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흘 동안 207개 공 던진 쿠에바스 "올시즌은 미친 시즌!" [스경XMVP]

대구 | 김하진 기자 2021. 10. 31.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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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경향]

KT 선발 윌리엄 쿠에바스가 31일 오후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삼성과의 경기에서 7회 위기에서 벗어난 뒤 포효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1시즌 내내 우여곡절을 겪었던 KT 외국인 투수 윌리엄 쿠에바스(31)가 팀의 가장 중요한 순간에 웃었다.

쿠에바스는 31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과의 1위 결정전에서 선발로 등판해 7이닝 1안타 8삼진 무실점으로 역투해 팀의 1-0 승리를 이끌었다. 창단 첫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한 KT는 한국시리즈 직행 티켓도 손에 거머쥐었다.

그야말로 ‘투혼’이었다. 쿠에바스는 지난 28일 NC와의 더블헤더 2차전에서 공 108개를 던졌다. 단 이틀만 쉬고 선발 등판해 팀을 위기에서 구해냈다. 이날도 99개의 투구수를 소화하며 7회까지 경기를 이끌어나갔다.

KT 윌리엄 쿠에바스가 31일 대구 삼성전을 마치고 인터뷰하고 있다. 대구 | 김하진 기자


이같은 ‘빅게임 피처’가 되기 전까지 쿠에바스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쿠에바스는 올시즌 개막 후 10경기에서 선발 등판해 2승3패 평균자책 6.40으로 부진했다. 구단에서는 계약 옵션을 변경해주겠다고 설득하며 불펜 전환을 꾀했지만 쿠에바스가 받아들이지 않았고 결국 이 계획을 유보했다.

지난 8월에는 비보를 접했다. 쿠에바스의 부친이 한국에서 코로나19에 확진돼 세상을 떠났다. 쿠에바스는 슬픔에 5kg이 빠질 정도로 힘들어했다. KT 역시 쿠에바스를 전력에서 제외할 생각까지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쿠에바스는 슬픔을 딛고 몸을 만들었고 9월3일 키움전에서 복귀해 6이닝 1실점(비자책)으로 호투하며 다시 선발진에 합류했다. 그리고 시즌 끝까지 팀의 1위 싸움에 힘을 보탰다. 결국 기나긴 145경기의 싸움을 끝낸 건 쿠에바스였다.

쿠에바스는 올시즌을 돌이켜보며 “미친 시즌이었다”고 했다.

그는 “아버지가 돌아가시는 일을 겪고 많이 힘든 시간을 보냈는데 그 뒤부터는 내가 가지고 있는 능력보다도 더 많은 것을 보여드릴 수있게 됐다. 보이지 않는 에너지가 그렇게 할 수 있게 한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쿠에바스는 야구에 대한 열정이 크다. 그만큼 승부에 대한 욕심을 많이 부리기도 했다. 때로는 이같은 감정 기복이 경기에 영향을 미칠 때도 있었다. 그는 “올해는 초구 피칭을 하기 전까지는 감정을 가지고 있다가도 피칭에 전념을 할 때에는 감정을 최대한 배제하고 노력을 했다”며 “나는 15년 동안 야구를 하면서 열정을 잃어본 적이 없다. 이런 열정이 좋을 쪽으로 작용했을 때 좋은 결과로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열정을 쿠에바스를 7회까지 버티게 하는 원동력이 됐다. 그는 “이번 경기는 불펜 투수처럼 짧게 이닝을 가져가자는 생각으로 집중해서 던지려고 했다”며 “3회부터는 투수코치님이 컨디션을 체크하면서 던졌는데 한 이닝 한 이닝씩 ‘괜찮다’라고 한게 여기까지 던질 수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쿠에바스의 집중력은 동료의 실책도 무너뜨리지 못했다. 7회 무사 1루에서 삼성 오재일이 날린 타구를 KT 제라드 호잉이 잡지 못하고 떨어뜨렸다. 이 실책으로 1사 3루의 위기가 닥쳤다. 하지만 쿠에바스는 흔들리지 않고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당시 상황에 대해 쿠에바스는 “경기를 하다보면 언제든지 실책이 발생할 수 있다. 호잉 선수가 하고 싶어서 한 게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것보다는 어떻게 투구하는지에 더 집중해서 던졌다”고 밝혔다.

이날 호투로 쿠에바스는 우승 티셔츠를 입을 수 있었다. 경기 후 인터뷰실에서도 자신의 우승 티셔츠를 뽐낸 그는 “한국시리즈에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잘 준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대구 | 김하진 기자 h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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