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들의 글씨 가로선 길고 우상향.. 필체 바꾸면 인생 달라질 수 있어" [차 한잔 나누며]
檢 거치며 범인·친일파 서체 주목
인격 연관성 깨달아 필적학 몰두
긴 가로선 '인내심' 우상향은 '긍정'
정주영·스티브 잡스 글씨 최고 꼽아
하루 30분 8주 연습 땐 성향 변화
국내 필적학 선구자인 구본진(56) 로플렉스 대표 변호사는 지난 27일 서울 용산구 세계일보 사옥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병철, 정주영, 스티브 잡스, 워런 버핏, 빌 게이츠, 제프 베이조스, 일론 머스크 등 세계 최고 부자들의 글씨를 분석해 보니 공통점과 부자 되는 성향이 발견됐다는 것이다. 구 변호사는 15년간 2000명 넘는 사람의 글씨를 연구한 전문가로, 최근 ‘포브스’ 부자 리스트에 오른 이들의 필체를 최초 분석해 ‘부자의 글씨’라는 책을 내놨다.
먼저 부자들의 글씨는 대체로 가로선이 길고 우상향의 형태를 보인다. 가로선이 길다는 것은 인내심이 있다는 걸 의미하고, 우상향의 글씨는 긍정적인 사고를 가진 것으로 해석된다고 구 변호사는 설명했다. 글씨 쓰는 속도가 빠르면 두뇌활동이 빠르고 활력이 있다. 또 마지막 가로선이나 세로선을 꺾는 글씨는 결단력, 책임감을 갖추고 있어 일처리의 마지막 부분을 야무지게 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ㅁ’자의 마지막을 굳게 닫는 것은 절약 혹은 일의 완성을 신경 쓰는 것이다. 그는 “이런 특징들은 부자들뿐만 아니라 모든 성공한 사람들에게서 공통으로 나타난다”고 말했다.
구 변호사는 이번에 분석한 부자들 35명 가운데 현대그룹 창업자 정주영과 애플 공동 창업자이자 전 CEO 스티브 잡스의 글씨를 최고로 꼽았다. 그는 “정주영은 인내심, 일의 완성, 결단력, 책임감, 절약, 열린 사고 등 다양한 부분에서 탁월한 글씨를 갖고 있다”면서 “부자를 떠나 20세기 최고의 글씨라고 본다”고 극찬했다. 한두 가지가 특출난 것이 아니라 상반된 특성까지도 보완할 수 있을 정도로 모든 부분에서 골고루 좋은 성향을 갖고 있다는 점이 놀랍다는 것이다. 잡스 역시 모든 특성이 아주 잘 드러나 있는 글씨체를 갖고 있어 최고 수준의 성공 가능성을 갖췄다고 평가됐다.
그렇게 당시 국내에서는 생소하던 필적학에 깊이 몰두하게 됐다. 미국, 독일, 프랑스, 영국, 일본, 중국 등 해외 서적을 찾아보며 연구하기 시작해 미국필적학회(AHAF)와 영국필적학자협회(BIG) 회원으로 등록되기에 이르렀다. 개인적인 관심으로 독학한 필적학이지만, 그는 이제 국내외에서 최고 수준의 전문가로 인정받고 있다. 2017년 10월 국방부는 그에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글씨 분석을 요청했다. 2018년 6월에는 영국 로이터통신이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직접 서명한 김정은의 필체에 대한 그의 분석 인터뷰를 싣기도 했다.
글씨 연구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한글에 대한 관심과 애정도 커졌다. 그는 “우리나라는 글씨의 예술성을 강조하는 서예에만 치중하다 글쓰기가 생활에서 분리돼 버렸다”고 아쉬워했다. 그러면서 “우리 사회에 손글씨가 사라지며 연구도 안 하고 분석도 안 한다”며 “게다가 서예는 한자를 가지고 했던 것이기에 한자 사용이 줄면서 더 빠르게 쇠락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글에 한국 사람들의 내면이 반영되기 때문에 한글 글쓰기를 발전시켜야 한다는 문제의식과 목표를 갖고 있다. 그래서 다음 목표는 한국인에게 가장 적합한 습자 교과서를 내는 것이다. 그는 “어린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좋은 글씨체를 연습할 수 있는 책을 쓰고 싶다”며 “그리고 그간의 연구 결과를 집대성해 한글에 맞는 필적학책을 내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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