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SW업계 표심

김현민 2021. 11. 2.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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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엔 관심도 없고 기대도 없이 살아온 인생이지만 정치적인 언급을 해보고자 한다. 어릴 때 다들 없이 살던 기억만 있었는데 학업을 마치고 취직하고 사회생활을 해보니 우리나라가 G7 국가 대열에 들었고, 국내총생산(GDP) 3만달러 국가로 비약한 점이 대단하다. 70여년 전 일본의 식민지이던 한국이 짧은 기간에 이 정도 잘사는 나라가 된 것은 정말 기적이라고 할만하다. 관점에 따라 다를 수는 있겠지만 옛날 당파싸움과 사대부 논리에 꽉 막혀 있던 암울한 시기를 지나 가장 중요한 시기에 한국인의 강점 위에서 지도자의 구국 결단이 어우러져 이런 결과를 우리 후손이 누리고 있다고 본다.

당시 온갖 정치인·정당이 극구 반대한 경부고속도로, 제철회사 등 여러 부정 논리를 무릅쓰고 큰 결단을 단행한 구국의 지도력 덕분이 아닌가 싶다. 이미 역사는 순간의 무난함이라는 논리로 이끄는 지도자보다는 살신성인의 마음으로 구국의 결단을 시행한 분에게 훗날 칭송을 보내게 되는 것 같다. 지금 시대를 살아가면서 욕심이겠지만 아쉽고 안타까운 몇 가지를 소프트웨어(SW)업계 분들과 대화를 통해 끄집어내고자 한다. 십수 년부터 “SW가 세계를 지배한다!”라는 외침이 지금은 현실이 됐고, 앞으로 SW가 성장의 핵심이라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게 됐다.

좀 엉뚱한 관점으로 국내 SW 현실을 보면 우리나라가 물리적으로는 독립 국가이고 민주주의 국가이지만 정보기술(IT)적으로는 미국 등 IT 선진국의 식민지 국가가 되는 듯해 한편 안타깝고 허망한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세계는 SW를 근간으로 하는 패권 경쟁이 치열한 와중에 우리나라의 IT, 즉 SW 시장의 현실은 암울하다.

메타버스·인공지능(AI)·빅데이터 등 선진국이 공격적으로 신기술을 제시해서 주도해 나가고 있는데 우리는 허둥대며 구색 갖추기와 따라 하기에 바쁘고 흉내 내기에 급급하다. 기존 자동차, 제조 등 회사가 만들어 내는 가치와 창의적이고 선진화된 기술 및 서비스를 만들어 내는 회사의 가치는 비교 불가임을 확인했고, 이는 곧 그 나라의 국부로 이어짐을 우리는 너무나 분명히 느꼈고 또한 인지하고 있다.

몇 해 전 'SW 중심사회'라는 멋진 문구를 만들어 낸 우리나라에 감사하지만 아무리 좋은 정책이나 지원도 척박한 토지에 심으니 얼마 못 가 고사하는 것을 다들 알고 있다. 지도자를 뽑는 일에서 제발 기본과 근간에 대한 안목이 있고, 실행과 결단력이 있는 분이 어느 분인지가 제일 궁금하다.

농사의 기본은 일조량, 강수량 등 요소와 비옥한 토지라는 환경 준비가 최고이듯이 SW가 세계적으로 한국의 성장 근간을 만들고자 한다면 SW 토지를 비옥하게 만드는 기본을 완비해야 한다. 척박한 한국의 SW 환경을 비옥한 토지로 만들고자 하는 기본을 두 가지 제안하고자 한다. 정부든 기업이든 IT 예산은 현재의 2배 이상이 돼야 한다. 기업 임원 가운데 최고기술책임자(CIO)·최고재무책임자(CTO)의 역할이 예전에 비해 엄청나게 중요해진 것처럼 국가 CIO·CTO의 역할이 존재하고, 이와 관련된 공무원에 대한 특전이 있어야 한다.

이는 SW 기업의 연구개발(R&D) 투자, SW 우수인재화,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SW 제품, 서비스의 해외 진출에 직결되는 근간이다. 건설업처럼 모든 프로세스와 절차를 처리하는 것에서는 벗어나게 해야 한다. SW 업체가 좀 더 경쟁력을 갖추고, 이들이 성장해서 국부로 이어지게 해야 한다는 언급은 많이 해 왔고, 수없이 토론했다. 이에 정부정책도 외면하고 있지는 않지만 실제로 척박한 땅을 옥토로 만들지는 못하고 있다. 이는 이해관계가 맞물려 엄청나게 복잡하고, 현실화가 안 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행한 적이 있듯이 경부고속도로를 건설하던 심정으로, 제철회사를 시작하던 심정으로 큰 결단을 내려야 하는 시점의 막바지에 도달한 듯하다. 정말 많은 한국인이 구글,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글로벌 SW 회사에서 일하고 있다. 실제 뽑아 보니 세계적으로 특급 인재급이라며 그쪽에서 평가하는 것을 보며 축하는 하지만 왠지 씁쓸하고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것은 금할 수가 없다. 그들 가운데 어느 정도는 여건만 되면 한국의 SW 국부 창출에 활약할 수 있겠건만 우리는 그냥 글로벌 SW 회사에 취직하는 걸 부러워하는 후배들 보기가 민망할 따름이다.

수많은 SW 산업 관계자와 정부가 노력해서 산업의 기본을 갖추는데 결정적 사안을 담은 SW산업진흥법 개정안이 올해 국회를 통과했고, 이의 시행이 남아 있다. SW 유지관리요율 인상과 원격개발 활성화 등 이들 두 사안을 우선 실천해 SW 산업 보국의 첫 단추가 열리길 기도한다.

김학훈 날리지큐브 대표이사 khhkhh@kcub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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