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더미 지자체까지.."토익 본 취준생 응시료 지원"
지방선거 앞두고 청년표심 잡기
내년부터 경기도 김포시는 미취업 청년(만 19~34세)들이 공인 영어시험과 한국사능력검정 시험을 보면 응시료를 내주기로 했다. 내년 예산에 1억5000만원을 반영했다. 울산시는 미혼 청년에게 매달 주거비 15만원을 지급한다. 예산 900억원을 확보해 내년부터 2030년까지 최장 4년간 현금으로 지급할 계획이다.
인천시는 취업하려고 면접을 보면 5만원씩 주고, 서울시는 내년 예산 초안에 청년에게 연 10만원씩 교통비 지원 항목을 잡아놨다.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내년도 예산안 마련에 가속도가 붙은 가운데 현금성 청년 복지 사업이 쏟아지고 있다. 고실업률 등 청년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취지지만 무분별한 현금 살포에 실효성 의문이 제기되면서 '퍼주기' 논란이 일고 있다. 재정자립도가 낮은 전북 익산시나 강원 양구군 같은 지자체도 미취업 청년에게 월 수십만 원씩 지원하는 등 현금성 복지에 동참하고 있어 재정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내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청년 표심을 겨냥한 포퓰리즘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19로 인해 일자리가 줄어든 상황에서 현금성 정책은 단기적 효과만 낼 뿐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지홍구 기자 / 이상헌 기자]
지자체, 청년 지원정책 과열
이사비 40만원·책값 10만원…
선거 앞두고 현금 예산 봇물
청년고용 대책과는 거리 멀어
재정자립도 낮은 지자체도
앞다퉈 월수십만원씩 지원
20·30대 인구 감소에 비상이 걸린 울산시는 미혼 청년에게 매달 주거비 15만원을 지급한다. 만 19~39세 미혼 가구에 매달 임차료 10만원과 임차보증금 이자 5만원 등 15만원을 지원하는 식이다. 울산시는 예산 900억원을 확보해 내년부터 2030년까지 최장 4년간 현금으로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인천시는 "청년 행복 1위 도시가 되겠다"며 최근 '청년정책 기본 계획(2021~2025)'을 전면 수정했다. 1인당 면접비 5만원(최대 3회), 취·창업 재직 청년 월세 10만원(최대 8개월), 산업단지 청년 근로자 교통비 5만원(1년) 등 현금성 지원 사업이 적지 않다. 청년 근로자의 자산 형성을 돕는 '드림 For 청년통장' 등 재직 청년 자산 형성 사업비로도 513억원을 책정했다.
이처럼 지방자치단체들이 내년 예산 확정을 앞두고 청년 대책으로 현금성 복지를 크게 늘리고 있다. 우리나라 복지 지출은 국내총생산(GDP)의 11.1% 수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20%)에 못 미친다. 인구가 줄어 소멸 위기에 처한 지자체 입장에서 청년 복지는 고육지책성 정책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이처럼 청년의 어려움에 대해 복지 제도를 확대하는 것을 비난만 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지만 문제는 실효성이다. 상당수 현금성 지원 사업이 단기 휘발성이어서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고, 청년대책의 핵심인 '일자리'와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한국행정학회가 지난해 한국행정학보(54권 3호)를 통해 '2019년에 도입된 경기도 청년기본소득(만24세 청년에게 100만원 지급)의 효과'를 연구한 결과, 수령자의 창업 의향이나 새로운 시도 의향에 통계적으로 유의한 변화를 주지 못했다.
국회예산정책처가 발간한 '경제·산업동향&이슈' 10월호를 보면 지난 7월 청년 고용률은 45.4%로 2005년 7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단기 아르바이트와 단순 노무직에 집중돼 질적인 측면에서의 회복은 더딘 것으로 확인됐다. 일자리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도 한계를 드러낸 것이다.
정부와 지방의회가 청년정책의 부실을 방조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정부는 지자체가 사회보장 제도를 신설·확대하기 전에 사전 협의에서 제동을 걸 수 있다. 하지만 현 정부가 출범한 이후인 2018년부터는 요건만 갖추면 대체로 협의해주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재정 여력이 부족한 지자체까지 '현금 퍼주기' 유혹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재정 자립도가 16.8%인 전북 익산시는 미취업 청년에게 월 50만원씩 6개월간 최대 300만원의 구직활동비를 지원하고, 재정 자립도가 8%에 불과한 강원 양구군은 취업지망생에게 3개월간 매월 최대 30만원까지 지원하고 있다. 현금성 지출은 하방경직성이 크기 때문에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면 재정 자립도가 낮은 지자체 재정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양재진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지자체의 청년정책은 자산 형성 차원에서 통장을 만들어주거나, 청년기본소득 등과 같이 당장 눈에 보이고 선거 표와 연결되는 현금성 지원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그러나 이는 청년대책의 핵심인 '일자리'와는 거리가 있으며 앞으로 청년정책을 일회성이 아니라 일자리 보장, 직업 능력 배양 중심으로 수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홍구 기자 / 이상헌 기자 / 서대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원샷이라고 좋아했는데"…사흘만에 얀센 접종자 60만명 부스터샷 신청
- 기온 1도만 올라도 `전염병 대란`…김밥 한줄도 맘놓고 못먹을판
- "월세·교통비도 좋지만…우리에게 필요한건 일자리"
- 이재명, 2030 여성들과 `넷볼` 경기 한 까닭은
- 테러 청정국 한국에서도…이슬람조직 `무기값` 샜다
- 강경준, 상간남 피소…사랑꾼 이미지 타격 [MK픽] - 스타투데이
- AI가 실시간으로 가격도 바꾼다…아마존·우버 성공 뒤엔 ‘다이내믹 프라이싱’
- 서예지, 12월 29일 데뷔 11년 만에 첫 단독 팬미팅 개최 [공식] - MK스포츠
- 이찬원, 이태원 참사에 "노래 못해요" 했다가 봉변 당했다 - 스타투데이
- 양희은·양희경 자매, 오늘(4일) 모친상 - 스타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