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6살, 역대 가장 짜릿한 1위..'강팀'이 목표였던 KT의 완벽한 우승

김은진 기자 2021. 10. 31.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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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경향]

KT 선수들이 31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정규시즌 1위 결정전에서 삼성을 꺾고 창단 첫 우승을 확정하자 그라운드로 달려나와 끌어안으며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마지막 고비가 정말 험했다. 한 번도 맨앞에서 달려본 적이 없었기에 낯설었던 마지막 승부, 그러나 고비를 끝내 이겨냈다.

KT가 프로야구 역사상 가장 치열했던 1위 전쟁을 이겨냈다. 첫 우승에 가장 짜릿한 맛을 느끼며 역대 최고의 극적인 우승을 차지했다.

KT는 6월25일 1위에 올랐다. 65경기째, 시즌을 절반도 치르지 않은 시점이었다. 이후 8월12일, 딱 하루 LG에게 1위를 내줬지만 곧바로 되찾은 선두 자리를 내내 지켰다. 지난 23일 삼성에 밀려 2위로 내려올 때까지 사실상 120일 동안 내내 1위를 지켰다.

KT는 아직 선수층이 두텁지 못하다. 특히 야수 백업이 매우 약하다. 1군의 주력 선수들이 몇 년째 풀타임을 소화한다. 이 유일한 약점이 시즌 마지막에 발목을 잡았다. 9월말부터 하락세를 타기 시작하더니 10월에는 연패를 반복하며 점점 ‘추격자’들과 거리가 좁혀졌다. 시즌 내내 돌아가며 폭발하던 타자들은 뚜렷하게 지쳐갔다.

늘 뒤에서 쫓았지 한 번도 맨앞에서 쫓겨본 적 없던 KT는 당황한 기색도 역력했다. 타격은 꼬이기만 하고 베테랑 선수들이 실책을 반복했다. 결국 결승선을 눈앞에 두고 2위로 내려온 KT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과의 싸움이었다.

삼성에 1위를 뺏긴 채 들어간 정규시즌 마지막 5연전의 첫 경기를 NC에 패하면서 KT는 정말 벼랑 끝에 몰렸지만 이후 더블헤더를 포함한 4경기에서 2승1무1패를 했다. 선수들이 강해지기 시작했다. 선발들은 호투했고 멈췄던 방망이는 또 한 번 유한준, 박경수 등 형들이 돌렸다. 막내 소형준과 고영표의 투혼으로 시즌 최종전을 잡고도 동률, 삼성과 사상 최초의 우승 결정전을 치러야 했다. 쿠에바스는 KT 창단 이후 가장 중요한 경기에서 사흘 만에 다시 선발로 나서고도 7이닝 동안 99개의 무실점 대역투를 펼쳤다. 시즌 내내 활약하고도 마지막 슬럼프를 겪으며 팀의 하강 중심에 섰던 강백호는 삼성 원태인의 역투를 뚫고 기어이 결승타를 만들어냈다. 1-0의 명승부로 1위에 올라선 순간, KT는 강팀이었다.

올시즌 KT 구단의 누구도 정규시즌 우승을 목표로 하지 않았다. 지난해 처음 맛본 가을야구의 역사를 계속 이어갈 수 있을 정도의 성적을 기대했다. 강팀으로 가기 위한 초석을 만드는 시즌을 목표로 했다. KT는 목표를 훨씬 초과했다.

지난 3년간 확연하게 달라진 마운드, 위기 혹은 기회에서는 더 강해지는 타자들의 승부근성은 시즌을 거듭할수록 명확히 드러났다. 베테랑들을 존중하고 선수들을 배려해주는 감독과 어려운 순간 감독·코치들부터 걱정하는 선수들이 만든 ‘원팀’은 KT가 짧은 기간 대변신한 원동력이 되었다.

2015년 태어난 KT는 만 6살에 최고 자리에 올랐다. 무엇보다 프로야구 역사에 길이 남게 될 가장 치열한 우승 전쟁을 거치는 동안 앞에서 쫓기는 입장과 종이 한 장 차로 뒤에서 쫓는 입장, 시즌 내내 잘 쌓아온 승차가 순식간에 사라져 뒤집히는 경험까지 했다. 강팀이 되기 위한 모든 학습을 다 하고는 결국 이겨냈다. KT는 올시즌의 목표를 아주 완벽하게 이뤄냈다.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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