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이도 살려낸 이강철 감독 '강철매직'..kt 첫 우승 이끌었다
외국인 투수들과는 섬세한 줄다리기..KS 직행의 핵심 배경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프로야구 kt wiz 이강철(55) 감독은 선수 시절 꾸준함의 대명사였다.
최고의 언더핸드 투수로 10년 연속 10승, 100탈삼진을 기록하는 등 기복 없는 모습으로 해태 타이거즈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꾸준함의 가치를 중요시하는 이강철 감독의 철학은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뒤에도 바뀌지 않았다.
선수들의 단점보다 장점을 눈여겨보며 그 선수가 오랫동안 선수 생활을 하길 바랐다.
kt 감독으로 부임한 뒤에도 그랬다. 이강철 감독은 소속 팀 선수뿐만 아니라 타 구단에서 외면받은 선수의 장점과 가능성을 발견하면, 곧바로 영입을 추진해 중용했다.
이 감독은 2019시즌을 마친 뒤 키움 히어로즈의 전력 외 투수로 평가받았던 이보근을 2차 드래프트로 영입했고, NC 다이노스에서 방출된 유원상을 데려왔다.
두 선수는 2020시즌 kt 불펜의 핵심 자원으로 활약하며 팀의 포스트시즌 진출에 힘을 보탰다.
이강철 감독은 올 시즌을 앞두고도 다른 팀에서 외면받은 투수들을 눈여겨봤다.
한화 이글스에서 방출된 안영명을 데려왔고, 롯데 자이언츠에서 그저 그런 투수로 평가받았던 박시영을 트레이드로 영입했다.
이강철 감독은 고개를 갸우뚱하던 취재진에게 "우리는 두 선수가 경쟁력 있는 구위와 분명히 통할 수 있는 공을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두 선수를 완벽하게 살려냈다.
안영명은 포심 패스트볼 대신 투심 패스트볼의 비중을 높이는 쪽으로, 박시영은 주무기 포크볼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기량을 끌어올렸다.
누구도 눈여겨보지 않았던 두 선수는 개막 후 kt의 중심 투수로 자리매김했다.
안영명은 4월 3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데 이어 5월엔 14경기에 등판해 평균자책점 1.38의 특급 피칭을 했다.
박시영의 활약도 대단했다. 그는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2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허리가 강해지자 뒷문은 더 단단해졌다.
핵심 불펜 주권과 김재윤이 든든하게 버티면서 kt 순위싸움을 이끌었다.
kt는 지난 시즌 팀 블론세이브 23개를 기록해 10개 구단 중 최다를 기록했지만, 올해엔 16개로 줄었다.
이강철 감독이 세심하게 살핀 건 불펜뿐만이 아니다.
이 감독은 카리스마 있는 리더십으로 외국인 투수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 윌리엄 쿠에바스의 기량을 끌어올렸다.
사실 두 선수에겐 물음표가 달려있었다.
데스파이네는 이닝 이터로서 장점이 있지만, 감정 억제력이 약해 기복이 심하다는 약점이 있었다.
그는 지난해 15승 8패를 기록했는데, 난타당하는 경기 많아서 평균자책점은 4.33에 달했다.
쿠에바스도 예민한 선수다. 그 역시 지난해 4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이강철 감독은 두 선수가 감정적으로 흔들리고 있다고 판단할 때마다 적절한 자극을 줬다.
이 감독은 지난 9일 두산 베어스전에서 7이닝 동안 14개 안타를 얻어맞은 데스파이네가 125구를 던질 때까지 교체하지 않았다.
당시 데스파이네는 여러 차례 경기에서 무성의한 투구를 펼쳐 논란을 빚었는데, 이강철 감독은 패배를 불사하고 데스파이네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며 기강을 잡았다.
필요에 따라선 선수의 마음을 어루만졌다.
이강철 감독은 시즌 중반 쿠에바스가 개인사를 겪자 진심으로 다가가 그를 위로했다.
쿠에바스의 아버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으로 위독한 상황에 놓였는데, 이강철 감독은 순위싸움과 별개로 쿠에바스를 조용히 1군 엔트리에서 제외했다.
그리고 쿠에바스가 흔들리지 않도록 취재진에게 엔트리 말소 배경을 기사화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쿠에바스가 장례를 치르고 돌아온 뒤에도 마음을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을 주며 배려했다.
쿠에바스는 이강철 감독의 위로에 깊이 감동하고, 복귀 후 맹활약을 펼쳤다.
극심한 마음고생으로 몸무게가 눈에 띄게 줄었지만, 그는 이를 악물고 공을 던지며 이강철 감독과 동료들의 배려에 보답했다.
31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1위 결정전(타이 브레이커)에서도 그랬다.
지난 28일 NC 다이노스전에서 108개의 공을 던졌던 쿠에바스는 사흘 만에 다시 선발로 마운드에 올라 투혼을 펼쳤다.
7이닝 동안 99개의 공을 던지며 1피안타 3볼넷 8탈삼진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일련의 과정은 kt가 똘똘 뭉치는 원천이 됐다. kt는 '강철 매직' 속에 창단 후 첫 정규시즌 우승의 감격을 맛봤다.
cyc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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