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쉬고 99구' 쿠에바스 "올해는 '미친 시즌'"(종합)
기사내용 요약
쿠에바스, 31일 삼성과 정규시즌 1위 결정전 7이닝 무실점
KT, 삼성 1-0으로 이기고 첫 정규시즌 우승
[대구=뉴시스] 김주희 기자 = 팀의 운명이 걸린 마지막 승부, 윌리엄 쿠에바스(31)가 투혼을 던졌다.
쿠에바스는 31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2021 신한은행 쏠 KBO 정규시즌 1위 결정전에 선발 등판했다.
출격 자체가 놀라운 일이었다.
쿠에바스는 불과 사흘 전 NC 다이노스와 더블헤더 2차전에 선발로 나와 7이닝 동안 108개의 공을 뿌렸다.
휴식일은 고작 이틀 뿐이었다.
쿠에바스는 이날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1년 농사가 판가름 될 정규시즌 1위 결정전이었다. 반드시 승리를 거둬야 정규시즌 1위를 지킬 수 있는 이강철 KT 감독은 "가장 믿을 수 있는 카드"라고 신뢰를 드러냈다.
기대에 부응하듯 쿠에바스는 마운드에서 역투를 펼쳤다. 피로감은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
쿠에바스는 1회 선두 박해민과 6구 승부 끝에 볼넷을 내줬다. 하지만 후속 구자욱을 초구로 중견수 뜬공 처리하고, 오재일을 삼진으로 솎았다. 도루를 시도하던 1루 주자 박해민도 포수 장성우의 송구로 잡아냈다.
이후 본격적인 쾌투가 시작됐다. 2회 1사 후 강민호와 이원석을 연거푸 3구삼진으로 돌려세우는 등 빠르게 삼성 타자들을 정리했다.
쿠에바스는 4회 2사 후 오재일 타석 때 첫 피안타를 기록했다. 몸을 날린 1루수 강백호의 미트가 공에 닿았지만, 잡진 못했다. 그러나 2사 1루에서도 호세 피렐라를 1루수 땅볼로 처리하고 이닝을 정리했다.
쿠에바스의 믿기 힘든 역투에 타선도 응답했다.
5회까지 안타를 하나도 때려내지 못하고 끌려가던 KT는 6회 심우준의 내야 안타와 상대 유격수 실책으로 1사 2루 기회를 잡았다. 이어 조용호의 땅볼과 황재균의 볼넷으로 연결한 2사 1, 3루에서 강백호의 좌전 적시타로 선제점을 뽑았다.
6회까지 69개의 공을 던지며 무실점으로 버틴 쿠에바스는 1-0으로 앞선 7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이날 쿠에바스의 가장 큰 위기였다. 선두 구자욱에 볼넷을 허용했다. 후속 오재일의 뜬공 타구에는 우익수 제라드 호잉의 포구 실책이 나오면서 1사 3루가 연결됐다. 이어 피렐라에 볼넷과 도루를 허용하면서 2사 2, 3루까지 몰렸다.
그래도 쿠에바스는 무너지지 않았다. 7구 승부 끝에 이원석을 삼진으로 솎아냈다.
배트가 헛돈 것을 확인한 쿠에바스는 그제야 표정을 풀고 야수처럼 포효했다.
우승을 향한 열망을 온 몸으로 보여준 쿠에바스는 7이닝을 1피안타 3볼넷 8탈삼진 무실점으로 책임졌다. 이틀을 쉬고 나온 쿠에바스의 투구 수는 99개였다.
원정팬들은 기립 박수로 에이스의 헌신에 고마움을 표했다.
쿠에바스의 역투를 앞세운 KT는 삼성을 1-0으로 누르고 정규시즌 첫 왕좌에 오르는 문을 열었다.
우승 확정 뒤 만난 쿠에바스는 "오늘 경기는 내 역할도 있지만 KT란 팀이 정말 좋은 경기를 해줘 이길 수 있었다"고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이틀 휴식 후 등판에 대해서는 "피곤함은 있었다. 원래 이번 경기는 불펜 투수처럼 짧은 이닝을 준비했다. 그래서 더 집중해서 던졌다"고 설명했다.
3회를 마친 뒤부터 투수코치가 매 이닝 쿠에바스의 컨디션을 체크했다. 쿠에바스는 "아드레날린이 분출돼서 그런지 괜찮더라. 한 이닝, 한 이닝 하다보니 '더는 힘들다' 싶을 때까지 던질 수 있었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한국시리즈에 직행할 경우 2주 정도의 휴식이 있다고 생각해서 갖고 있는 걸 다 쏟아내자는 마음이었다"고 덧붙였다.
7회 호잉의 실책으로 이어진 위기에 대해서도 쿨한 모습을 보였다. "경기를 하다보면 언제든 실책은 나올 수 있다. 호잉도 하고 싶어서 한 게 아니다. 그런 걸 생각하기 보다 어떻게 투구할 지를 더 집중해서 던졌다. 호잉도 이닝이 끝나고 '정말 미안하다'고 하더라. 괜찮다고 했다"고 웃음지었다.
KT 3년 차인 쿠에바스는 5월까지 7경기에서 1승2패 평균자책점 6.75에 그치는 등 기복이 심했다. 지난 8월에는 한국을 찾았던 아버지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 큰 충격을 받기도 했다.
그래도 쿠에바스는 묵묵히 공을 던졌다. 9월 이후에는 9경기에서 3승2패 평균자책점 3.56의 성적을 내며 팀 마운드를 책임졌다.
"이번 시즌을 돌아보면 '미친 시즌'이었다. 좋은 의미로도, 나쁜 의미로도 그렇다"고 떠올린 쿠에바스는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많이 힘든 시간을 보냈다. 그 뒤의 경기에서는 내가 가지고 있는 능력보다 더 많은 걸 보여드린 것 같다. 어떤 작용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보이지 않는 에너지가 날 그렇게 만든 것 같다. 그래서 이 (우승) 티셔츠를 입는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이제 KT는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는 또 다른 도전을 향해 간다. 여전히 KT는 쿠에바스의 어깨에 거는 기대가 크다.
쿠에바스는 "한국시리즈에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약속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juhe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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