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도, 건대앞도 북적..위드코로나 첫날밤 "자리 없어요"

오진영 기자 2021. 11. 1.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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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저녁 서울 종로구 종각역 인근의 한 유흥업소에 백신패스 안내 입간판이 세워져 있다. / 사진 = 오진영 기자


"술 떨어져 술 사러 갑니다"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시행 첫날인 1일 밤 서울 강남구, 종로구 대학로, 광진구 건대입구 역등 번화가에는 오랜만에 생긴 여유를 즐기려는 사람들로 붐볐다. 몇몇 술집에서는 '만석' 팻말을 내걸기도 했다.
주먹다짐에 드러누운 취객까지…'위드 코로나' 첫날, 번화가는 '아수라장'

1일 서울 광진구 건대입구역 인근 헌팅포차 인근이 사람들로 붐비고 있다./ 사진 = 오진영 기자

이날 취재진이 서울 강남구 강남역과 중구 명동, 종로구 젊음의 거리·대학로, 광진구 건대입구역 등 번화가를 방문한 결과 식당과 카페 등 대부분의 업종에서 손님이 크게 늘었다고 입을 모았다. 직장인들이 자주 찾는 종각역과 강남역 일대는 회식을 하는 손님들로 북적였으며 일부 업소는 '만석' 팻말을 내걸기도 했다. 종각역의 한 고깃집은 업주가 직접 나와 미소를 띠고 줄을 선 손님들을 맞았다.

광진구의 한 감자탕집에서는 업주와 가족, 딸까지 앞치마를 두르고 바쁘게 움직였다. 업주 A씨(54)는 "지난주보다 손님이 2~3배는 많이 온 것 같다"라며 "소주·맥주는 물론 막걸리까지 다 떨어져 딸이 인근 대형마트에 사러 갔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늘만 같으면 정말 장사할 맛이 날 것 같다"라고 했다. 가게 뒤편에는 빈 맥주병과 소주병이 가득히 쌓여 있었다.

이날 번화가에서는 취객들이 한데 몰리면서 주먹다짐이 일어나거나 고성을 지르는 등 소란도 이어졌다. 광진구 건대입구역 2번출구 인근에서는 "술값을 안 냈다"는 이유로 2명이 주먹을 휘두르다 일행의 손에 이끌려 택시를 타고 사라졌다. 중구 명동의 한 술집 앞에서는 마스크를 벗은 외국인 3명이 팔짱을 낀 채 거리를 활보했다. 밤 10시가 넘자 술에 취해 마스크 없이 길바닥에 주저앉은 시민도 눈에 띄었다.

일부 시민들은 거리두기 완화가 다소 성급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광진구 건대입구역 인근을 지나던 시민 유종혁씨(31)는 "밤 늦도록 친구들과 술을 마실 수 있는 것은 좋지만 아직까지 확진자가 매일 수천명대가 나오는데 너무 풀어 주는 게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든다"라며 "오늘 친구 3명과 술자리를 가졌는데 조금 불안해 11시 이전에는 귀가하려고 한다"고 했다.

"우리만 차별 받는다"…영업시간 제한 유지에 뿔난 유흥업소
1일 저녁 서울 강남구 선릉역 인근의 한 유흥업소에 영업정지를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 사진 = 홍재영 기자

밤 12시까지로 영업시간이 제한된 유흥업소는 볼멘소리를 냈다. 서울 종로구 종각역 일대의 한 성인 노래방. 10여m 떨어진 인근의 한 술집은 밤늦도록 이어지는 술자리 손님들로 신바람을 내고 있었으나 이 노래방은 10개의 방 중 1개만 차 있었다. 업주 B씨(56)는 "방역 풀어준다고 해 기대했는데 지난주와 다른 게 없다"라며 "술자리 끝내고 오는 데가 노래방인데 누가 2시간 노래부르러 오겠나"라고 한숨을 쉬었다.

강남역 인근의 한 성인 노래방 업주는 "이런 가게는 최소 이용 시간이 1시간인데 영업제한이 12시까지니 11시 이후에 오는 손님들은 못 받는다는 의미"라며 "술을 팔아야 이익이 남는데 지금 손님들도 모두 노래만 부르러 온 분들밖에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 업소는 6개의 방 중 3개가 차 있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이날부터 시행되는 '코로나19 단계적 일상회복 이행계획 3단계' 중 1단계에서는 생업시설의 영업시간 제한이 해제돼 24시간 영업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유흥업소, 콜라텍, 무도장 등은 '감염 고위험시설'로 분류돼 밤 12시 영업 제한을 받는다. 이들 시설에 입장할 경우 접종완료증명서나 PCR(유전자증폭) 검사 음성 확인서를 보여줘야 한다.

유흥업소 업주 단체 등은 이같은 조치가 유흥업소를 차별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코로나19 피해업종 총연대 공동추진위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 발발 이후 유흥업소 업주 중 8명이 영업난에 시달리다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단체는 영업시간 제한 조치 등 차별대우가 조속히 해소되지 않으면 극단 선택이나 폐업 등으로 내몰리는 업주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지적한다.

오호석 공동추진위 위원장은 "유흥업소들은 손님이 방문하는 시간 자체가 늦기 때문에 영업시간 제한은 사실상 영업을 하지 말라는 의미나 다름없다"라며 "유흥업소들은 1년 6개월 동안 정부의 방역지침에 협조해 왔는데 유독 다른 업종에 비해 불합리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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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진영 기자 jahiyoun2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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