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이거 보고 ○○○ 찍는다"는 그 말

손덕호 기자 2021. 11. 2. 10:46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요즘 인터넷에 자주 보이는 댓글이 있다.

또 최근 문재인 정부의 갑작스런 대출 규제로 신협에서 대출을 받으려 새벽부터 몇 시간 동안 줄을 서 있는 사진에 "이거 보고 이재명 뽑는다"는 댓글을 단다.

이 후보가 '주 4일 근무제'를 띄운다는 기사에 댓글로 "이거 보고 이재명 뽑는다. 어차피 망한 나라, 진짜 뽑는다"는 식이다.

"이거 보고 이재명 찍는다"라는 말이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것은 역설적으로 국민들 사이에 문재인 정부에 대한 실망감이 얼마나 큰 지를 보여준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요즘 인터넷에 자주 보이는 댓글이 있다. “이거 보고 이재명 찍는다.” “이거 보고 이재명 뽑기로 했다”는 약간 다른 표현도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기본소득’, ‘기본주택’, ‘기본대출’ 등 대표 공약인 ‘기본시리즈’, 또는 ‘억강부약(抑强扶弱)의 대동세상(大同世上)’을 만들겠다는 약속에 공감해서가 아니다. “대장동은 국힘 게이트”(국민의힘은 당명 약칭이 없고 ‘국힘’이라고 부르지 말라고 하지만, 이 후보는 매우 높은 빈도로 ‘국힘’이라고 말한다)라는 그의 주장에 동의하거나, ‘1인당 최소 100만원’ 등 전(全)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추진을 환영해서도 아니다.

“이거 보고 이재명 찍는다”는 반어적 표현이다. 네티즌들이 ‘나라가 망할 것 같으니 투표로 시원하게 말아먹자’는 뜻에서 사용하는 말이다. 문재인 정부가 만든 불평등하고 불공정한 상황에 대한 자조(自嘲)적 의미로 사용되는 경우도 많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집값이 하락할 것이란 주장을 하는 무주택자들은 현금도 없고 대출도 안 나와서 부동산 시장 관중석에도 진입하지 못한다’는 내용의 글에 “이거 보고 이재명 찍는다”는 댓글을 쓴다. 또 최근 문재인 정부의 갑작스런 대출 규제로 신협에서 대출을 받으려 새벽부터 몇 시간 동안 줄을 서 있는 사진에 “이거 보고 이재명 뽑는다”는 댓글을 단다. “나는 불행하고 가난한 흙수저인데 나만 가난하라고?”라는 부연설명이 달리기도 한다.

이 후보 정책에 대해서도 이 표현을 사용하기도 한다. 이 후보가 ‘주 4일 근무제’를 띄운다는 기사에 댓글로 “이거 보고 이재명 뽑는다. 어차피 망한 나라, 진짜 뽑는다”는 식이다.

비슷한 일은 5~6년 전에도 있었다. 그때는 ‘킹찍탈’이라는 말이 유행했다. ‘킹’은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의 별명인 ‘킹무성’, ‘찍’은 찍는다, ‘탈’은 당시 유행하던 말인 ‘탈(脫)조선’을 가리킨다.

이때 김무성 전 대표는 집권여당의 유력 대권주자로서,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선후보군 중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었다. 즉, ‘킹찍탈’은 “김무성 찍고 조선 땅을 뜬다”는 뜻으로, ‘박근혜 정부에 이어 김무성 정부를 만들어 놓고 나는 한국에서 탈출하겠다’는 뜻이다. 박근혜 정부를 강하게 비판하는 유행어였다.

심하게 말하면 ‘어차피 나는 인생 성공할 가능성이 없으니, 다같이 망하자’와 비슷한 말이 ‘킹찍탈’이었다. 실제로 2016년에 한 네티즌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킹찍탈 킹찍탈 신나는 노래 부르면서 찍고 아포칼립스(대규모 재난) 만들든가 튈 거다”라는 글을 썼다.

“이거 보고 이재명 찍는다”라는 말이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것은 역설적으로 국민들 사이에 문재인 정부에 대한 실망감이 얼마나 큰 지를 보여준다. 실망감이 ‘정치 혐오’로 번진 것으로도 볼 수 있다. 그래도 정말로 정치권을 싫어하게 돼서 내년 3월 9일 투표소에 가지 않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