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흘간 14이닝 207구 '투혼'..쿠에바스가 드러낸 마음가짐 [MD코멘트]
[마이데일리 = 대구 박승환 기자] "모든 것을 쏟아낸다는 생각으로 던졌다"
쿠에바스는 31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타이브레이커 맞대결에 선발 등판해 7이닝 동안 투구수 99구, 1피안타 3볼넷 8탈삼진 무실점으로 역투했다.
KT는 쿠에바스의 완벽한 투구에 힘입어 1-0로 짜릿한 승리를 거두며 마침내 1위로 올라섰다. KT는 지난 2013년 창단 이후 8년, 2015년 1군 진입 후 6년 만에 정규시즌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감격의 순간을 맞았다.
당초 KT는 타이브레이커 경기에 나설 선발 투수가 마땅치 않았다. 이강철 감독은 '무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여러 가능성들을 고려한 끝에 지난 28일 NC 다이노스와 더블헤더 2차전에서 7이닝 동안 108구를 던진 쿠에바스를 선발로 낙점했다. 쿠에바스가 그동안 삼성에게 매우 강했던 만큼 기대를 걸었다.
쿠에바스의 투구는 한마디로 '압권'이었다. 1회 시작부터 볼넷을 내줬지만, 무실점의 스타트를 끊었다. 그리고 2~3회 삼성 타선을 각각 삼자범퇴로 묶어냈다. 4회말 2사후 오재일에게 첫 피안타를 허용하며 노히트 행진에 제동이 걸렸으나, 이후에도 흔들리지 않고 6회까지 완벽한 투구를 선보였다.
쿠에바는 7회말 우익수 제라드 호잉의 실책과 자신이 내준 볼넷이 겹치면서 1사 1, 3루의 위기 상황을 맞았다. 하지만 강민호를 2루수 뜬공으로 잡아낸 후 이원석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자신이 맡은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했다.
쿠에바스는 경기가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나 "오늘 경기는 KT라는 팀이 좋은 경기를 해서 이길 수 있었다. 내 역할도 있었지만, 팀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보여준 경기였다고 생각한다"며 창단 첫 정규시즌 우승의 주역이 된 소감을 전했다.
쿠에바스는 최근 4일 동안 무려 14이닝, 207구의 투혼을 던졌다. 그는 "NC전을 치르고 피곤함은 있었다. 하지만 오늘은 불펜 투수처럼 짧게 이닝을 가져가는 것으로 준비했고, 집중력 있게 던지자는 마음이었다. 3회가 끝난 뒤 투수 코치님께서 계속 컨디션 체크를 해주셨고, '괜찮다'고 했던 것이 '이제 힘들겠다'고 느낀 순간까지 던질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가장 중요한 경기였더 만큼 모든 것을 쏟아냈다. 쿠에바스는 "오늘 경기가 끝나면 한국시리즈까지 2주 정도의 휴식기가 있다는 생각에 갖고 있는 것을 다 쏟아낸다는 생각으로 전력 투구를 했다"며 "삼성 원태인도 워낙 좋은 투수기 때문에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정말 좋은 투구를 했다"고 자신의 활약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올해 쿠에바스는 정말 다사다난한 시즌을 보냈다. 시즌 초반에는 부상을 겪었고, 얼마 시간이 지나지 않아 아버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힘들었던 시간을 극복하고 후반기 좋은 활약을 바탕으로 팀 우승에 힘을 보탰다.
그는 "올해를 돌아보면 미친 시즌이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일을 겪기 전까지 좋고 나쁜 상황들이 있었다. 그리고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 힘든 시간을 보냈다. 그 이후에는 내가 가진 능력 이상의 것들을 보여드린 것 같다. 보이지 않는 에너지가 나를 할 수 있게 만들었다"며 "한국시리즈에서도 준비 잘 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KT 쿠에바스가 31일 오후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진행된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KT 위즈와 삼성 라이온즈의 타이브레이커 경기에서 1-0으로 승리한 뒤 기뻐하고 있다. 사진 = 대구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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