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교통비도 좋지만..우리에게 필요한건 일자리"

지홍구,이상헌,서대현 2021. 10. 31.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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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청년 지원정책 과열
이사비 40만원·책값 10만원..
선거 앞두고 현금 예산 봇물
청년고용 대책과는 거리 멀어
재정자립도 낮은 지자체도
앞다퉈 월수십만원씩 지원
31일 서울시가 만 19~39세 청년들에게 전자책과 온라인 강의에 쓸 수 있는 10만원 상당의 온라인 콘텐츠 바우처를 지급해 청년들의 학업과 취업 준비를 돕기로 했다고 밝혔다. 바우처는 제로페이를 기반으로 하며 전자책과 소프트웨어 구매, 논문 검색 서비스 이용에 쓸 수 있다. 내년에 온라인 구매 시스템을 구축하고 가맹점을 확보할 방침이다. 11월부터는 만 19~39세 청년들에게 온·오프라인으로 1대1 재무 상담과 재테크 교육을 무료로 제공한다. 청년을 위한 서울시의 현금성 지원 사업은 또 있다. 지난주에 공개한 내년도 예산안 초안에 따르면 만 19~24세 청년에게 소득과 관계없이 1인당 연간 최대 10만원의 대중교통비(약 150억원)를 지원하고, 만 19~39세 청년이 전월세 보증금(2억원 미만)을 떼였을 때 최대 2억원까지 보전해주는 보험료 지원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외에 이사비 40만원 등을 지원한다. 청년 관련 신규 예산만 354억원에 이른다.

20·30대 인구 감소에 비상이 걸린 울산시는 미혼 청년에게 매달 주거비 15만원을 지급한다. 만 19~39세 미혼 가구에 매달 임차료 10만원과 임차보증금 이자 5만원 등 15만원을 지원하는 식이다. 울산시는 예산 900억원을 확보해 내년부터 2030년까지 최장 4년간 현금으로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인천시는 "청년 행복 1위 도시가 되겠다"며 최근 '청년정책 기본 계획(2021~2025)'을 전면 수정했다. 1인당 면접비 5만원(최대 3회), 취·창업 재직 청년 월세 10만원(최대 8개월), 산업단지 청년 근로자 교통비 5만원(1년) 등 현금성 지원 사업이 적지 않다. 청년 근로자의 자산 형성을 돕는 '드림 For 청년통장' 등 재직 청년 자산 형성 사업비로도 513억원을 책정했다.

이처럼 지방자치단체들이 내년 예산 확정을 앞두고 청년 대책으로 현금성 복지를 크게 늘리고 있다. 우리나라 복지 지출은 국내총생산(GDP)의 11.1% 수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20%)에 못 미친다. 인구가 줄어 소멸 위기에 처한 지자체 입장에서 청년 복지는 고육지책성 정책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이처럼 청년의 어려움에 대해 복지 제도를 확대하는 것을 비난만 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지만 문제는 실효성이다. 상당수 현금성 지원 사업이 단기 휘발성이어서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고, 청년대책의 핵심인 '일자리'와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한국행정학회가 지난해 한국행정학보(54권 3호)를 통해 '2019년에 도입된 경기도 청년기본소득(만24세 청년에게 100만원 지급)의 효과'를 연구한 결과, 수령자의 창업 의향이나 새로운 시도 의향에 통계적으로 유의한 변화를 주지 못했다.

국회예산정책처가 발간한 '경제·산업동향&이슈' 10월호를 보면 지난 7월 청년 고용률은 45.4%로 2005년 7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단기 아르바이트와 단순 노무직에 집중돼 질적인 측면에서의 회복은 더딘 것으로 확인됐다. 일자리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도 한계를 드러낸 것이다.

정부와 지방의회가 청년정책의 부실을 방조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정부는 지자체가 사회보장 제도를 신설·확대하기 전에 사전 협의에서 제동을 걸 수 있다. 하지만 현 정부가 출범한 이후인 2018년부터는 요건만 갖추면 대체로 협의해주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재정 여력이 부족한 지자체까지 '현금 퍼주기' 유혹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재정 자립도가 16.8%인 전북 익산시는 미취업 청년에게 월 50만원씩 6개월간 최대 300만원의 구직활동비를 지원하고, 재정 자립도가 8%에 불과한 강원 양구군은 취업지망생에게 3개월간 매월 최대 30만원까지 지원하고 있다. 현금성 지출은 하방경직성이 크기 때문에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면 재정 자립도가 낮은 지자체 재정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양재진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지자체의 청년정책은 자산 형성 차원에서 통장을 만들어주거나, 청년기본소득 등과 같이 당장 눈에 보이고 선거 표와 연결되는 현금성 지원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그러나 이는 청년대책의 핵심인 '일자리'와는 거리가 있으며 앞으로 청년정책을 일회성이 아니라 일자리 보장, 직업 능력 배양 중심으로 수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홍구 기자 / 이상헌 기자 / 서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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