 두글자로 함께 찍었다는 점을 보여줘 흥미롭다.
관람객들이 손톱만한 한자 금속활자를 더 잘 볼 수 있도록 유리에 세워서 활자 앞뒤를 확인할 수 있게 했다. 또 곳곳에 확대경과 사진을 담은 휴대용컴퓨터를 비치해 어린이들도 관람이 용이하다. 전체 맥락을 주조를 담당했던 '주자소 현판'과 조선 시대 활자 주조의 연혁이 적혀 있는 '주자사실 현판'도 함께 전시돼 금속활자의 의미를 함께 파악할 수 있다.
조선 전기 과학기술을 알려주는 유물 중에서는 시계 '일성정시의(日星定時儀)' 고리가 주목된다. 1437년 세종의 명으로 제작된 주야겸용 시계로 중국에서 전래된 혼천의와 간의의 기능을 향상시키고 더 작게 만들었다. 낮에는 해 그림자, 밤에는 별을 관측해 시간을 측정했다고 기록됐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실물이 출토됐다. 시계 사용법을 알기 쉽게 고궁박물관이 소장한 해시계 '소일영'(小日影)도 함께 전시했다. 소일영은 눈금표가 새겨진 둥근 고리와 받침대, 석제 받침대로 구성되고 이번 전시를 위해 준비하다가 석제에 영조의 시가 새겨진 것도 처음 확인됐다. 이밖에도 직사각형에 일정한 간격으로 구멍이 뚫려 있는 자동 물시계 부속품 '일전(一箭)'도 있다. 자동물시계의 작동원리를 소개하는 영상도 함께 보면 좋다.
제작 연대가 확실한 화약무기인 승자총통(1583년) 1점과 소승자총통(1588년) 7점도 전시됐다. 이 총통에 제작한 장인의 이름, 제작 연도, 총통의 무게와 화약량 등이 새겨진 것도 보인다. 제작 연도(1535년)가 적혀진 동종(銅鐘) 파편과 정륭원보, 조선통보 등 금속화폐도 볼 수 있다.
이번 전시는 인사동 발굴 참여자의 생생한 영상도 담았다. 또 음악가 박다울 씨가 이번 전시를 위해 출토 유물과 유적의 의미를 담은 곡을 직접 작곡해 전시장에 함께 흘러나온다. 이해를 돕는 다양한 자료가 유튜브와 누리집에 추가로 공개될 예정이다.
[이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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