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몰랐다..'플랫폼 일자리'의 질주

권도경 기자 2021. 11. 1.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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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리아 빅 체인지 7 - ① 노동의 종말과 새로운 시작

코로나로 세계 산업지형 격변

재택근무·비대면 소비 급증에

작년에만 179만명 플랫폼 취업

정년·겸직·근무시간 제약없는

‘일자리2.0’으로 노동전환 필요

‘카카오뱅크, 크래프톤, SK아이이테크놀로지, SD바이오센서….’

이들은 최근 산업구조 변화를 가장 빠르게 반영하는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투자 열풍을 불러온 ‘최대어’다. 한국 경제가 기존 제조업에서 정보기술(IT), 제약·바이오, 전기차·배터리, 게임 등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판도가 바뀌자 자본시장에서도 이 같은 현상이 여실히 투영된 것이다.

한국 산업을 키운 자동차·화학·철강·조선·건설 등 전통적인 제조업이 주춤한 가운데 모바일·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한 산업과 플랫폼 경제가 기존 시장을 잠식하면서 한국 산업 형태와 노동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그동안 전통적 산업 구조를 기반으로 한 국내 노동 시장도 코로나19 사태를 기점으로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다. 노동계에서는 일자리의 미래를 제조업에서 찾기 힘들어진 만큼, 연구·개발(R&D)과 신기술을 중심으로 한 노동전환 작업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일 노동계에서는 최근 4차 산업혁명이 물꼬를 튼 노동시장 변화가 코로나19 사태란 기폭제와 맞물리면서 급물살을 탔다고 보고 있다. 얼마 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21 고용 전망 보고서’에서 “향후 3년간 단순 업무직의 3분의 1이 추가로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OECD는 이번 보고서에서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전 세계에서 실업자 1억1400만 명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전통적인 일자리의 종말을 앞당기고 있다는 얘기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인간이 맡았던 단순한 노동을 새로운 기술로 자동화하는 사례가 늘어났고, 일반 생산직 등이 자연 감소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경제학자들도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세계 산업 지형이 바뀌면서 보건·의료 등에서 구인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사람들이 환경에 눈을 돌리면서 친환경과 에너지 산업발 인력 수요도 급증했다. 또 재택근무와 비대면 소비가 확산되면서 플랫폼 경제도 주요 산업으로 떠올랐다. 메타버스 등 신산업도 등장했다.

국내에서도 산업 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설립된 지 불과 몇 년 안 된 기업들 가치가 수십 년 넘게 기간산업으로 자리 잡아온 제조 대기업의 시가총액을 넘어서는 일도 잦아졌다. 기존 대기업에서도 창의성을 요하는 R&D 분야 근로자들이 단순 생산직 근로자들보다 더 많이 채용되기 시작했다. 국내 기업들에서 볼 수 있듯이 단순 생산직·업무직 일자리는 감소하는 등 단순 노동 시대의 종말은 이미 시작됐다는 설명이다. 이에 제도 변화가 불가피해지면서 노동시장 개혁과 법 정비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용춘 한국경제연구원 고용정책팀장은 “R&D 중심의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나는 추세에 대응하지 못한다면 고용 시장의 쇠락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라며 “시대에 맞지 않는 노동시간 중심 고용형태, 정년 규제 등에 얽매이지 말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고용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가장 극적인 변화가 일어난 곳은 플랫폼 노동시장이다. 플랫폼 경제란 새로운 개념이 생겼고, 코로나19 특수효과를 누리면서 플랫폼 노동자도 급증했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플랫폼을 통해 일자리를 구한 근로자는 지난해 기준 179만 명으로 추정된다. 이는 전국 취업자 중 7.6%에 이르고, 서울 지역 취업자 10명 중 1명인 9.3%에 달하는 수치다.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온라인 방식이 극대화되면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플랫폼 경제를 빼면 생활이 어려울 지경이 된 만큼 노동계는 플랫폼 근로자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수십 년 전 전통 제조업에 맞춰 제정된 근로기준법과 근로시간 중심 노동 개념도 바뀔 시점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1~3차 산업혁명시대에는 근로시간과 근무장소가 정해져 이를 중심으로 일했다면 4차 산업혁명과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생산성 외에 시간과 장소 제약이 없는 노동시장으로 전환돼야 한다는 것이다. 김 팀장은 “정년 보장과 겸직금지, 근로시간 위주로 이뤄진 ‘일자리 1.0’에서 근무장소와 시간, 겸직, 정년 제약 없이 근로 ‘계약’법 중심의 ‘일자리 2.0’ 체계로 빠르게 바뀔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기존 인식에 고착화된 노조운동도 변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상당하다. 현대자동차 노조의 경우는 정년 연장, 전기차 생산 설비 유치 등 전통적인 노동 시장 틀에 맞춘 요구사항을 고수하고 있다. 산업 전환으로 일감이 줄면서 불투명해진 미래에 대한 공포감이 노·노 갈등을 불러올 가능성도 높아 고용시장 경직성을 해소하고 노동 유연화도 뒷받침돼야 새로운 노동시장이 열릴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배적 의견이다.

권도경 기자 kw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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