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에바스, 초인적인 역투..막내구단 kt, 창단 첫 정규시즌 우승(종합)
kt는 원년 멤버 제외하고 가장 빠르게 정규시즌 우승 차지한 구단
사흘 만에 선발 등판한 쿠에바스 7이닝 무실점 호투
(대구=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kt wiz가 역사적인 '단일리그 최초 정규시즌 1위 결정전'에서 승리하며 KBO리그 신생 구단의 최단기간 정규시즌 우승 기록을 작성했다.
kt는 31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1 신한은행 쏠(SOL) KBO 정규시즌 1위 결정전에서 윌리엄스 쿠에바스의 초인적인 역투 덕에 삼성 라이온즈를 1-0으로 꺾었다.
kt와 삼성은 76승 9무 59패로 정규시즌 144경기 일정을 마쳤고, 이날 1위를 가리는 단판 승부를 했다.
KBO는 2020년부터 정규시즌에서 두 팀이 공동 1위를 하면 타이브레이커 경기를 열어 최종 1위를 가리기로 했다.
kt와 삼성은 단일리그에서는 최초로, 전후기 리그로 나눠 진행한 1986년 OB 베어스와 해태 타이거즈의 후기리그 1위 결정전 이후 35년 만에 열리는 '한국프로야구 타이브레이커 경기'의 주인공이 됐다.
10월의 마지막 날 치른 올해 145번째 경기에서 승리하면서, kt는 7개월 장기 페넌트레이스의 최종 승자로 우뚝 섰다.
쿠에바스가 '만화 같은 역투'로 kt에 구단 역사상 가장 짜릿한 1승을 선물했다.
지난 28일 NC 다이노스전에서 공 108개를 던진 쿠에바스는 단 이틀만 쉬고 사흘 만에 선발 등판해 7이닝 1피안타 무실점 8탈삼진의 역투를 펼쳤다.
경기 전 이강철 kt 감독은 "쿠에바스가 2∼3이닝 정도만 확실하게 막아줬으면 좋겠다"고 바랐지만, 쿠에바스의 이 감독의 기대를 뛰어넘는 투구를 했다.
정규시즌 우승을 향한 열망과 에이스의 책임감으로 피로감을 눌렀다.
쿠에바스는 체력적인 한계를 극복하고, 99개의 공을 던졌다.
8일을 쉰 삼성 선발 원태인(6이닝 2피안타 1실점 비자책)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대에서 1만2천244명의 최다 관중 앞에서 잘 던졌다.
그러나 단 한 번의 위기를 극복하지 못했다.
6회초 1사 주자 없는 상황, 심우준의 느린 땅볼 타구를 잡은 삼성 유격수 오선진의 송구가 1루수 오재일 앞에서 원바운드된 뒤 1루 더그아웃 앞까지 굴러갔다. 이날 kt의 첫 안타와 삼성의 첫 실책이 동시에 나왔다.
'원히트 원에러'로 2루를 밟은 심우준은 조용호의 1루 땅볼 때 3루에 도달했고, 황재균은 볼넷으로 출루했다.
2사 1, 3루, kt 강백호는 원태인의 3구째 시속 147㎞ 직구를 밀어쳐 좌익수 앞으로 타구를 보냈다. '0의 균형'을 깨는 귀중한 적시타였다.
반면 쿠에바스는 실책으로 맞은 위기를 극복했다.
7회말 무사 1루, 삼성 오재일이 우익수 쪽으로 타구를 날렸다. 강한 타구였지만 kt 우익수 재러드 호잉은 낙구 지점에 서 있었다.
모두가 플라이 아웃을 예상했으나, 공은 호잉의 글러브를 맞고 그라운드에 떨어졌다. 호잉이 빠르게 송구해 2루로 가던 오재일을 잡아냈지만, 1루 주자 구자욱은 3루까지 내달렸다.
삼성은 호잉의 포구 실책으로 1사 3루 기회를 얻었다. 호세 피렐라가 볼넷을 골라 1사 1, 3루 기회가 이어졌다.
그러나 쿠에바스는 흔들리지 않았다.
쿠에바스는 강민호를 2루수 뜬공, 이원석을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포효했다.
쿠에바스의 초인적인 투구에 중간 계투 박시영(⅓이닝 1피안타 무실점), 마무리 김재윤(1⅔이닝 2피안타 무실점)가 역투로 화답하면서 kt는 한 점 차 승리를 거뒀다.
2015년부터 1군 무대에 뛰어든 kt는 7시즌 만에 정규시즌 우승 트로피를 들었다.
kt는 8시즌 만에 정규시즌에서 우승한 NC 다이노스(2013년 1군 합류, 2020년 우승), SK 와이번스(2000년 1군 합류, 2007년 우승)보다 한 시즌 빠르게, 정규시즌 정상 고지에 올랐다.
1982년 창단한 '원년 멤버'를 제외하면, 1군 합류 후 kt보다 빠르게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한 팀은 없다.
kt는 2015∼2017년 최하위(10위)에 그쳤고, 2018년 9위로 간신히 탈꼴찌에 성공했다.
이후 행보는 대단했다.
2019년 시즌 막판까지 포스트시즌 진출권을 놓고 경쟁하며 6위를 하더니, 2020년에는 2위로 플레이오프 직행에 성공했다.
그리고 2021년 마침내 정규시즌 우승 트로피를 차지했다.
정규시즌 일정이 끝난 뒤에 1위 결정전을 치러 정규시즌 우승팀을 가린 2021년 KBO리그는 11월 1일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두산 베어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시작으로 포스트시즌에 돌입한다.
창단 첫 우승을 차지한 kt는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한국시리즈 진출을 확정했다. 이제 kt는 창단 첫 통합우승(정규시즌·한국시리즈 우승)을 꿈꾼다.
2015년 이후 6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지만, 정규시즌 우승을 놓친 삼성은 플레이오프부터 가을잔치를 시작한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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