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실책에 굴복했고, kt는 실책을 극복했다

대구=CBS노컷뉴스 임종률 기자 2021. 10. 31.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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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kt, 삼성과 1위 결정전 원정 불리함 딛고 창단 첫 정규 시즌 우승
31일 오후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1 신한은행 쏠(SOL) KBO 정규시즌 1위 결정전 kt wiz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6회 초 2사 주자 1, 3루 상황에서 kt 강백호가 1점 적시타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2021 신한은행 SOL KBO 리그' 삼성-kt의 1위 결정 타이 브레이커 경기가 열린 31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 두 팀은 정규 시즌 최종일까지 76승 59패 9무로 공동 1위를 형성해 35년 만의 타이 브레이커를 치르게 됐다.

다만 상황을 보면 삼성이 유리해 보였다. 삼성은 올 시즌 kt에 9승 6패 1무로 우세였고, 때문에 이날 경기를 홈에서 치르는 이점을 안았다. 올해 삼성은 홈 승률이 6할1푼8리(42승 4무 26패)로 키움과 함께 가장 좋았다.

더군다나 삼성은 지난 22, 23일 홈에서 kt를 연파한 좋은 기억이 있다. 여기서 삼성은 kt를 제치고 1위로 올라설 수 있었다.

반대로 kt는 시즌 한때 6경기 차 1위를 달리다 공동 1위를 허용했다. 심리적으로 2위가 된다면 더욱 아쉬울 상황이다. 이강철 감독도 이날 경기에 앞서 "시즌 막판 (팀 성적이) 좋지 않을 때 설마 설마 (타이 브레이커를) 할까 했는데 여기까지 오게 됐다"고 돌아보기도 했다.

원정 경기라는 부담에 휴식도 상대적으로 적었다. 전날 SSG와 인천 원정을 치른 kt는 NC와 창원 원정을 소화한 삼성보다 이동 거리가 길었다. 삼성 허삼영 감독은 "집에 11시 전에 도착해 잘 잤다"고 했다. 이 감독은 "새벽 1시 반이 넘어서 대구에 왔다"면서 "팀 미팅을 할까 했지만 시간도 없고 그대로 하던 대로 하는 게 나을 것 같아 하지 않았다"고 했다.

선발 투수 카드도 삼성이 우위로 예상됐다. 원태인은 22일 kt와 홈 경기 이후 충분히 쉬었고, 상대 전적에서도 2승 무패 평균자책점(ERA) 1.26이었다. kt 쿠에바스도 올해 삼성과 5경기 2승 1패 ERA 2.97로 강했지만 27일 NC와 더블헤더 2차전 7이닝 2실점 108개의 공을 던진 뒤 이틀만 쉬고 등판하는 터였다.

다만 삼성은 일말의 불안감은 있었다. 주전 2루수 김상수가 전날 수비 도중 왼 어깨 통증이 도져 선발 라인업에서 빠진 것. 대신 김지찬이 2루를 맡고 오선진이 유격수로 들어갔다.

31일 오후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1 신한은행 쏠(SOL) KBO 정규시즌 1위 결정전 kt wiz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5회 초 삼성 선발투수 원태인이 무실점으로 이닝을 마무리하고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이 유리한 것으로 보였지만 공은 둥글다. 예상처럼 경기가 흐르지는 않았다. 삼성은 유리한 상황에서 일말의 불안감 속에 기회를 살리지 못했고, 불리한 상황의 kt는 투혼을 발휘하며 상대 실수를 놓치지 않았다.

5회까지는 팽팽했다. 원태인은 kt 천적답게 호투를 펼쳤다. 5회까지 삼진을 6개나 잡아내며 볼넷 1개만 내주는 노히터 투구를 뽐냈다.

하지만 6회 아쉬운 수비에 살짝 흔들렸다. kt 9번 타자 심우준의 느린 타구를 잡은 유격수 오선진의 러닝 송구가 빠지면서 1사 2루를 만들었다. 발 빠른 심우준이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까지 시도한 터라 오선진의 마음이 급했다. 기록은 내야 안타와 송구 실책이었다.

원태인은 1사 3루에서 황재균, 강백호를 넘지 못했다. 황재균과 풀 카운트 접전 끝에 잇따라 바깥쪽 공이 살짝 빠지면서 볼넷을 내줬고, 강백호와도 2구째 낮게 깔린 직구가 볼이 되면서 카운트 싸움에서 밀렸다. 결국 스트라이크를 잡으러 들어간 직구를 강백호가 놓치지 않고 좌전 안타로 만들며 선취점을 뽑았다.

원태인은 최고 구속 149km의 힘있는 직구를 앞세워 6이닝 8탈삼진 2피안타 2볼넷 1실점(비자책) 호투를 펼쳤다. 그러나 6회 아쉬운 수비 속에 실점을 막지는 못했다. 빛을 잃은 98개의 역투. 

반면 kt는 실책에 따른 위기를 잘 넘겼다. 7회도 마운드에 오른 쿠에바스는 선두 구자욱에게 볼넷을 내준 뒤 오재일을 외야 뜬공으로 잡아내는 듯했다. 그러나 우익수 호잉이 포구 실책을 저지르며 1루 주자 구자욱이 3루까지 내달렸다. 다만 오재일이 2루까지 달리다 호송구에 걸려 횡사한 게 kt로서는 다행이었다.

kt 벤치는 전날 2점 홈런을 친 4번 타자 피렐라를 사실상 거르고 5타수 무안타에 그친 강민호와 승부를 택했다. 1사 1, 3루에서 강민호는 2루 뜬공에 그쳐 아쉬움을 남겼다. 삼성으로서는 설상가상 이원석마저 이어진 2사 2, 3루에서 삼진으로 물러나 방망이로 땅을 쳤다. 이날 최대 승부처였다.

31일 오후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1 신한은행 쏠(SOL) KBO 정규시즌 1위 결정전 kt wiz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7회 말 kt 선발투수 쿠에바스가 무실점으로 이닝을 끝내고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은 1회말도 선취점의 호기를 놓쳤다. 선두 박해민이 볼넷으로 출루한 뒤 1사에서 오재일 타석 때 풀 카운트 승부라 2루로 뛰었다. 그러나 오재일이 쿠에바스의 커브를 넋놓고 지켜보다 루킹 삼진을 당했고, 박해민마저 횡사하면서 더블 아웃이 됐다. 삼성은 8회도 1사 1루에서 오선진, 박해민이 잇따라 범타에 그쳤다.

결국 삼성은 실책에 의한 실점을 극복하지 못한 채 0 대 1 석패를 안았다. 1만2244명의 홈 관중 앞에서 아쉽게 6년 만의 정규 리그 우승 축포를 터뜨리지 못했다. 다만 정규 리그 2위로 직행한 플레이오프(PO) 1, 3차전을 홈에서 치르게 돼 2016년 개장한 라이온즈 파크에서 처음 가을야구가 열리게 된 데 만족해야 했다.

반대로 불리함과 위기를 극복한 kt는 창단 첫 정규 리그 우승팀의 자격을 입증했다. 쿠에바스는 7이닝 동안 최고 구속 151km를 찍으며 99개를 던진 투혼으로 8탈삼진 1피안타 3사사구 무실점 역투를 펼치며 승리를 이끌었다. 8회 1사 1루에서 마무리 김재윤을 올린 초강수와 9회 2루수 박경수의 호수비 등 선수들의 투지로 일군 감격의 우승이었다.

kt는 오는 14일부터 열리는 한국시리즈(KS)에 직행해 역시 창단 첫 KS 진출을 이뤘다. 올해 포스트시즌은 1일 열리는 정규 리그 4위 두산-5위 키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으로 막을 올린다.

대구=CBS노컷뉴스 임종률 기자 airjr@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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