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D램 겨울' 찾아왔나..현실이 된 '피크아웃'

김상윤 2021. 10. 31.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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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현물가격 이어 10월 고정가격도 뚝
글로벌 부품 부족에 D램까지 영향 받아
최소 내년 상반기까지 가격 하락 전망
원가절감·파운드리 생산 확대해 리스크↓
(사진=이미지투데이)
[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D램 겨울이 결국 찾아왔다.”

10월 D램 메모리반도체 가격이 10% 가까이 하락하면서 반도체 업황 둔화 조짐이 시작됐다. 반도체 하락 사이클이 시작하면 지난 3분기 최대 실적을 거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실적에 ‘빨간불’이 켜질 수밖에 없다. 반도체 업계는 ‘D램 다운 사이클’이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신규 공정 비중 확대를 통해 원가 경쟁력을 높이고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생산을 확대하면서 위기를 이겨낸다는 전략이다.

PC용 D램 고정가격 1년 만에 하락 전환

31일 대만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10월 PC용 D램 범용제품(DDR4 8Gb)의 고정거래가격 평균값은 3.71달러로, 전달(4.10달러)보다 무려 9.51% 하락했다. 이는 2019년 7월(-11.18%) 이후 최대 낙폭이다. PC용 D램 가격이 하락한 것도 지난해 10월(-8.95%) 이후 1년 만이다. 트렌드포스 측은 “PC 제조사들은 현재 10주 이상 D램 재고가 있으며, 일부 회사들은 14주 이상 재고를 보유 중”이라며 “내년 중반까지 가격 내림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10월 D램 고정거래가격(좌), 낸드플래시 고정거래가격(우) (자료=D램익스체인지)
D램 메모리반도체 사이클을 확인할 수 있는 대표적 지표는 고정거래가격이다. 이는 반도체 제조업체들이 대형 PC 제조업체에 대량 납품할 때 적용하는 가격을 말한다. 지난 8월 일부 대리점에서 스팟으로 거래하는 현물가격이 떨어지면서 증권시장에서 ‘반도체 고점’ 논란이 시작됐지만, 그간 반도체 제조업체들은 고정거래가격은 안정적으로 유지될 것이라고 반박해왔다. 하지만 10월 들어 실제 고정거래가격마저 무너지면서 ‘반도체 피크아웃’(고점 통과)은 현실이 됐다.

D램 가격이 떨어졌다는 것은 수요보다 공급이 많다는 의미다. 글로벌 부품 공급망 문제가 생기자 수급 차질을 우려한 PC 제조사들이 물량을 미리 확보하면서 재고가 쌓였다. 여기에 ‘위드 코로나’ 시대에 야외활동이 늘면서 PC 수요까지 줄고 있다. 반도체가 부족할 땐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협상 우위에 있지만, 이젠 PC 제조사들이 ‘갑(甲)’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최근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협상이 쉽지 않다”고 토로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PC뿐 아니라 스마트폰 업계가 오히려 ‘슈퍼사이클’을 타고 있는 시스템반도체(비메모리반도체) 부족으로 완제품 생산에 차질을 빚는 점도 부담이다. 이로 인해 최근 애플은 올해 ‘아이폰13’ 출하량 목표를 애초 9000만대에서 8000만대로 하향 조정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3분기 실적 발표를 하면서 올 4분기, 내년도 메모리반도체 시황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못했다. 위드 코로나 시대, 부품 수급 및 원자재 가격 상승 등 여러 거시변수까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생각보다 길어지는 시스템반도체와 부품 공급 부족이 예상치 못했던 D램 주문량 감소로 나타나고 있다”며 “올 연말과 내년 초 D램뿐만 아니라 낸드플래시 가격 하락 폭이 예상치를 넘어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최소 내년 상반기까지는 반도체가 다운 사이클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짧아진 반도체 사이클..반도체 업체 재고 적어

D램 사이클이 과거와 달라지고 있는 점은 그나마 위안거리다. 과거 반도체 상승과 하락 사이클은 6분기 정도였지만, 최근 들어 더 짧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지난해 상반기 상승했던 D램 가격이 하반기 하락세로 돌아섰다가 올해 상반기 다시 올랐다.

이는 과거 PC에 한정됐던 메모리반도체가 이젠 모바일·서버용 등으로 넓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D램 수요 자체가 PC 수급만으로 움직이지 않고, 가격 변동성도 이전보다는 폭이 좁아지고 주기도 줄어들 수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삼성전자를 비롯한 반도체 제조업체들의 재고 수준이 여전히 낮게 유지되고 있어 과거처럼 공급이 급격히 확대, 큰 폭으로 다운 사이클이 오는 상황은 피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도체 업체들은 14나노미터(㎚) D램과 176단 V낸드 양산 확대 등 첨단 공정 비중을 보다 강화하면서, 원가 절감을 통해 수익성을 키우고 파운드리 비중을 높여 리스크를 줄인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평택공장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미국에 제2 파운드리 공장 부지 결정을 앞두고 있다. 2018년 대비 파운드리 생산능력은 약 1.8배 확대했고, 2026년에는 3배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SK하이닉스도 매그너스반도체 유한회사로부터 키파운드리를 인수해 8인치(200㎜) 파운드리 생산능력을 2배로 늘릴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호황 사이클이 예상보다 짧아졌지만, 반대로 말하면 불황도 길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라면서 “4차산업혁명시대 반도체 수요는 여전한 만큼 첨단공정 비중을 보다 확대해 원가경쟁력을 높이고 파운드리 역량을 강화하면서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윤 (yoo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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