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서방 갈등 핵으로 떠오른 대만 문제..대만 유럽과 관계 강화, 중국 "통일 외 다른길 없어"
[경향신문]
대만 문제를 놓고 격화되고 있는 미·중 갈등이 중국과 서방국가들의 전방위적 갈등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대만은 미국 뿐 아니라 유럽과도 관계 좁히기에 나섰으며 중국은 대만 통일 후 통치구상까지 공개하며 통일 의지를 거듭 천명하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은 31일 프랑스 라페엘 글뤼크스만 의원이 이끄는 유럽연합(EU) 의회 대표단이 이번 주 대만을 찾는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대만 고위 관료들과 회동할 것으로 알려졌다. SCMP는 “이번 방문이 양안(중국과 대만) 긴장이 고조되고 EU와 중국 관계가 아슬아슬한 시점에서 이뤄지는 것”이라며 “중국을 자극하는 움직임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방문은 미국이 최근 대만 방어 의지를 나타내며 대만의 유엔 참여를 적극 지지하고 나서 미·중 갈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이뤄졌다. EU까지 대만과의 관계를 강화하고 나설 경우 국제사회에서 하나의 중국 원칙을 내세우는 중국의 입지가 더욱 좁아질 수 밖에 없다. 이 때문에 중국은 실제 대만과 EU의 관계 강화를 극도로 경계하고 있다.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30일 기자 문답 형식의 입장문을 통해 “하나의 중국 원칙은 중국과 모든 수교국이 관계를 발전시키는 정치적 기초로, 수교국과 대만 당국의 공식적 왕래를 단호히 반대한다”며 “유럽 측은 정확한 입장을 취하고 중국과 유럽 관계의 건전한 발전을 방해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중국은 EU 의회 대표단의 대만 방문에 대해서도 “EU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키기로 한 약속을 어기는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우자오셰(吳釗燮) 대만 외교부장은 유럽을 찾아 적극적인 외교 행보를 보였다. 우 부장은 지난 29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대중국 의회간 연합체(IPAC)’ 회의에 화상으로 참석해 “중국 공산당이 이끄는 중국의 부상은 세계 민주 국가들에 분명한 도전이며, 이는 우리가 더욱 긴밀히 협력하는 것을 정당화한다”고 밝혔다. IPAC는 미국과 영국 등 서방 8개 나라와 EU 소속 의원 18명이 의회간 협력을 통해 중국에 대한 강경 대응 전략을 모색하기 위해 만든 의회 연합체다. 우 부장은 앞서 지난 26∼27일 각각 슬로바키아와 체코를 방문해 중국에 맞서는 대만의 입장을 강조하며 유럽에서의 외교적 활로를 모색했다.
중국은 이에 맞서 적극적인 통일 의지를 내세우며 국제사회를 향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키라고 촉구하고 있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로마를 방문 중인 왕이(王毅)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지난 29일 현지에서 “미국 등 일부 국가가 중국과의 수교 당시 정치적 약속을 어기고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파괴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최근 미국이 대만의 유엔 체제 참여 지지를 호소한 것에 대해 “세계에는 오직 하나의 중국이 있을 뿐”이라고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대만의 미래는 중국과 통일하는 것 외에 다른 길이 없고, 대만은 중국의 일부라는 것 말고는 다른 국제법적 지위가 없다”고 덧붙였다.
중국은 한발 나아가 통일 후 대만에 대한 통치 구상까지 제시했다. 류쥔촨(劉軍川)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대만판공실 부주임은 지난 29일 ‘국가통일과 민족부흥’을 주제로 한 토론회에서 “통일 후 대만의 평화와 안녕이 충분히 보장될 것”이라며 “대만 동포의 생활 방식과 사유 재산, 종교적 신앙과 합법적 권익은 침해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통일 후 대만 경제에 대해 “본토 시장을 광활한 배후지로 삼아 발전 공간과 경쟁력이 더 커지고, 산업·공급 체인은 더 안정적이고 원활해 질 것”이라며 “대만의 재정 수입은 최대한 민생 개선에 사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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