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 살던 시절에는 남극에도 숲이 있었다"
[경향신문]
산불의 증거인 ‘숯 화석’ 발견돼
중생대 백악기 겉씨식물 존재 확인
“당시 활발한 화산 활동” 추정도
공룡이 살던 중생대 백악기에 남극에선 산불이 났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 시기 남극에는 울창한 산림이 있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증거여서 과학계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브라질 페르남부쿠연방대 소속 과학자들을 중심으로 한 국제 연구진은 백악기 무렵 남극에서 산불이 일어난 증거를 발견했다고 최근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폴라 리서치’ 최신호에 게재됐다. 연구진은 남극 대륙 북부에 있는 제임스로스섬의 지표면에서 2015년부터 1년간 조사한 끝에 ‘숯 화석’을 발견했다. 가로 1.9㎝, 세로 3.8㎝에 이르는 불에 탄 작은 조각이었는데, 전자현미경으로 관찰했더니 8400만년 전부터 7200만년 전 사이 남극에서 일어난 산불로 생긴 나무의 잔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연구진은 이 숯이 겉씨식물의 일부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했다. 꽃을 피우지 않고 번식하는 겉씨식물은 중생대에 번성했다. 지금까지 남아 있는 대표적인 겉씨식물에는 은행나무와 소철, 소나무가 있다.
이번 발견이 주목되는 건 숯이 확실한 산불의 증거이기 때문이다. 불이 붙을 재료, 즉 나무가 남극에 있었고, 대기 중에는 산소가 풍부했으며, 그리고 자연적인 발화원이 있었음을 말해준다.
연구진은 논문에서 “백악기 대기 중 산소 농도가 최소 15~16%를 넘었다”고 설명했다. 산소가 이 수치보다 적으면 불이 잘 발생하지 않는다. 백악기의 대기 중 산소 농도가 지금의 21%보다 적었을 수 있지만, 불이 붙기에는 어렵지 않은 환경이었다고 연구진은 판단했다.
연구진은 지질 활동을 분석해 백악기 남극에서 화산 활동도 활발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화산은 번개와 함께 유력한 자연 발화원이다. 산불을 만들 두 가지 조건, 즉 충분한 산소와 발화원이 있었고, 숯의 화석까지 발견된 상황을 종합하면 백악기 남극 대륙에서 산불이 일어날 만한 숲이 존재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백악기 당시에도 남극 위치는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햇빛을 잘 받을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남극에 숲이 있었던 이유는 뭘까. 지난해 독일 알프레드 베게너 연구진도 서남극 아문센해에서 채굴한 꽃가루와 뿌리를 통해 백악기 남극에 숲이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는데, 이들은 고농도 이산화탄소가 핵심이라고 봤다. 백악기 당시 대기 이산화탄소 농도가 지금의 4배 수준인 최고 1680PPM에 달했다는 얘기다. 페르남부쿠연방대 연구진은 남극 다른 곳에서도 숯의 흔적을 찾기 위해 추가 연구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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