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수학올림피아드, 영광의 빛과 그림자
수학계 노벨상이라 불리우는 필즈상 수상자의 2분의 1은 국제수학올림피아드(IMO) 출신이라고 한다. 놀라운 사실이다. 국제수학올림피아드는 전세계 110개국에서 수학을 가장 잘 하는 학생들이 모여서 교류를 하는 축제이자 불꽃 튀는 경쟁의 장이다. IMO의 세상에 대해 참가자들만이 알 수 있는 뒷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이 대회에서 각국의 대표 학생들은 하루에 3문제씩 이틀간 6개의 문제를 푼다. 하루에 4시간 30분의 시간이 주어지고 한 문제당 7점 만점으로 총점은 42점이다. 상위 약 8%에게 금메달이 수여되며, 커트라인은 42점 만점에 29점 내외이다.
그럼 학생들에게 주어지는 문제들은 얼마나 어려울까? 하루에 풀 세 문제 중 마지막 문제가 가장 어려운데 이 문제들은 전문적인 수학자들도 풀기 어려울 뿐 아니라 논문으로 출간해도 될 정도인 것들도 종종 있다. 주어진 시간에 풀이를 완성하려면 고도의 집중력과 수학적 사고력이 요구된다. 42점 만점을 받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어렵다.
학생들이 시험을 마치면 각 팀의 단장, 부단장들이 바톤을 이어 받는다. 개최국의 코디네이터들과 치열하게 토론하며 학생들의 점수를 결정한다. 이 과정이 피를 말린다. 각국 단장들은 1점이라도 더 올리려 노력한다. 이때 단장들은 학생들의 답을 '수학적'으로 잘 해석하여 코디네이터들을 설득해야 한다.
몇 년 전 IMO에서 겪은 극적인 사건 하나만 소개하고자 한다. 한 학생이 2번 문제에서 사소한 실수를 저질렀는데 그 학생의 답에 만점을 줄 수 없다고 코디네이터들이 고집을 꺾지 않았다. 주최측 최고 책임자 선까지 올라갔으나 합의를 보지 못하고 결국 단장회의까지 가게 되었다.
IMO 역사상 단장회의에서 해당 단장이 원하는 점수를 더 받은 일이 없었기 때문에 희망이 없는 일이었으나 그 학생이 1점을 더 받으면 42점 만점이 되는 상황이었기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거기까지 갔다. 단장회의에서 각국 단장들이 수학적으로 뜨거운 토론을 펼쳤다. 토론이 끝나고 단장들의 전자투표 결과가 나왔는데 우리가 승리하는 감격적이고 역사적인 일이 벌어졌다. 결과가 나온 후에 그 1점으로 그 학생이 만점을 받게 된 사실을 알게 된 각국 단장들도 열렬히 축하해 주었다.
한국은 전 세계 수많은 나라 중 중국 미국 러시아과 함께 수학 최강국에 속한다. 각국 관계자들은 한국이 작은 나라인데도 그렇게 강한 것을 신기하게 생각하며 한국의 장점을 벤치마킹하고 있다.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는 소식이 해마다 전해지다 보니 이제 국민들에게는 그러한 성적이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좋은 성적을 거두어도 주요 언론에서 보도조차 해주지 않는다. 아쉬운 대목이다. 무대 위 배우가 관객의 관심 집중과 호응으로 인해 연기에 흥이 나고 빛을 발하는 것처럼 수학도 마찬가지다. 국민적 관심이 필요하다.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 도전하는 학생들은 명실상부 최고의 인재들이다. 하지만 이 학생들은 대부분 대학 입학 시에 불이익을 받는다. 자기소개서에 자신이 수학을 잘 해서 상을 받았다는 사실을 서술하면 불합격 처리된다. 자신이 가장 잘하고 열심히 한 것은 수학인데 그것을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에 대해 몹시 억울해한다.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를 수 없는 홍길동 같은 꼴이다. 사교육 억제를 위한 조치라고는 하지만, 수학·과학 영재들에게 자괴감을 심어주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 사실이다. 최상위 0.1%의 학생들에게 불이익을 주는 것으로 사교육 시장이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다. 수학·과학 영재들이 대학입시에서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다행히도 수학올림피아드 최상위권 학생들은 대부분 수학자의 길을 택하고 있다. 이들이 장차 대한민국의 수·과학의 수준을 높이는 데에 크게 기여하길 소망해 본다. 아울러, 장래가 촉망되는 젊은 수학자들 중에 아직 대한민국 수학이 받지 못한 필즈상 수상자가 나올 것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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