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만난세상] 마스크에 대한 다른 경험

정재영 2021. 11. 1. 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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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는 마스크를 쓰고 등교한 학생들에게 손·발 세척 등에 대해 지도를 했다."

'위드 코로나'가 언급되는 요즘 굳이 황사 얘기를 꺼낸 것은 코로나19와 마스크에 대한 조금은 다른 경험을 나누기 위해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두 번째 임기를 누리지 못한 건 마스크 착용 등 코로나19에 대한 대응 실패 탓이라는 평가가 많다.

코로나19 첫 환자가 발생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미국에서 마스크가 동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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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는 마스크를 쓰고 등교한 학생들에게 손·발 세척 등에 대해 지도를 했다.”

초등학교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지침을 언급한 것 같지만 아니다. 2000년대 초반 중국발 불청객인 황사(黃砂)에 대한 대응이다. 위생관리에 집중하고 단축수업 등의 조치를 한 것은 코로나19 시국과 비슷하지만 황사 대책 때엔 실내 활동을 장려한 게 다르다.
정재영 문화체육부 기자
‘위드 코로나’가 언급되는 요즘 굳이 황사 얘기를 꺼낸 것은 코로나19와 마스크에 대한 조금은 다른 경험을 나누기 위해서다. 이번 여름 귀국 전까지 워싱턴 특파원으로 3년을 지냈다. 미국 임기의 절반은 코로나19와 함께했다. 한국과 미국은 지난해 2월 비슷한 시기에 코로나19 첫 환자가 발생했다. 대응은 달랐다. 가장 대표적인 게 마스크 정책이다.

한국과 달리 미국은 마스크 착용 의무화가 더뎠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식석상에서 마스크를 쓴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지난해 7월. 미 대선을 4개월가량 남겨둔 시점에서다. 하루 확진자가 4만∼5만명으로 증가하면서 지지율이 흔들리자 마음을 돌린 것이다. 이때부터 보건전문가들이 방송에서 마음 편하게 “마스크를 쓰라”고 독려했다. 쇼핑몰 등 실내에서 마스크를 쓴 풍경도 익숙해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두 번째 임기를 누리지 못한 건 마스크 착용 등 코로나19에 대한 대응 실패 탓이라는 평가가 많다. 그때 대선이 임박하지 않았다면 마스크 착용 의무화가 늦어져 더 많은 미국인이 희생됐을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미국에서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할 때쯤 미국 친구가 ‘한국 상황’을 물었다. “아무리 의무화했어도 어떻게 그렇게 일률적으로 따를 수 있느냐”는 부정적인 질문이었다. 그때 황사를 꺼내 들었다. 미국에서는 아픈 사람이 마스크를 쓰지만, 한국에선 황사 탓에 어릴 때부터 마스크를 쓰고 등교하는 게 일상이라고 설명했다. 잠깐 갸우뚱하는 그에게 황사로 가득한 서울시내 사진을 보여주자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경험하지 못한 상황에 공감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미국인들도 준비는 하고 있었다고 본다. 코로나19 첫 환자가 발생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미국에서 마스크가 동났다. 아시아인들이 본국에 보내려고 사재기했다는 소문도 있었지만 당시 홈디포 직원은 “대부분 백인이 사 갔다”고 확인해 줬다. 마스크를 쓰지 않는 이웃조차 “마스크를 못 구했으면 나눠 주겠다”고 했다. 처음 접하는 상황에서 지도자의 잘못된 신호가 나라를 혼란에 빠지게 한 셈이다.

귀국 후 당황스러운 경험도 있다. 아이들과 작은 워터파크를 갔는데 물속에서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어떤 직원은 “물속에서도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고 잘못된 정보까지 전했다. 결국 그 장소와 그날 분위기에 따라 착용 지침이 좌우된다는 댓글을 읽고 씁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전국에 수영장 딸린 펜션이 성업하게 된 배경이다.

나 홀로 운전자가 차 안에서 마스크를 쓰는 장면은 미국에서도 여러 번 접했다. 하지만 인적이 드문 시간과 야외에서조차 마스크를 쓴 채 산책해야 하는 상황은 아직 생소하다. 12월엔 야외에서 마스크 없는 크리스마스를 즐길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정재영 문화체육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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