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핼러윈은 처음… 美선 코스튬 의상·장식용 호박 품귀현상

뉴욕/정시행 특파원 2021. 11. 2. 0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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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시행의 뉴욕 드라이브]
공급망 대란으로 연말대목 타격
생필품 코너도 두세달째 비어
“올 크리스마스엔 산타 못 올수도”
지난달 31일 미 뉴욕시에서 핼러윈 분장을 한 시민들이 행진하고 있다. 이런 도심의 대형 행사 외에 미국에서 핼러윈 등 연말 대목 분위기를 즐기기는 쉽지 않다. /AP 연합뉴스

핼러윈을 맞은 지난 31일 오후(현지 시각) 기자가 사는 아파트에서 ‘트릭 오어 트리트(Trick or treat·과자 안 주면 장난 칠 거예요)’ 행사가 열렸다. 지난해 코로나 팬데믹으로 금지됐던 행사가 올해 백신 보급과 함께 2년만에 돌아왔다.

그런데 200여 가구가 사는 아파트에서 바구니를 들고 돌아다니는 어린이는 10명도 안 됐고, 사탕·과자를 주겠다고 문을 연 집도 10여 가구밖에 안 됐다. 이웃에게 사정을 물어보니 “재작년엔 가구 절반 정도는 참여했고 아이들이 쏟아져 나와 떠들썩했다”며 “올해는 서로 준비가 안 된 것 같다”고 했다. 시중에서 핼러윈 의상부터 장식용품, 호박, 사탕·과자 등 관련 물품을 구하기 쉽지 않은 데다 물가가 너무 올라 파티 분위기를 내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핼러윈을 이틀 앞둔 지난달 29일 뉴욕 월마트의 핼러윈 관련 물품 매대. 뒤늦게 핼러윈 용품을 사러 나온 엄마와 아들이 텅빈 진열대를 보고 당황하는 모습이었다. /뉴욕=정시행 특파원

미국을 덮친 공급망 대란이 연말 대목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미국은 통상 10월 핼러윈으로 시작해 11월 추수감사절과 블랙 프라이데이, 12월 크리스마스까지 최대 파티·쇼핑 시즌이 이어진다. 그런데 요즘 그런 축제 분위기가 잘 느껴지지 않는다. 핼러윈 이틀 전인 29일 뉴욕의 월마트와 로웨, 타깃 등 유통업체들에 가봤더니 핼러윈 물품 매대뿐만 아니라 일부 생필품 코너도 텅텅 비어있었다. 두세 달 전부터 익숙한 풍경이다.

두 딸을 둔 40대 여성 일레인씨는 “장식용 호박을 찾아 종일 식료품점을 다 뒤져 작은 것 2개를 간신히 샀다”며 “이렇게 물자 부족한 핼러윈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올해 핼러윈의 최대 공포는 텅 빈 진열대”라면서, 핼러윈 의상을 구하지 못한 미국인들이 중고 물품을 구하거나 직접 만들어 입는 일이 많아졌다고 전했다.

미 소매·유통업체들이 통상 핼러윈부터 벌이는 대대적 할인 행사도 찾아보기 힘들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기업들도 최근 광고를 대폭 줄이고 있다. 팔 물건 자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이러다간 크리스마스엔 ‘장난감 대란’ ‘트리 대란’이 일어날 수 있다”며 벌써 크리스마스 용품을 구하려 나서고 있다. WSJ는 “올해 산타가 온 동네를 제대로 돌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물건과 서비스가 부족하니 가격이 오르고, 구매력도 떨어지고 있다. 지난겨울부터 미 국민이 정부에서 받은 코로나 재난지원금이 가을부터 끊겨 ‘보복 소비’ 잔치도 중단된 상태다. 코로나 팬데믹을 계기로 은퇴자가 급증하고 산업 현장에 인력이 돌아오지 않는 구인난이 지속되면서, 공급 대란과 인플레이션이 빚어낸 경제 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28일 상무부는 지난 3분기 미 경제성장률(GDP)이 연율 2.0%로 2분기 성적(6.7%)의 3분의 1에도 못 미친 반면, 개인 소비 지출 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4.4% 상승해 30년 만의 최고치라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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