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0.2%p '쑥'..무섭게 오르는 은행 대출금리, 이미 5%대 중반

유영규 기자 2021. 11. 2.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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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하루 만에 0.2%포인트(p)나 뛸 정도로 최근 시중은행의 대출금리가 이례적으로 빠르게 오르고 있습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 최고 수준은 이미 5%대 중반에 이르렀습니다.

특히 금리 인상기를 맞은 은행의 금리 정책과 최근 급등한 은행채 등 시장금리의 영향으로 고정금리가 변동금리보다 약 0.6%포인트나 높은 상태입니다.

이달 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더 올리면 대출금리가 6%대에 진입할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가운데, 금리상승을 예측하고 고정금리를 택할지, 당장 크게 낮은 변동금리가 유리한지 대출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금융권에 따르면 이달 1일 기준 A은행의 신용대출 금리(1등급·1년)는 3.68∼4.68% 수준입니다.

지난달 31일 금리(3.47∼4.47%)와 비교해 불과 하루 사이 상단과 하단이 모두 0.21%포인트 올랐습니다.

이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형) 금리도 하루 만에 3.88∼5.08%에서 4.00∼5.20%로 양 끝이 0.12%포인트씩 높아졌습니다.

말 그대로 대출 금리가 '자고 일어나면 뛰는' 셈으로, 해당 은행 관계자조차 "워낙 빨리 오르는 은행채 등 시장금리를 반영한 것이지만, 이처럼 금리가 하루에 0.2%포인트나 오르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말할 정도입니다.

다른 은행들의 상황도 비슷합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1일 기준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신규 코픽스 연동)는 연 3.31∼4.814% 수준입니다.

이는 8월 말(2.62∼4.19%)과 비교해 불과 두 달 사이 하단과 상단이 각 0.69%포인트, 0.624%포인트 높아진 것입니다.

변동금리가 아닌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형) 금리의 상승 폭은 더 큽니다.

같은 기간 주택담보대출 혼합형 금리는 연 2.92∼4.42%에서 3.97∼5.377%로 올랐습니다.

최저 금리가 1.05%포인트, 최고 금리가 0.957%포인트 등 전반적으로 두 달 사이에 약 1%포인트 뛰었습니다.

신용대출의 경우 현재 3.35∼4.68% 금리(1등급·1년)가 적용됩니다.

8월 말(3.02∼4.17%)보다 하단이 0.33%포인트, 상단이 0.51%포인트 높아졌습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예상대로 이달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또 올라 그 영향까지 시장금리에 반영되면, 대출 금리 상단은 연말 6%에 이를 수도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은행 대출금리가 빠르게 오르는 것은 무엇보다 기준금리 인상, 기대 인플레이션(물가상승) 등의 영향으로 시장금리가 뛰고 있기 때문입니다.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와 신용대출 금리는 주로 은행채 등 금융채 금리를 지표(기준)로 삼습니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 기준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은행채 5년물(AAA·무보증) 금리는 지난 8월 말 1.891%에서 10월 말 2.656%로 약 두 달 새 0.765%포인트 높아졌습니다.

신용대출의 지표금리인 은행채 1년물(AAA·무보증) 금리도 같은 기간 1.253%에서 1.743%로 0.49%포인트 올랐습니다.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의 경우 지표금리로 주로 코픽스를 활용합니다.

코픽스는 국내 8개 은행이 대출에 쓰일 자금을 조달하는데 얼마나 비용(금리)을 들였는지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어제(1일) 현재 적용되는 신규 코픽스(1.16%)는 8월 말 당시 적용된 신규 코픽스(7월 기준 0.95%)보다 0.21%포인트 높은 수준입니다.

이처럼 최근 2개월 새 지표 금리의 상승 폭은 아무리 커봐야 약 0.7%포인트 정도입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실제 대출금리가 1%포인트나 오른 것은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규제 압박 속에 은행이 지표금리에 자체 판단으로 더하는 가산금리를 더 올리거나 거래실적 등을 반영해 깎아주는 우대금리를 줄인 탓입니다.

대출자 입장에서는 금리 수준 자체가 높아지는 것뿐 아니라, 주요 시중은행의 고정금리가 변동금리보다 약 0.6%포인트나 높은 점도 고민거리입니다.

최근 고정금리가 변동금리를 크게 웃도는 것은, 우선 은행들이 향후 시장금리 상승에 대비해 정책적으로 고정금리의 가산금리를 높였기 때문입니다.

금리 상승에 따른 위험 부담이 갈수록 커지는 만큼 은행으로서는 고객에 일부를 분담시킬 수밖에 없습니다.

아울러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의 기준인 코픽스의 경우 한 달 주기로 예금(수신) 금리 등 조달 비용을 반영해 바뀌지만, 고정금리는 은행채 등 금융채를 기준으로 삼기 때문에 거의 매일 시장금리 상승의 영향을 바로 받습니다.

따라서 요즘 같은 금리 상승기에는 대체로 고정금리의 상승 속도가 변동금리보다 빠릅니다.

이달과 내년 초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과 향후 미국의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등을 고려할 때 시장금리는 내년에도 계속 오를 가능성이 큽니다.

이런 금융 환경이라면 당연히 고정금리를 택해야 하는데, 당장 금리가 변동금리보다 0.6%포인트나 높으니 여전히 상당수 대출자가 변동금리를 찾고 있습니다.

한은 통계에 따르면 지난 9월 은행권 신규 가계대출의 고정금리 비중은 21.4%에 불과합니다.

78.6%의 가계대출자가 여전히 변동금리로 대출을 받았다는 얘기입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출자로서는 고정금리와 변동금리 중 하나를 선택하기가 매우 곤란한 시기"라며 "쉽게 말해 향후 1년간 기준금리가 0.25%포인트씩 세 차례, 0.75%포인트 이상 오르는데 확신을 가진 대출자 정도만 현재 0.6%포인트나 더 높은 고정금리를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습니다.

그는 "만약 지금 변동금리를 택했더라도, 앞으로 시장금리 추세를 꼼꼼히 살펴보다가 예상보다 많이 오른다고 판단되면 고정금리 대출로 중간에 갈아타는(대환 대출) 방법도 고려해볼 수 있다"며 "상당수 은행에서 변동금리 대출 잔액을 고정금리로 바꾸는 대환대출에 대해서는 중도상환수수료를 부과하지 않는다"고 조언했습니다.

유영규 기자sbsnewmedi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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