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中·日 '중산층 강화' 화두 속 한국은

김청중 2021. 10. 31.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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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유주의發 양극화 심화에
일본 기시다 '새자본주의' 구상
중국도 '공동부유론'으로 선회
韓 대선후보 '중산층정책' 주목

경제안전보장과 새로운 자본주의는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 정권의 주목되는 양대 정책이다.

경제안보는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 및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우대국) 제외, 반도체, 첨단기술 문제와 맞물려 우리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이슈이지만 새로운 자본주의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김청중 도쿄 특파원
기시다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내가 목표로 하는 것은 새로운 자본주의의 실현이다.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과 코로나 이후의 새로운 사회 개척이 콘셉트(기본개념)”라고 일성(一聲)을 외쳤다. 신노선의 골자는 중산층 확대·강화다. 분배를 통한 격차 시정으로 중산층을 더욱 두껍게 함으로써 소비나 기업 투자를 활성화한다는 구상이다.

이는 경쟁 원리를 강조하는 신자유주의 노선에 대한 반작용이다. 신자유주의 아래에서 성장의 과실이 중산층을 포함한 사회 전체로 확대되지 않고 격차를 심화시켰다는 문제의식이 반영됐다.

2001년 집권한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정권 이래 본격화한 신자유주의 노선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에서 극에 달했다. 양적 완화를 통한 경기 부양을 목표로 하는 아베노믹스로 주가는 오르고 기업 이윤이 늘기는 늘었다. 그런데 기업이 이익을 노동자에게 나눠 주지 않고 금고에 쌓아 놓았다. 기업 내부유보(이익잉여금)는 아베 2차 정권 출범 해인 2012년 이래 9년 연속 사상 최고다. 반면 국민의 실질임금은 감소하고 대·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도 확대됐다. 1996년 연 472만엔이었던 1인당 평균임금은 2018년 기준 433만엔이다.

부유층과 대기업이 더 부유해지면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해 부가 저소득층·중소기업에 파급된다는 것이 트리클다운(trickle-down) 효과다. 낙수효과라고도 한다. 이런 효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국민 절대다수가 중산층이라는 1억총중류(一億總中流) 신화는 무너졌다.

신노선에 대기업과 시장의 반발 움직임이 있다. 기시다 총리도 중의원(하원) 총선을 앞두고 기득권층을 의식한 듯 파이를 키워야 한다는 발언 빈도는 늘렸고, 금융소득 과세 이야기는 쏙 집어넣었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의 에다노 유키오(枝野幸男) 대표는 재분배 정책을 통한 1억총중류 사회의 부활을 내걸고 있다. 그는 선성장·후분배론에 대해 “성장의 과실을 분배해 그다음 성장으로 이어지게 한다고 이야기하지만 현재 성장을 못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그 원인은 격차와 장래 불안”이라며 “이것(격차와 장래 불안)을 해소하는 재분배가 선행하지 않으면 성장은 없다”고 단언한다.

일본의 중산층 강화론은 격렬한 논쟁과 세력 대결 속에서 방향과 내용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여야 모두 이번 총선 공약에 중산층 강화와 분배 중시 내용을 넣었다는 점에서 장차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될 수 있다.

중국이 선부론(先富論·일부가 먼저 부유해진 뒤 부를 확산한다)에서 선회해 공동부유론을 제기하는 배경도 따지고 보면 일본의 고민과 맞닿아 있다. 사회주의 시장경제 도입 이래 사회분열을 초래할 수 있는 격차 확대를 시정하기 위해 중국도 새로운 모색이 필요한 시점이다. 현재 세계 각국이 직면한 문제가 신자유주의의 양극화에서 비롯된다는 점에서 중·일의 논의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대한민국은 어떠한가. 광복 70여년의 젊은 나라가 벌써 조로화(早老化)하는 양상이 보이지 않나. 중산층 약화, 양극화 심화, 빈곤율 고조 등 다른 선진국과 비교해 만만찮은 상황이다. 경제적 격차 확대는 물론이고 입시·취업 등에서도 신자유주의적 제도 도입 이래 ‘신(新)음서제’란 말이 있을 정도로 사회계층 이동의 고착화도 뚜렷해지고 있다. 더 높은 곳을 오를 사다리를 잃은 청년층의 불안과 불만은 그 결과다.

다가오는 위기 속에서 한국 대선의 화두도 중산층 문제가 될 수 있다. 정작 우리 미래와 직결된 각 후보의 정책적 지향점과 고민은 각종 스캔들을 둘러싼 정쟁에 가려져 좀처럼 알 수 없다. 보통사람의 중산층 꿈은 어떻게 되나, 개천에서 다시 용은 나올 수 있나. 후보들의 정책을 듣고 싶다.

김청중 도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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