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분쟁' 끝내고 공동전선 구축한 美·EU.."더러운 中 철강 막자"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철강·알루미늄 관세를 둘러싼 분쟁을 끝내고 공동으로 중국 견제에 나선다. 새로운 ‘관세 동맹’에 한국이 참여하게 될지 주목된다.
미국과 EU는 지난달 31일(현지 시각) 발표한 공동 성명에서 양측의 철강·알루미늄 관세 분쟁 해소를 알리고, 처음으로 탄소 집약도와 글로벌 공급 과잉에 대응할 글로벌 합의를 위해 협상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첫 조치로는 “교역용 철강·알루미늄에 수반되는 (탄소) 배출을 평가하기 위한 공동의 방법론을 개발하고 관련 자료를 공유하기 위한 기술적 워킹 그룹을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
양측은 이를 “무역 정책을 동원해 기후변화 위협 및 글로벌 시장 왜곡에 맞서려는 공동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하며 “관심 있는 어떤 국가에도 참여가 열려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글로벌 시장 왜곡’이라는 표현을 통해 현(現) 철강·알루미늄 생산 세계 1위인 중국의 값싼 물량 공세와 이에 따른 공급 과잉에 맞설 의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같은 날 약식 회견을 열고 이같은 의중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미국과 EU는 미국인의 일자리와 산업을 보호하면서 기후변화의 실존적 위협에 대응할 중대한 돌파구를 마련했다”며 “중국과 같은 나라의 더러운 철강(dirty steel)이 우리 시장에 접근하는 것을 제한할 것이고 우리 시장에 철강을 덤핑해 우리 노동자들과 산업, 환경에 크게 피해를 준 나라들과 맞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발디스 돔브로우스키스 EU 무역 담당 집행위원도 이날 “철강 분야 글로벌 공급 과잉은 유럽의 문제가 아니다”며 “생각이 같은 나라들에 이 합의에 참여하라고 초청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인 2018년 3월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해 EU와 중국, 일본에서 수입하는 철강과 알루미늄에 각각 25%, 10%의 관세를 부과했다. 이에 반발한 EU는 같은 해 6월 버번위스키, 리바이스 청바지, 할리 데이비드슨 오토바이 등 미국의 대표적인 제품에 보복 관세를 부과했다. 오는 12월부터는 보복 관세율을 25%에서 50%로 두 배 올릴 예정이었다.
미 상무부는 EU와의 이번 합의가 철강에 대한 무역확장법 232조 적용은 유지하되, 제한된 물량의 유럽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무관세 수출을 허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관세를 면제받을 물량의 규모는 명시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와 관련, 로이터는 익명의 관계자를 인용해 미국이 유럽산 철강 330만t에 무관세를 적용한다고 전했다.
330만t을 넘어서는 물량에는 관세가 부과되는 저율관세할당(TRQ) 방식이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이전에도 관세가 면제됐던 일부 품목을 포함하면 EU가 내년 무관세로 수출할 수 있는 물량은 430만t에 달한다.
상무부는 무관세가 전적으로 EU 회원국에서 생산된 철강에 대해서만 적용되는 것이라고도 못박았다. 중국 등이 자국산 철강에 대한 무관세 혜택을 받기 위해 유럽에서 최소한의 처리만 거친 뒤 미국으로 수출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한국은 미국으로부터 철강 무관세를 적용받는 대신 물량을 제한받고 있는 상황이다. 2015~2017년 철강 완제품 평균 물량의 70%로 대미(對美) 수출량을 제한하는 쿼터제를 택했다. EU산 철강에 관세가 사라지면 상대적으로 한국산 철강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어 이번 합의가 한국의 대미 수출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한국이 미국과 EU의 새 관세 동맹에 선뜻 참여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중국 측은 앞서 수차례 한국에 “미국 편에 서면 큰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고 경고해왔기 때문이다. 중국은 2016년 한국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배치 이후 내린 한한령(限韓令·한류금지령)을 지금까지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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