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졸까지 비정규직 전락시킨 '비정규직 제로' 정부

조선일보 2021. 11. 2. 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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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2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연설에서 "고용이 (코로나)위기 이전 수준의 99.8%까지 회복됐다"고 말했다.

비정규직 근로자가 문재인 정부 들어 150만명 증가한 가운데 대졸 이상 비정규직도 사상 최대인 284만명을 기록했다. 1년 사이 32만명 늘어난 것이다. 대졸 이상 비정규직은 문 정부 출범 후 4년간 70여 만 명이 늘었고, 대졸 이상 임금 근로자 중 비정규직 비율도 문 정부 첫해 32%에서 올해 35%를 넘어섰다. ‘비정규직 제로(0)’를 내세운 정부에서 고학력자까지 비정규직으로 전락하는 역설이 벌어진 것이다.

비정규직 급증은 일련의 반기업 정책이 만든 정책 실패 성격이 강하다. 노동 규제는 강화하면서 최저임금 과속 인상 등으로 인건비 부담을 늘리자 기업들이 신입 채용을 기피하면서 정규직 등 양질 일자리를 줄인 것이다. 지난 3년 사이 주 40시간 이상 풀타임 일자리가 195만명 감소한 반면 주 36시간 미만은 243만명이나 늘었다. 정규직을 못 구한 고학력자들이 시간제 일자리, 공공 기관 인턴 등 비정규직으로 밀려났기 때문이다. 주휴 수당을 안 주려 하루 2~3시간만 일을 시키는 이른바 ‘쪼개기 아르바이트’도 무려 75% 증가했다. 그런데도 주 1시간 이상 일한다는 이유로 이들을 정식 취업자로 분류하는 것이 한국의 고용 통계다.

정규직 일자리는 고용의 주체인 기업들이 정규직 채용에 적극적으로 나서야만 늘어날 수 있다. 그러려면 노동시장을 유연하게 개혁하고 기업 친화적 정책으로 고용 의욕을 살려야 한다. 한번 정규직으로 채용하면 아무리 경영이 어려워도 사실상 해고가 불가능한데 어느 기업이 정규직을 늘리려 하겠나.

그런데도 정부는 노동 개혁, 규제 혁신을 통한 진짜 일자리 창출 대신 눈속임용 통계 분식에 열중하고 있다. 세금 수십조 원을 퍼부어 휴지 줍기, 풀 뽑기 등 통계 부풀리기 일자리만 수백만을 만들었다. 환경·안전 규제 강화 같은 반기업 정책도 계속하고 있다. 근로자를 위한다면서도 실제로는 근로자를 가난하게 만드는 정책을 펴고 있다.

세금 퍼부어 억지로 만든 가짜 일자리를 빼면 사실상 고용 감소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눈속임용 수치를 내세우며 “고용 회복세가 뚜렷하다”고 억지 주장만 펴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주 국회 시정연설에서 “고용이 (코로나) 위기 이전 수준의 99.8%까지 회복됐다”고 했다. 대학을 졸업해도 정규직 취업이 하늘의 별 따기가 됐는데 누가 그 말을 믿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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