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정규리그 결산] ② '닥터K' 미란다..이정후 첫 부자 타격왕
'타율 0.360' 이정후, 세계 최초 '부자 타격왕' 등극
(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역대급 순위 경쟁으로 오랫동안 기억될 2021시즌 프로야구는 주요 타이틀에서도 새 역사가 여럿 쓰였다.
두산 베어스의 외국인 투수 아리엘 미란다는 '불세출의 투수' 고(故) 최동원의 한 시즌 최다 탈삼진 기록을 갈아치웠다.
미란다는 시즌 225탈삼진을 쌓아 1984년 최동원(223탈삼진) 이후 36년간 누구도 오르지 못했던 고지를 정복했다.
미란다는 2018시즌을 끝으로 미국 메이저리그 생활을 마감한 뒤 일본프로야구 소프트뱅크 호크스를 거쳐 지난해에는 대만프로야구에서 뛰었다.
대만프로야구가 KBO리그보다 한 수 아래라는 의식이 강한 데다 비교적 헐값인 총액 80만달러에 계약한 미란다에 대한 기대치는 높지 않았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미란다는 특급 에이스였다.
미란다는 14승(5패)으로 다승 공동 4위에 그쳐 트리플크라운(승리·탈삼진·평균자책점) 수상은 무산됐지만, 탈삼진과 평균자책점(2.33)에서 2관왕에 올랐다.
KBO리그에서 투수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한 선수는 선동열(1986·1989·1990·1991년)과 류현진(2006년), 윤석민(2011년) 등 세 명뿐이다. 외국인 투수는 아직 없다.
다승왕에는 나란히 16승을 거둔 에릭 요키시(키움 히어로즈), 데이비드 뷰캐넌(삼성 라이온즈)이 이름을 올렸다.
'끝판대장' 오승환(삼성)은 구원왕에 복귀했다. 44세이브를 수확해 2012년 이후 9년 만에 왕좌를 되찾았다.
1982년생인 오승환은 2013년 손승락(당시 넥센 히어로즈·46세이브)의 만 31세를 훌쩍 넘어 역대 최고령 시즌 40세이브까지 일궈냈다.
KIA 타이거즈의 장현식은 34홀드로 경쟁자들을 멀찌감치 따돌리고 구단 창단 첫 홀드왕에 올랐다.
장현식은 10월에만 홀드 11개를 적립했다. KIA의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이 사라진 상황에서도 이기는 경기에선 어김없이 등판하는 장현식을 두고 혹사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가장 큰 관심을 받았던 타격왕 부문에서는 이정후(키움)가 타율 0.360으로 전준우(0.348·롯데 자이언츠), 강백호(0.347·kt wiz)를 제치고 개인 첫 타이틀을 품에 안았다.
이정후가 데뷔 5년 만에 타격왕을 차지하면서 세계 야구사에서 전례가 없는 '부자(父子) 타격왕'이 탄생했다.
아버지인 이종범 LG 트윈스 코치는 24세이던 1994년 해태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고 4할 가까운 타율(0.393)로 압도적 1위에 올랐다.
아버지와 아들이 대를 이어 수위 타자가 된 사례는 국내 프로야구는 물론 우리보다 역사가 오래된 일본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도 한 번도 없었다.
이정후는 데뷔 2년 차인 2018년에도 '부자 타격왕' 가능성으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 시즌 막판까지 타격왕 경쟁을 펼쳤으나 결국 3위(0.355)로 시즌을 마감했다.
그때 이후 한 단계 더 성장한 이정후는 올 시즌 마지막 7경기에서 타율 5할(32타수 16안타) 2홈런 12타점의 불방망이를 휘두르며 타격왕 등극과 함께 팀의 극적인 '가을야구' 진출을 이끌었다.
시즌 막판 역대 두 번째로 400홈런 고지에 오른 최정(SSG 랜더스)은 2017년 이후 4년 만에 홈런왕을 탈환했다.
전반기에 총 20개의 홈런을 날리며 홈런왕 레이스를 이끈 최정은 35홈런으로 나성범(33홈런), 에런 알테어(32홈런·이상 NC 다이노스) 등의 추격을 따돌렸다.
지난해 NC의 창단 첫 통합 우승을 이끈 주장 양의지는 타점(111개)과 장타율(0.581) 부문 2관왕을 차지했다.
키움 김혜성이 46도루로 도루왕에 등극했다. LG 홍창기는 0.456의 출루율로 kt 강백호(0.450)를 근소한 차이로 눌렀다. 득점 1위는 107개를 기록한 구자욱(삼성)의 차지였다.
롯데 주장 전준우는 192안타로 2018년에 개인 두 번째 최다안타 타이틀을 가져갔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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