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중의원 총선, 의석수 4배 된 ‘극우’ 일본 유신회만 웃었다

도쿄/최은경 특파원 2021. 11. 1.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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自民, 새벽에 접전 20여곳서 승리
기존보다 15석 감소, 단독 과반 유지
유신회는 오사카 15곳서 모두 승리
“기시다 총리 리더십은 여전히 불안”
세대교체 민심에 ‘올드보이’들 퇴장
새 간사장에는 모테기 現 외무상
일본 중의원 선거가 치러진 다음 날인 1일 자민당 총재인 기시다 후미오(맨 왼쪽) 일본 총리가 도쿄 자민당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그 옆에는 지역구 선거에서 패배, 이날 사퇴한 아마리 아키라 간사장(오른쪽에서 두 번째) 고개를 숙인 채 앉아있다. /AFP 연합뉴스

31일 실시된 일본 중의원 총선거에서 단독 과반(233석) 확보가 불투명하다고 전망됐던 자민당이 1일 새벽 접전 지역에서 20여 명이 승리, 전체 465석 중 261석을 확보했다. 공명당도 32석을 얻어 자민당·공명당 연립여당의 의석수는 총 293석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이날 오후 2시 도쿄 자민당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한 기시다 후미오 총리와 자민당 간부들의 표정은 밝지 못했다. 아사히신문은 “자민당은 간사장·장관 출신 중진 의원들의 낙선으로 마냥 기뻐할 수 없는 실정”이라며 이번 선거를 “승자 없는 선거”라고 평가했다. 기시다 총리에 대해서도 “리더십이 여전히 불안한 상태에서 내년 참의원 선거를 향해 재출발하게 됐다”고 했다. 일본 정치 1번지인 나가타초(국회의사당 소재지)에서는 “의석을 4배로 늘린 일본유신회만 웃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일본 중의원 선거가 치러진 다음날인 1일 자민당 총재인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도쿄 자민당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있다. 그의 오른쪽에는 지역구 선거에서 패배, 이날 사퇴한 아마리 아키라 간사장이 고개를 숙인 채 앉아있다. /EPA 연합뉴스

자민당은 전날 총선 투표 직후만 해도 단독 과반 확보 여부가 불확실했다. 자민당 내부에서는 선거 기간 동안 전체 선거구 40%에서 접전 양상이 이어지자, “당선자 숫자를 예측하기 힘들다”는 위기감이 감돌았다. NHK는 선거 당일 출구조사를 바탕으로 자민당이 212~253석을 얻을 것으로 보고 “자민당의 단독 과반 달성이 아슬아슬하다”고 예측했다. NHK가 “자민당 단독 과반이 확실하다”고 보도한 것은 자정이 가까운 시간이었다. 기시다 총리는 취임 후 첫 관문을 통과하며 ‘단명 총리’로 끝날 뻔한 위기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장관을 지낸 자민당 중진·거물 의원들의 지역구 패배가 쏟아지자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아마리 아키라 간사장이 ‘창당 이래 현직 간사장 첫 지역구 패배’ 기록을 남기고, 현직 엑스포특임장관 와카미야 겐지가 패한 게 대표적이다. 아마리는 지역구 패배 확정 직후 사임 의사를 밝혔다. 기시다 총리는 1일 오후 모테기 도시미쓰 현 외무상을 새 간사장으로 임명했다.

이번 총선의 변수는 공산당까지 참여한 5개 야당 단일화였다. 5개 야당이 전체 지역구 75%에 달하는 217곳에 단일 후보를 공천, 자민당을 놀라게 했다. 자민당과 야당 단일 후보의 1대1 대결 구도가 된 지역구도 140곳에 달했다. 일본 언론은 전례 없는 5개 야당 단일화로 자민당의 단독 과반이 흔들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31일 투표 직후 실시한 출구조사에서도 이 같은 분위기가 반영됐다. 하지만 개표 결과 야당 단일화를 주도한 제1야당 입헌민주당은 96석을 얻어, 기존보다 13석을 잃은 것으로 나타났다. 단일화에 동참한 일본공산당 의석도 10석으로 2석 줄었다.

일본 매체들은 “야당 단일화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공산당까지 참가한 반(反)자민당 야당 단일화의 전례가 앞으로의 일본 선거 정세를 바꾸는 키워드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야당 단일화로 전열을 가다듬으면 당장 내년 7월 참의원 선거도 해볼 만하다는 것이다.

이번 총선에서 크게 웃은 건 극우 성향 정당 일본유신회뿐이라는 데 분석이 일치한다. 일본유신회는 기존(11석)보다 3배 가까이 늘어난 41석을 확보했다. 연립여당 공명당을 제치고 제3당으로 약진했다. ‘오사카유신회’라는 오사카 지역 정당에서 출발한 일본유신회는 오사카 지역구 15곳에 후보를 내 모두 당선시켰고, 비례대표로도 25석을 확보했다.

일본유신회의 선전은 자민당, 야당 단일화 세력 양쪽과 거리를 두고, ‘개혁 정당’ ‘제3의 대안 세력’을 표방한 결과다. 자민당에 대한 불만을 표현하고 싶지만, 동일본대지진 당시 실정을 반복한 과거 민주당 정권을 뽑긴 싫은 유권자들이 일본유신회로 몰렸다는 것이다. 일본유신회는 적 공격 능력 보유, 자위대 명기를 포함한 개헌 등을 강력히 주장하는 자민당보다 더 우측에 서 있는 정당이다. 자민당 보수파 입장에선 개헌 등의 이슈에 소극적인 공명당 대신 일본유신회라는 새로운 대안이 생긴 셈이 됐다. 다만 일본유신회는 기시다 내각 수립 이후로는 “자민당에 가담하는 일은 없다”며 선을 긋고 있다.

◇올드보이 잇단 퇴장… 자민당은 젊은 층 인기

이번 총선에선 여야의 대표적인 ‘올드 보이’들이 지역구에서 패배, ‘세대교체’가 일부 이뤄졌다. 1969년 첫 당선 이후 지역구 불패 신화를 썼던 오자와 이치로 입헌민주당 의원이 처음으로 이와테 3구에서 패배했다. 자민당 최다선 의원인 노다 다케시 전 자치장관 역시 지역구 구마모토에서 패배하고 비례 부활에도 실패해 17선의 꿈을 이루지 못했다.

이번 총선 당선자의 평균 연령은 55.5세로, 직전 중의원 총선거 때(54.7세)보다 다소 상승했다. 또 자민당은 10대 유권자들에게 가장 높은 지지를 얻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사히신문 출구조사에 따르면 10대 유권자의 42%가 비례대표 선출을 위한 정당 투표에서 자민당을 선택했다. 20대와 30대도 각각 40%, 37%에 달했다. 자민당은 2012년 정권 탈환 이후 10~30대 젊은 층에서 높은 지지율을 기록해왔다. 이 연령대는 2009년 민주당 정권의 실정에 대한 기억이 강렬하고, 아베 신조 전 총리 집권기 취업률 및 최저임금 상승의 혜택을 봤다는 특징이 있다. 자민당 투표율이 가장 낮은 건 60대(33%)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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