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과세 유예' 여야 공동전선..홍남기, 이번엔 버틸까
여야가 올해 정기국회를 앞두고 뜻 밖의 '공동 전선'을 형성한다. 내년초 예정된 가상자산(암호화폐) 과세 '유예'가 목표다. 가상자산에 대한 정의 규정조차 없는 상황에서 적어도 1년 이상은 늦춰야 한다는 현장 목소리를 고려한다.
내년 3월 대선은 과세 유예를 추동하는 힘이다. 700만명을 넘어서는 가상 투자자의 반대 목소리를 간과할 수 어렵기 때문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반대가 변수로 꼽히나 여야가 경쟁적으로 과세 유예를 주장하는만큼 영향력은 제한적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1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 기획재정위원회는 이달 중 조세소위원회를 열고 가상자산 과세 유예의 내용을 담은 소득세법 개정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유경준 국민의힘 의원 안 등이 대표적이다. 노웅래 안은 가상자산 과세 시기를 2023년으로 정부 계획보다 1년 유예하는 방안을, 유경준 안은 과세 시기를 2024년으로 2년 유예하는 내용이다.
사회적 합의를 위한 정치권 논의도 본격화된다. 김영진 민주당·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은 오는 11일 '디지털자산시장의 성숙을 위한 과세방안' 토론회를 공동 주최한다. 법 개정의 운전대를 쥔 조세소위원회에서 김 의원은 위원장을, 유 의원은 조세위원을 맡고 있다. 오는 3일에는 민주연구원(노웅래 원장)과 민주당 가상자산TF(유동수 단장)가 주최하는 '가상자산 과세 현안점검 및 투자자 보호를 위한 정책 토론회'도 예정됐다.
핵심 논의 대상은 과세 형평성이다. 현행 소득세법은 가상자산을 기타소득으로 보고 기본공제 250만원을 적용한다. 반면 국내주식은 개정된 소득세법이 적용되는 2023년 이후부터 금융투자소득으로 분류돼 5000만원이 공제된다.
이를테면 국내 주식투자로 1억원의 양도차익을 거둔 경우 5000만원을 공제받고 세율 20%(과세표준 3억원 초과 시 25%)를 적용해 1000만원의 세금을 부담하면 된다. 반면 가상자산 투자로 1억원을 벌면 공제액은 250만원 수준으로 줄고 세액은 1950만원으로 불어난다. 세부담율도 각각 10%와 19.5%로 큰 차이를 보인다.
과세를 예고한 정부의 준비 부족을 질타하는 목소리도 높다. NFT(Nonfungible Token·대체 불가능 토큰) 등 비교적 최신의 블록체인 기술이 적용된 디지털 자산에 대한 과세 여부가 불분명한 상황이다. 홍 부총리는 지난달 6일 기재위 국정감사에서 "NFT를 가상자산에 포함할지 여부는 논의 중이지만 아직까지는 (가상자산이) 아니다"며 "포함시켜 달라는 요구가 있어서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대선 정국은 이같은 정치권의 움직임을 뒷받침한다. 내년 3월 대선을 목전에 두고 형평성 문제와 준비 부족 등으로 투자자들 공감대를 얻지 못하는 과세 정책을 무리하게 추진할 이유가 없다는 설명이다. 더 나아가 국민 눈높이에 맞는 정책이라고 보고 당을 대표하는 정책으로 내세우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노웅래 의원실에 따르면 국내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 누적 이용자수가 지난해말 147만명에서 지난 7월말 기준 723만명으로 급증했다. 지난 4월 기준 일평균 거래금액은 22조원으로 코스피(유가증권시장)의 24조원과 맞먹는 수준이었다.
이에 여야는 가상자산 정의 규정을 담은 가상자산업권법(업권법) 제정 후 과세 여부를 논의해야 한다는데 공동 전선을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가상자산도 국내주식처럼 자본시장법상 금융투자소득으로 분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대표적이다. 다시말해 업권법에 따른 가상자산 정의 및 관련법령 정비를 해야 하는데 내년초 과세는 무리라는 논리다.
홍남기 부총리와 협의는 남은 과제로 꼽힌다. 홍 부총리가 예정대로 내년초 과세를 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는만큼 갈등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홍 부총리가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을 경우 대선을 앞둔 여야가 합의로 법안을 처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유경준 의원은 "정부가 준비가 안 됐다.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해야 한다는 원칙은 누구나 동의하나 국민의 재산을 보호하지 않고 책임은 하나도 지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청년층 입장이 중요한데 당 지도부도 같은 생각으로 알고 있다"며 "중도와 청년층 없이 어떻게 정권을 교체하겠는가"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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