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은수의이책만은꼭] '함께'는 언제나 기적을 일으킨다

- 2021. 11. 1.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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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의 세상이다.

가족의 행복이나 집단의 번영보다 나를 우선하는 '나 중심주의'의 등장은 가부장제나 집단주의 등의 오랜 병폐를 생각하면 당연한 점도 있다.

정치적 무관심이 증가하고, 삶의 만족도는 떨어지며, 청년 자살률은 높아지는 등 사람들이 공동체에서 단절되면서 생겨나는 사회문제가 뚜렷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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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관계 없는 '홀로예찬' 재앙 될 수 있어
폭넓은 유대 쌓아야 위기 속에서 도움 얻어
혼자의 세상이다. 혼밥, 혼술, 혼삶 등 온갖 형태로 ‘혼자라도 괜찮아’를 기록하고 위무하고 긍정하는 목소리가 넘쳐난다. 가족의 행복이나 집단의 번영보다 나를 우선하는 ‘나 중심주의’의 등장은 가부장제나 집단주의 등의 오랜 병폐를 생각하면 당연한 점도 있다. 그러나 청년 고독사의 폭발적 증가가 드러내듯, 가족과 회사를 대신할 사회관계가 구축되지 못하면 ‘홀로 예찬’은 오히려 큰 재앙이 될 수 있다. 인간은 자신과 타인을 연결하는 사회자본 없이는 의미 있고 행복하게 살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생존조차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나 홀로 볼링’(페이퍼로드 펴냄)에서 로버트 D 퍼트넘 하버드대 교수는 현대사회에서 광범위하게 일어나는 사회자본의 소실을 경고한다. 정치적 무관심이 증가하고, 삶의 만족도는 떨어지며, 청년 자살률은 높아지는 등 사람들이 공동체에서 단절되면서 생겨나는 사회문제가 뚜렷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퍼트넘에 따르면, 사회자본이란 개인 간 관계로부터 발생하는 사회적 네트워크, 호혜성과 신뢰의 규범이다. 사회자본이 잘 축적된 공동체일수록 시민 사이의 신뢰가 높아서 각종 모임이나 동호회 등 수평적 네트워크가 쉽게 형성되고, 상부상조나 협력 등 호혜 관계가 넓게 퍼지며, 공동체 참여를 통해 시민의식이 성숙해 있다. 이러한 사회자본의 유무는 한 사회의 정치적·경제적 성공에 커다란 영향을 끼친다. 사회자본이 많은 사회에는 부정부패나 불공정이 자리 잡기 어려우므로 감시나 통제에 따른 비용이 적게 들어서 제도적 효율성이 증진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대인들은 자본주의가 강요하는 무한 생존경쟁에 시달리느라 타인에 대한 믿음, 정직성과 상호 신뢰, 일상적 사교활동을 잃어가고 있다. 제목 그대로, 사람들은 여전히 볼링을 치지만 함께 볼링을 치지는 않는다. 이는 사회자본의 구축을 소홀히 하면서 개인자본의 축적에만 골몰하는 현대인의 외롭고 쓸쓸한 초상을 반영한다.

질병, 실업, 파산 등 재난에 떨어져서 개인자본이 작동하지 않을 때 비로소 우리는 가족이나 친구나 이웃 같은 사회자본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미시간주의 60대 흑인 존 램버트는 신장 이식수술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려둔 채 3년째 기다리고 있었다. 그가 절망에 빠져들 무렵, 의외의 구원자가 나섰다. 30대 백인 앤디 보시마였다. 다른 아무 인연도 없었으나 두 사람은 동네 볼링장에서 함께 운동했다는 인연만으로 세대와 인종의 차이를 가뿐히 넘어섰다. 이것이 호혜와 신뢰에 기반한 사회자본의 힘이다. ‘함께’는 기적을 일으킨다.

따라서 ‘함께 볼링을 치는 일’은 신자유주의 사회에서 ‘홀로’를 강요당하는 우리를 구하는 첫걸음이다. 독서모임에 나가 책을 읽고, 조기축구회나 에어로빅동호회에 가입해서 운동하며, 봉사활동에 참여해 약자를 돌보는 등 사회자본을 꾸준히 늘려가는 것은 우리 자신의 행복에 필수적일 뿐만 아니라 공동체를 위기에서 구하는 길이다.

다양한 시민공동체에 참가해 사회적 유대를 폭넓게 구축하되 파벌주의·지역주의·정실주의의 유혹을 경계하고 관용과 연대에 바탕을 둔 시민성을 기를 때, 우리는 부패를 무찔러 민주주의를 작동시키고 도덕을 퍼트려서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 코로나19는 가뜩이나 모자란 우리의 사회자본을 고갈 위기로 몰아넣었다. 위드 코로나 시대다. 이제 모든 것을 제자리로 되돌릴 때가 되었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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