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망·철강·기후' G20 탈중국 요구한 美, 또 시험대에 선 한국

정지우 2021. 11. 1.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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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급망 해결책으로 '중국 의존 탈피 ' 주문하며 강제·아동노동 비판
- 중국산 저가 철강 겨냥 "더러운 중국 철강, 미국 수입 제한할 것" 강조
- 韓, 공급망 해결과 철강 등 놓고 美中 사이 선택 기로 가능성도
문재인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 누볼라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공식환영식에서 참석 국가 정상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2021.10.31/뉴스1 /사진=뉴스1

【베이징=정지우 특파원】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글로벌 공급망과 철강, 기후변화를 놓고 대중국 견제를 위한 동맹국 결집을 요구하면서 한국은 또 다시 시험대에 놓이게 됐다. 미국의 중국 때리기가 강화되면 반사이익보다는 미중 각 현안에서 양자택일의 순간을 맞이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통적으로 안보는 미국에, 경제는 중국에 의존도가 높은 한국 입장에선 어느 쪽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31일(현지시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처음으로 공급망 대책회의를 열고 핵심 우방 정상들에게 ‘탈중국’을 요구했다. 미국을 포함해 전 세계 물류 공급 차질이 장기화되자, 원인을 중국으로 지목하면서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고 주문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직접적으로 ‘중국’을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는 공급망이 강제 노동과 아동 노동으로부터 자유롭도록 해야 한다”거나 “하나의 소스에 의존하지 않도록 공급망은 다각적이어야 한다”는 표현으로 중국을 겨냥했다.

미국의 중국 압박 주요 수단이었던 노동·인권 문제와 중국산 공산품·원자재 생산 감소 등을 글로벌 공급망 문제와 연관시킨 셈이다.

이미 미국 정부는 삼성전자 등 세계 유수의 반도체 기업들에게 핵심 자료 제출을 요구하며 독자적인 공급망 시스템 구축에 주력하고 있다. 외국 사이버 공격으로 미국 내 유류와 육류 등 공급망 차질이 빚어졌으며 세계의 공장인 중국 전력난 때문에 제조업 공장 가동이 멈추면서 세계 소비자들이 화장지, 장난감 등 물자 부족을 겪고 있다는 보도도 있다.

공급망 대책회의엔 유럽연합(EU)과 한국, 독일, 호주, 인도, 이탈리아, 싱가포르 등 14개국 정상이 대면 혹은 화상 참석했다. 대부분 오랫동안 친미관계를 형성한 국가로 꼽힌다. 따라서 참여한 각국 정상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중국을 배제하기 위한 미국 우방국 결집 자리가 됐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공급난은) 어느 한 나라가 일방적인 조치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관련국간 조정과 단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철강·알루미늄 산업 분야에선 중국산 철강을 ‘더러운’으로 지칭하며 EU와 함께 중국을 견제할 ‘글로벌 합의’를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중국은 철강·알루미늄 세계 생산 1위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질이 떨어지는 상태에서 정부 보조금을 받는 저가를 무기로 세계 시장에 대량 공급하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로 인해 글로벌 합의는 철강 분야에 탄소배출 기준을 엄격히 적용, 중국산 철강의 공급 과잉을 차단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힐 것으로 관측된다.

문제는 미중 의존도가 높은 한국도 G20 정상회의에서 자연스럽게 대중국 견제에 동참하는 모양새가 됐다는 점이다. 참여국 가운데 중국과 무역이 자국 경제에서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이탈리아, 싱가포르, 인도, 독일 역시 사정이 비슷하다. 바이든 대통령이 구태여 G20에서 공급망 회의를 개최하고 철강 합의를 추진키로 한 것도 이러한 효과를 노린 것으로 풀이된다.

주중 대사관 관계자는 “현재 국제적인 결정을 할 때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선진국으로는 부족하고 G20에서 합의를 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면서도 “(한국 입장은)경제 분야에서 투명성과 포용성이 기본 원칙”이라고 말했다.

다만 미중 모두 한국의 지리적·정치경제적·군사적 입장을 이해하고 있다는 점은 한국 입장에서 긍정적 요소다. 미·EU가 공동 성명에서 “관심 있는 어떤 국가에도 참여가 열려 있을 것”이라고 했고, 발디스 돔브로우스키스 EU 무역 담당 집행위원이 “생각이 같은 나라들에 이 합의에 참여하라고 초청할 것”이라고 말한 대목도 선택의 여지를 주겠다는 취지로 일부에서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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