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노태우 조문 5·18 前 회장 "참회, 용서로 역사 한 페이지 넘기자"

조선일보 2021. 11. 2. 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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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당시 광주 시민군 상황실장을 맡았던 박남선(오른쪽)씨가 27일 노태우 전 대통령 빈소를 찾아 유족들을 위로하고 있다. /조선일보 DB

5·18 당시 광주 시민군 상황실장이던 박남선 전 5·18 구속자동지회 회장이 지난주 노태우 전 대통령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폭도 대장’으로 체포돼 고문당하고 사형선고까지 받았지만 유족들 손을 잡아줬다. 그는 본지 인터뷰에서 “이제는 화합 통합의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며 “분단된 나라가 통일은커녕 지역·정파·계층으로 나뉘어 더 싸우고 있지 않나”라고 했다. 조문 후 격려 전화를 300통 가까이 받았다며 “내 뜻에 공감하는 광주 사람들도 밖에서 생각하는 것보다 많다”고 했다.

노 전 대통령은 유서에서 “깊은 용서를 바란다”고 했다. 그러나 국가장, 조문, 조기 등을 놓고 여론은 또 갈렸다. 박씨는 “늦었지만 용서를 비는데 받아주는 게 맞는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당사자가 광주에서 육성으로 사과하면 더 좋겠지만 “병상에서 끌고 내려오라고 할 순 없지 않나”고 했다. 노 전 대통령은 소뇌위축층 등으로 10년 넘게 병상에서 필담 정도만 할 수 있었다. 대신 아들을 여러 차례 광주에 보내 사죄의 뜻을 전한 것은 “진정성이 있다고 봤다”고 했다. 그래서 조문했다는 것이다.

민주당 일부가 “사죄 쇼”라고 비난하는데 대해 박씨는 “사과·반성 안 한다고 욕해왔는데 사과하는 걸로 또 문제 삼는 건 너무 편협하다”고 했다. 특정 정치 세력이 ‘5·18 정신’을 독점하려 한다면 “광주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국가장을 안 하면 모를까 정부가 예우를 결정했는데 그 수반인 (문재인) 대통령이 조문을 안 한 건 모순”이라고도 했다. 대통령은 정파나 지역 대표가 아닌 만큼 “화합 메시지 차원에서 조문했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다”고 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국가장에서 현직 대통령이 전직 대통령 조문을 하지 않은 것은 문 대통령이 처음이다.

박씨는 북한군 개입설 같은 5·18 왜곡이 ‘화합을 가로막고 있다’고 강조했다. 용서하려는 마음에 상처를 준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광주에서 26살 때 총을 들었던 내가 내일모레면 70이다. 언제까지 ‘학살 원흉 죽이자’고만 할 수는 없지 않은가”라고 했다. “가해자는 참회하고 피해자는 용서하며 역사의 한 페이지를 넘겼으면 한다”고 했다. 그의 말에 공감하는 국민이 적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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