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지원금' 띄운 이재명, 文정부와 차별화..산토끼 포섭 전략

박주평 기자 2021. 11. 1.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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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장수 경제사령탑' 홍남기와 갈등 구도..선명성↑
일부 친문 지지자 "여당이면서 반문질" 반발 목소리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1일 서울 여의도 광복회관에서 김원웅 광복회장을 예방한 뒤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1.11.1/뉴스1 © News1 국회사진취재단

(서울=뉴스1) 박주평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정부여당과 협의되지 않은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띄우는 등 문재인 정부와 차별화하기 위한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정권 교체를 바라는 여론이 높게 나타나는 만큼 대선 최대 이슈가 될 '부동산 정책' 등과 관련해 확실히 정부와 선을 그어 중도층, 이른바 '산토끼'를 잡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 후보는 1일 국회에서 박병석 국회의장과 면담한 뒤 기자들과 만나 본인이 주장하는 전 국민 재난지원금 추가 지급에 대해 "결국 판단의 문제가 아니라 결단의 문제고, 충분히 대화하고 국민들의 여론이 형성되면 따르는 것이 국민주권 국가의 관료와 정치인이 할 일"이라고 밝혔다.

이 후보가 지난달 29일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주장을 처음 내놓은 뒤 정치권에서는 갑론을박이 진행 중이지만, 자신의 의지를 재확인한 셈이다. 이 후보는 전날(10월31일) 일정이 끝난 뒤에도 기자들에게 재난지원금 시기와 금액은 당과 협의해야 할 문제라고 말을 아끼면서도 "최하 30만원에서 50만원 정도는 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했다.

정부가 본격적으로 '단계적 일상회복'을 추진하는 국면에서 이 후보의 전 국민 재난지원금 주장은 문재인 정부와 차별화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정부는 지난해 상반기 지급한 1차 재난지원금을 제외하고는 2차부터 5차까지 네 차례 지원금을 모두 소득에 따라 선별지급했고, 그 과정에서 '전 국민 지급'을 주장하는 민주당과 갈등도 불사했다. 이 과정에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재명 후보와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마찰을 빚었고 민주당 내 '경질론'까지 대두됐지만, 문 대통령의 굳은 신뢰로 최장수 경제사령탑으로 재임하고 있다.

이 후보 대변인인 박찬대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재난지원금 지급에 대해 "홍 부총리에 도전하고 돌파해야 한다"고 말하며 대립각을 더 분명하게 세웠다. 이 후보는 재난지원금뿐 아니라 지난 9월 기재부가 2022년도 본예산에 지역화폐 예산을 77% 삭감한 것을 두고 홍 부총리를 향해 "도대체 이러는지 이해가 안 된다. 이러지 마시라"라고 날을 세웠다. 민주당도 이 후보의 주장을 반영해 이번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지역화폐 예산을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이 후보는 민주당 대선 후보지만 현 정부와 갈등을 오히려 만들어냄으로써 자신의 선명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송영길 대표는 이미 지난달부터 이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 되는 것도 '정권교체'라고 여러 차례 주장했고, 이 후보 역시 집권 시 새 정부의 명칭을 '이재명 정부'로 하고 싶다고 밝히며 '권력 교체'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 후보는 전날 기자들과 만나 "문재인 정부의 성과에 바탕을 두되 더 나은, 성과 있는 민주 정부로 가야 한다"며 "국민의 변화에 대한 욕구가 저에 대한 기대로 모인 측면이 있지 않나"라고 설명했다.

결국 정권교체론이 정권재창출 여론보다 높은 만큼 중도층을 공략하기 위한 의도적인 전략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이 40% 안팎을 기록하는 등 탄탄하지만, 이들을 '집토끼'로 본다면 결국 대선 승리를 위해 중도층인 '산토끼'를 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일부 친문 지지층에서는 이 후보의 '권력 교체'를 바라보는 불편한 시선도 감지된다. 이날 민주당 권리당원 게시판에는 최근 이 후보와 민주당의 차별화 행보를 지적하는 글이 잇따라 게시됐다.

한 권리당원은 '여당이면서 반문질 대놓고 하는 XXX들'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홍남기를 '벽'이라고 악마화하면서 여당이라는 위치로 폭압적인 언사를 휘날리면서도 뻔뻔하게 고개를 들고 다니는 것들은 인간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친문 지지자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진 트위터에서도 한 이용자는 "홍남기 뒤에 바로 문프(문재인 프레지던트)가 계신데 이재명이 홍남기를 넘겠다고 얘기하는 건 앞으로 더 문재인 정부를 공격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jup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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