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사람 없어도 화물 이동 척척..로테르담 자동화 터미널에 가다

임애신 2021. 11. 1.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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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 시스템으로 인력 운용 최소화
시설 100% 전기로 운영..친환경 행보
컨테이너 처리능력 8개→25개로 급증
"기술 고도화로 생산성 확대 무궁무진"
네덜란드 로테르담항 APMT2 터미널 (사진=APMT2)
[로테르담(네덜란드)=이데일리 임애신 기자] 인기척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항만에 응당 있어야 할 크레인 기사와 트럭 운전사가 로테르담항 마스블락테에 위치한 APM터미널(APMT2)에선 보이지 않는다. 거대한 야적장에 쌓인 수십 개의 컨테이너만 정갈하게 쌓여 있다. 마치 테트리스 게임을 연상케 한다.

일할 사람이 없어도 컨테이너는 운반된다. 자동운반 차량 AGV(Automated Guided Vehicle) 덕분이다. AGV는 사람의 운전이나 조작 없이 컨테이너를 옮긴다. 마치 자동차를 절반으로 잘라 하단만 남은 듯한 모습의 AGV는 이런 이유에서 운전석이 없다.

AGV는 야적장에 정차해 있다가 신호가 들어오면 가야 할 곳으로 이동한다. 컨테이너를 들어 올려 싣고 오는가 하면, 반대로 컨테이너를 올려두기도 한다. AGV 여러 대가 초당 6m의 속도로 동시에 움직이지만 충돌은 없다. AGV의 움직임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명확하다.

그 비법은 칩에 있다. 콘크리트에 심어진 칩이 AGV를 목적지로 인도한다. AGV는 쉬는 시간 없이 24시간 내내 작업한다. AGV에는 스마트폰처럼 전기로 충전하는 배터리가 장착돼 있는데, 방전되면 스스로 충전소로 이동해 배터리를 교체한다. AGV뿐 아니라 터미널 전체가 전기로 운영돼 이산화탄소 배출이 ‘제로’다.

AGV를 비롯해 모든 장비가 일목요연하게 움직일 수 있는 것은 정보기술(IT) 덕분이다. 오늘 할 일에 대한 데이터를 입력해 놓으면 선박부터 장비, 세관, 게이트, 크레인 등의 작업이 자동으로 통합해 진행된다.

사람 없이 스스로 컨테이너를 운반하는 자동운반차량 AGV (사진=APMT2)
화물트럭 운전사가 컨테이너를 실어 가기 위해 AMPT2에 들어왔다고 가정해보자. 트럭 기사가 카드를 긁으면 어떤 화물을 어디로 가서 가져와야 하는지 알 수 있는 정보가 뜬다. 그곳으로 가서 버튼을 누르면 자동으로 화물이 실린다. 이 운전사가 실어야 할 화물이 최하단에 있어도 문제없다. 크레인이 알아서 그 위에 있는 컨테이너들을 다른 곳으로 옮겨주기 때문이다.

명령은 컨트롤 룸에서 사람이 카메라를 통해 조이스틱으로 조작을 한다. 이런 측면에서 APMT2가 ‘완전 자동화 항만’이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 그래도 현재로선 APMP2는 미국 롱비치, 독일 함부르크 등 전 세계 14개의 자동화 터미널과 함께 가장 높은 수준의 자동화를 구현 중이다.

안전면에서도 탁월하다. 자동 시스템으로 움직이다 보니 사고가 나거나 인명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원천차단된다. 현장에 있는 소수의 인력의 안전도 문제없다. AGV가 운행되는 곳에는 펜스를 둘러 사람이 들어가지 못하게 했다. AGV에 장착된 센서는 사람의 접근 여부를 스스로 파악한다. 또 겨울철에는 AGV가 속도를 절반으로 줄여 운행한다. 바닥이 얼어 충돌사고가 발생할 여지를 없애기 위한 조치다.

APMT2는 로테르담항만의 첫 번째 자동화 터미널이다. 2006년만 해도 APMT2가 있는 자리는 바다였다. 개발을 통해 86만㎡ 넓이에 수심 20m를 보유한 터미널로 탄생했다.

월터 미헬 APMT 터미널 IT·운영 실장은 “반자동화는 사람이 작업하기 때문에 효율이 올라가는 데 한계가 있지만, 자동화는 기계가 진화하는 것이므로 효율이 무궁무진하게 올라갈 수 있어 잠재성이 크다”고 말했다. 실제 시간이 지날수록 생산성이 높아지고 있다. 월터 실장은 “상업 운영이 처음 시작된 2015년에는 시간당 컨테이너 처리 능력이 8개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25~26개 정도”라며 “기술이 진보하면 35개 이상도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계적으로 로테르담항만을 비롯해 미국, 독일, 호주, 중국, 일본에서는 총 14개의 터미널이 자동화로 운영 중이다. 중국 텐진과 싱가포르도 이 대열에 합류할 예정이다.

한국은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내년과 2024년 개장하는 부산항 신항 2-5, 2-6단계를 스마트 항만으로 건설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사진=APMT2)

임애신 (vamo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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