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COP 총회 참여한 8살 "태어난 지 6년 만에 미래 걱정"

최우리 2021. 11. 2.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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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P26 글래스고 통신][기후 위기][COP26 글래스고 통신 5]
기후·시민활동가들 속속 운집해 시위
두달 도보행진으로 글래스고 오기도
툰베리 "심각한 척만..변화는 우리 몫"
청소년들 "우리 미래를 태우지 말라"
희망과 슬픔 등 시민들의 바람을 담은 패치로 만든 ‘희망의 코트’를 입으며 연대하자는 운동을 하는 영국의 활동가 바바라 킬(노란색 옷)과 그를 지지하는 시민들이 1일(현지시각) 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가 열리는 영국 글래스고 스코틀랜드 이벤트 캠퍼스(SEC) 도로에서 노래를 부르며 행진을 하고 있다.

1일(현지시각) 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가 열리는 스코티시 이벤트 캠퍼스(SEC) 일대 유동인구가 전날보다 크게 늘었다. SEC 중앙에 위치한 행사장에 입장하는 시간이 두 배로 길어졌다. 지난달 말 이뤄진 G20과 1~2일 COP26 특별정상회의가 기후대응에 대한 비관적 전망을 높이는 동안, 엔지오(NGO)와 기후사회운동가들의 목소리도 거세지는 양상이다.

1일 오전 10시께 철망과 경찰, 경비 인력으로 둘러싸인 행사장 옆 도로에는 20여명이 묵직한 노래와 함께 행진을 이어갔다. ‘희망의 노래’로 이름 붙여진 이 노래를 부르는 이들은 영국 남부 뉴헤이번부터 북부의 글래스고까지 두달 이상을 걸어온 이들이다. 사람들의 희망과 슬픔, 기쁨 등을 담은 패치를 이어붙인 ‘희망의 코트'(Coat of Hopes)를 입자고 제안하는 활동가 바바라 킬이 행진 맨 앞에서 노란 옷을 입고 막대를 짚고 걷는 모습에 현지 언론은 주목했다. 

미래를 위한 금요일의 우간다 청년 기후활동가가 1일 오후(현지시각) COP26 행사장 맞은편에서 세계 정상들을 향해 지금 당장 행동할 것을 촉구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이들과 함께 지난 9월15일 런던에서 동참, 버밍엄, 맨체스터를 거쳐 글래스고까지 500마일(800여㎞)을 걸어왔다는 로레인 랭험(57)은 50여일의 행진 이유를 묻는 기자에게 자신의 두 신발을 가리키며 어깨를 으쓱했다. 그는 “교회나 모스크, 각 지역 커뮤니티에 들러서 기후변화는 인권과 정의의 문제라는 것을 알렸다. 그들도 매우 좋아했다”고 말했다. 77살이라고 밝힌 그의 어머니 폴라, 그리고 남편 레온과 친구 리도 그와 함께였다. 그들은 “런던의 사우스웨스트 지역, 벨기에 브뤼셀과 아이슬란드, 독일에서부터 런던으로 와서 함께 걸은 이들도 30명 정도 된다”며 웃었다.

조 힌들리가 자신이 착용한 배지를 기자에게 보이며 설명하고 있다.

남편과 함께 행사장 옆 도로에서 현수막을 들고 “기후위기는 건강 위기(Health Crisis)”라고 적힌 배지를 가슴에 붙였던 조 힌들리(56)는 버밍험에서 기차로 이동해 참여했다. 40년 동안 조산사로 일했다는 그는 “COP26에서 (세계 정상들이)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지켜보러 왔다. 사랑과 삶이라는 메시지를 전하러 왔다. 나의 바람은 그들이 (기후위기 문제에 대해) 긴급성을 느끼고 행동을 취하고 인간뿐 아니라 모든 종들을 위한 행동을 취하길 바란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16살 아들과 병든 어머니를 돌보고 있어 이번 주만 글래스고에 머문다고 했다.

차가운 항구도시 글래스고엔 이들 외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사진을 거꾸로 전시한 활동가, 우간다 국기를 흔들며 노래를 부르는 이들 등 다양한 군상이 자신과 인류의 미래를 얘기하고 있었다.

런던에서부터 50여일 동안 글래스고까지 걸어왔다는 로레인 랭험(깃발 든 이)과 가족들.

COP 주최 쪽은 세계 정상의 연설과 각국 대표단의 협상 등이 진행되는 SEC 중앙 행사장을 ‘블루존’이라고 지칭하고 있다. SEC 센터 앞을 흐르는 클라이드강 건너편에 있는 ‘그린존’은 대비해 시민사회를 위한 공간이다. 이날 오후 그린존으로 가는 길, 미국 워싱턴의 기후단체인 ‘기후현실프로젝트'의 파트너십 전략 책임자인 스테판 밀스는 “12일까지 여기에 머물면서 다른 비정부기구와 서로 어떤 활동을 하는지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라고 말했다. 런던에서 온 시민사회 소통전문가라고 밝힌 프랭키(49)는 “각국 정상들의 이견 조율이 쉽지 않을 것 같다. 각자 원하는 조건들이 다르다. 이건 매우 결정적”이라며 “사람들의 힘을 모으는 활동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영국 잉글랜드 남동쪽 에식스주에서 왔다는 8살 델핀 프레이저는 이곳에 온 이유로 “6살 때부터 자연에 늘 관심이 있었다”고 수줍게 말했다.

영국 에식스에서 이번 COP26 행사에 참여한 8살 델핀 프레이져. 초록색 원피스를 입은 그는 총회에 참여한 이유를 묻자 “6살 때부터 자연을 좋아했다”고 말했다. 그의 어머니는 영국 방송 <비비시>(BBC)가 딸을 촬영하고자 한다고 귀띔했다.

세계 정상들의 기후위기 대응 관련 연설이 끝나는 1일 오후 5시30분께 글래스고의 해는 거의 저물었다. 분홍빛으로 물든 석양 사이로 SEC 행사장의 녹색 조명이 화려하게 빛났다. 강을 사이에 두고 케냐, 멕시코, 남아프리카, 잠비아, 필리핀, 우간다 등에서 온 10여명의 청소년 기후활동가들이 ‘페스티발 파크’에서 작은 발판 위에 올라가 마이크를 들고 외쳤다. 스웨덴 기후활동가 그레타 툰베리와 함께 하는 ‘미래를 위한 금요일(FFF)’ 소속이었다. “우리의 미래를 태우지 말라”, “화석연료를 땅에 가둬라.” 이들의 이야기를 듣는 100여명의 성인들이 때로 함께 함성을, 때로 박수를 더했다. 이들에 앞서 툰베리도 이 자리에서 “COP26은 이전 COP와 다름이 없다. COP에서 지도자들과 힘있는 사람들은 우리의 미래를 심각하게 여기는 척을 한다. 하지만 변화는 나타나지 않는다. 그건 리더십이 아니다. 우리는 ‘더이상 사람과 지구를 부당하게 이용하지 말아라’라고 이야기한다. 우리가 변화를 만들 것”이라고 사자후를 토하기도 했다.

이날 낮 블루존과 그린존을 가르는 다리인 ‘피니스톤 스트리트'에 두 명의 소녀가 안전장비를 갖추고 다리에 매달려 시위를 했다. 경찰의 도움으로 다리 위로 올라오게 되자 맞은편 아파트에 사는 글래스고 시민들은 박수를 쳤다. 각국 정상들은 2일 특별정상회의가 끝나는 대로 대부분 이 도시를 떠날 예정이다.

글래스고/글·사진 최우리 김민제 기자 ecowoori@hani.co.kr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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