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화 vs 비중 확대.. 극과 극인 대선 후보의 원전 생각

이윤정 기자 2021. 11. 1.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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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3월 9일 치러지는 대통령 선거의 대진표가 조금씩 윤곽을 드러내면서 후보들의 에너지 관련 공약도 공개되기 시작했다. 문재인 정부가 세운 2050 탄소중립 계획을 폐지하고 전체 에너지에서 차지하는 원전 비중을 50%까지 늘리겠다는 후보가 있는 반면, 탄소중립 시점을 10년 앞당기고 ‘원전 제로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후보도 있다.

1일 원자력 업계에 따르면 국민의힘 대선 경선 주자인 홍준표 의원은 지난달 30일 에너지 정책 대전환 공약을 발표했다. 홍 의원은 문재인 정부가 수립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와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전면 폐기하고, 원전과 수소로 탄소중립에 도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한울 3·4호기 등 원래 계획된 원전 건설을 즉시 재개하고, 신규 원전을 조속히 착공해 원전 비중을 현재 29%에서 50%로 높이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홍준표 대선 경선 후보가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jp희망캠프에서 'G7 선진국 시대를 위한 정책대전환 종합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홍준표 캠프 제공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한 언론인터뷰에서 “가동이 중단된 원전은 다시 돌려야 한다”며 “인류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탄소중립을 해야하고, 이를 위해 원전을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월성 원전 1호기의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등 탈원전 이슈는 윤 전 총장이 정치에 뛰어든 계기이기도 하다.

유승민 전 의원은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원전이 필요하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원전 비중 확대에는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그는 지난 8월 대권 도전 선언문에서 “탄소중립은 우리가 가야할 길”이라며 “석탄발전을 대폭 줄이고 원전으로 대체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유 전 의원은 지난 2017년 19대 대선 과정에서 “신규 원전 건설은 중단하고 기존 원전은 안전을 보강해야 한다”며 원전 확대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 바 있다. 지난달 TV 토론회에서도 “(2017년에) 탈원전이라는 표현을 쓴 적이 없다”면서도 “단계적으로는 (원전을) 줄여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이재명 전 경기도지사는 문재인 정부보다 더욱 강력한 탈원전 정책을 주장했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 8월 문재인 정부가 선언한 2050 탄소중립을 목표로 삼되, 달성 시기는 2040년까지 앞당기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내놓은 바 있다. 2050년 탄소중립도 도전적인 목표라는 평가가 대부분인데, 이를 10년 빠르게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원자력 업계는 이 후보가 지난 2017년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에 참여했을 때 ‘원전 제로화’를 주장했다는 점을 떠올리고 있다. 그는 당시 “신규 원전 건설을 중단하고 가동 중인 원전도 연한이 지나면 순차적으로 폐쇄해 원전제로정책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었다. 원전으로 인해 노출되는 위험과 장기간에 걸친 사후관리비용 등을 계산해보면 원전 운영에 필요한 비용이 결코 싸지 않다는 이유였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 역시 같은 시기 2040년까지 국내 원전을 모두 폐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심 후보는 지난 9월 대선 출마를 선언하며 2030년까지 탄소배출을 50% 감축하고 재생에너지 비중을 전력생산의 5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내용의 ‘구해줘 지구 5050 플랜’을 발표했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고사 위기에 처한 원자력 업계는 대선 후보들의 에너지 공약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지금보다 강도높은 탈원전 정책을 예고한 이들이 대통령이 되면 원자력 업계의 암흑기가 더 길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원자력 업계 관계자는 “4년간의 탈원전 정책으로 현재 원자력 경쟁력이 크게 하락한 상황”이라며 “탈원전 정책 기조가 길어지거나 이보다 강력한 탈원전 정책이 시행된다면 경쟁력을 회복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원자력산업협회가 지난 4월 작성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제출한 ‘원자력 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원자력 관련 학과에 재학 중인 학생은 지난해 3월 기준 2190명으로, 2017년 8월(2777명) 대비 21.1% 감소했다. 이는 학부생과 석사, 박사, 석·박사 통합과정생을 모두 합한 수치다. 학사 과정 재학생은 같은 기간 2019명에서 1566명으로 22.4% 감소했다. 이외 원자력 발전사업자 매출은 문재인 정부 출범 전인 2016년 20조7655억원에서 2019년 15조9074억원으로 24% 감소했고, 원전 공급산업 매출도 같은 기간 5조5034억원에서 3조9311억원으로 39% 급감했다.

성풍현 카이스트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명예교수는 “현 정부의 2050 탄소중립과 2030 NDC는 무리한 측면이 있는 만큼 차기 정부는 에너지 계획 전체를 탈원전 정책 발표 이전으로 수정해야 할 것”이라며 “후보들은 탄소중립을 위해 원자력 비중이 높아져야 한다는 점을 이해하고 관련 공약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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