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립여당 승리 일본 총선.. 기시다 못 웃는 이유

박은하·박하얀 기자 2021. 10. 31.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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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NHK 웹사이트


기시다 후미오 내각에 대한 일본 국민들의 평가 기회로 주목받았던 중의원 선거에서 연립여당인 자민당과 공명당이 과반 확보에 성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극우 성향 일본유신회의 약진 등으로 야당의 의석수는 늘어날 것으로 전망돼 아베·스가 정권 약 9년 동안 이어진 ‘자민당 1강’ 체제는 다소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연립여당 과반 확보

자민당은 일단 연립여당인 공명당과 합쳐 자체 목표 ‘마지노선’이었던 과반 의석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NHK가 31일 오후 8시 투표가 끝난 뒤 발표한 출구조사에 따르면 자민당은 전체 의석(465석) 가운데 212~253석을 얻을 것으로 예상됐다. 이전 의석(276석)보다 의석이 수십석 줄어들지만 과반의석(233석)은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자민당과 공명당을 합하면 239~288석으로 안정적인 과반이 된다. NHK는 “자민당이 과반을 달성하거나 과반 달성에 빠듯한 정세”라고 보도했다. 정확한 결과는 1일 새벽쯤 나올 전망이다.

다만 일본 정치를 지배해 오던 ‘자민당 1강 체제’의 색은 다소 옅어졌다. 야당 의석은 총 종전보다 다소 늘었다. 입헌민주당은 99~141석, 공산당은 8~14석을 얻을 것으로 추정된다. 극우 성향의 일본유신회의 약진도 예상된다. 현재 11석보다 3~4배 많은 34~47석을 확보할 것으로 분석됐다. 야당이 선전한 데는 후보단일화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입헌민주당과 공산당 등 5개 당은 전국 289개 소선거구 가운데 217곳에서 후보 단일화를 내고 142곳에서 여야 1대1 구도를 만들었다. 2017년 중의원 선거에서 야당 각개약진으로 자민당이 의석 3분의 2 이상을 휩쓰는 승리를 안겨줬다고 판단한 것이다.

일부 각료들이 지역구에서 접전을 벌이고 있다. 앞서 요미우리신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자민당 공식 서열 2위인 아마리 아키라 간사장도 당선 불확실 명단에 포함됐다. 아마리 간사장이 낙선한다면 기시다 총리의 리더십에는 어느 정도 흠집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와카미야 겐지 엑스포 담당상, 시오노야 류 전 문부과학상 등 전·현직 각료들도 접전 중이다. 아마리 간사장은 의석 감소의 원인에 대해 “코로나19 피해로 인한 불안과 불만이 쌓여 있었다”고 이날 밤 NHK에 말했다.

31일 일본 중의원 선거에서 유권자들이 투표하고 있다. 도쿄|AFP연합뉴스


■코로나 심판 대 경제 회복

야당 입장에서 이번 선거 최대 이슈는 코로나19 대응이었다. 입헌민주당은 아베·스가 정권의 코로나19 대응을 두고 ‘대답하지 않는 정권’이라고 비판하며 자민당 심판을 촉구했다. 자민당 독주 체제가 굳어지면서 아베 전 총리의 각종 스캔들과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비판 등 국민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할로윈을 맞아 고양이 분장을 한 초등학교 1학년 딸과 함께 도쿄 세타가야구의 투표소를 찾은 회사원 남성(39)은 “이번 선거는 코로나19 대응 논란을 매듭지을 기회라고 생각하며 한 표를 행사했다”고 마이니치신문에 말했다. 여동생과 단 둘이 함께 산다는 70대 여성(79)은 “3차 백신을 맞아야 하는지, 거리에 사람들이 늘고 있는데 그래도 되는 건지 여전히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자민당은 신속한 경제회복을 위해서는 집권 여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호소했다. 기시다 총리는 경기부양과 코로나19 피해 회복을 위한 수십조엔 규모의 추가 재정지출을 약속했다. 이 과정에서 야노 고지 재무성 차관이 여당의 정책을 “선심성 전투”라고 비판하는 기고를 언론에 보내는 파문도 있었다. 자민당의 경제 메시지는 유권자에게 어느 정도 파고든 것으로 보인다. NHK에 따르면 유권자들의 31%가 이번 투표에서 가장 중시한 정책으로 경제·재정 정책을 들었고, 코로나19 대책(22%)이 뒤를 이었다. 야당은 소비세 인하 등의 공약도 내세우며 분배를 강조했지만 자민당의 공약과 별반 차별화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받았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 로이터연합뉴스


■웃지 못하는 기시다

기시다 총리는 선거에 앞서 의석 목표를 연립여당 과반 획득이라고 낮춰 제시했다. 하지만 일본 정치권의 초미의 관심사는 자민당의 단독 과반 여부였다. 자민당은 민주당에게서 정권을 탈환한 2012년이후 세 차례 열린 중의원 선거에서 모두 단독 과반 의석을 차지해 왔다. 기시다 총리로선 일단 연립여당 과반 확보로 최악의 결과는 피했다. 하지만 최종 개표 결과 단독 과반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취임 한 달 만에 난관에 봉착할 수도 있다. 특히 아베 정권 시즌3를 연상케 하는 인사에 대한 총리 잭임론이 불거질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

요미우리신문은 “기시다 총리가 이끈 이번 선거전에서 자민·공명 여당 과반수는 달성할 전망이지만, 의석 수 감소와 당 간부들의 패배가 선거 후 정권 운영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나온다”고 전했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밤 후지TV에 출연해 “자민·공명 승리로 귀중한 신임을 얻었다”며 “(의석 감소와 관해서는)내용을 분석한 뒤 확실히 받아들여 참고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방위 및 개헌 이슈에서 향후 여야 간 대립이 불거질 수 있다. 자민당은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1% 이내로 묶어뒀던 국방비 지출을 2%까지 확대하는 공약을 내놓았다. 헌법에 자위대 활동을 규정하는 개헌안도 추진 중이다.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정책에 참여하고 중국과 북한 등 주변국들의 군비증강에 대응한다는 이유에서다. 적의 공격을 예상해 선제적으로 공격할 수 있는 ‘적 기지 공격능력 보유’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공명당과 일본유신회의 행보에 이목이 쏠린다. 두 당은 제3당 지위를 두고 다투고 있다. 연립 여당인 공명당은 개헌 및 적 기지 공격능력 보유, 방위비 증액에 반대하는 한편 극우 성향 야당인 일본유신회는 찬성한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 의석이 크게 늘 것으로 예상되는 일본유신회가 우파 성향의 안보 공약을 추진하는 데 있어 자민당과 사안별로 연대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은하·박하얀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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