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주, 17번홀 그린 밖서 '기적의 9m 버디'..퍼트 한방으로 승부 갈랐다
바꿔 들고 나온 퍼터 '효자 노릇'
프로 데뷔 9년차에 통산 19승
8타 줄인 이소영 맹추격 뿌리쳐
임희정 3위로 '대상 희망' 살려
이승연·유해란은 공동 4위 선방
이번 주 바꿔서 들고 나온 퍼터가 마법을 부렸다. 김효주(26·롯데)가 그린 밖에서 넣은 기적의 9m 버디로 데뷔 9년 차에 프로 통산 19승에 안착했다.
김효주는 31일 제주 서귀포 핀크스 골프클럽(파72)에서 끝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SK네트웍스·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총상금 8억 원)에서 4라운드 합계 14언더파 274타로 우승했다. 이날 무려 버디 9개(보기 1개)로 무섭게 추격해온 이소영(24·롯데)을 1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 상금 1억 4,400만 원을 가져갔다.
올해 도쿄 올림픽에도 참가한 세계 랭킹 11위의 김효주는 이번 대회에 초청 선수로 출전했다. 첫날 선두에 5타 뒤진 공동 18위, 2라운드에 4타 차 공동 6위였던 그는 3라운드에 1타 차 단독 선두로 솟구치더니 이날 버디 6개와 보기 2개로 4타를 줄이면서 트로피를 움켜쥐었다. 지난해 이 대회 공동 2위의 아쉬움도 깨끗이 씻었다.
아마추어 고교생이던 지난 2012년부터 프로 정규 투어 대회에서 우승하며 천재로 이름을 날린 김효주는 2017년부터 3년 넘게 우승이 없다가 지난해부터 제2의 전성기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주 무대인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1승을 했으며 KLPGA 투어 대회에서는 한 달여 만에 시즌 2승째를 따냈다. 국내 대회에 세 번 나와 모두 최종일 챔피언 조 경기를 펼친 끝에 두 번을 우승했다.
국내 투어 14승에 미국 4승, 일본 1승을 더해 김효주는 통산 20승 고지에 1승 앞으로 다가섰다. 다음 대회는 11월 18일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개막하는 LPGA 투어 시즌 최종전 CME 투어 챔피언십이다. 제주에서 얻은 우승 기운으로 프로 10년 차가 되기 전 마지막 출전 대회에서 20승에 도전한다.
김효주는 이번 주 ‘허허실실 명랑 골프’의 진수를 선보였다. 그는 이번 대회 중에 “나름대로 경험이 쌓이니 실수가 나와도 크게 당황하지 않고 더 큰 실수를 만들지 않는다. 즐거운 골프를 추구하다 보니 긴장하지 않고 편하게 경기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매 라운드 동반 선수들 사이에서 웃음을 유발하며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했다. 치명적인 보기가 나와도 담아두지 않고 샐쭉 웃고 넘어갔다.
김효주는 이날 첫 홀 6m 버디 등 6개 홀에서 3타를 줄이며 2위인 같은 조 허다빈과의 거리를 4타로 벌렸다. 독주 흐름이 갑자기 바뀐 것은 12번 홀(파4). 김효주의 샷이 조금씩 흔들리면서 두 번째, 세 번째 샷에서 실수가 나왔다. 결국 이날 첫 보기를 범하는 사이 네 조 앞에서 경기 한 이소영이 버디를 잡아 1타 차로 김효주를 압박했다. 이후 이소영은 버디가 잘 나오지 않는 어려운 18번 홀(파4)에서 7m 버디를 터뜨리면서 기어이 공동 선두로 먼저 경기를 마쳤다.
연장이냐, 김효주의 우승이냐는 세 홀을 남긴 김효주에게 달려 있었다. 파5인 16번 홀에서 버디에 실패하면서 연장 기운이 드리운 직후 길이 남을 하이라이트 장면이 연출됐다. 17번 홀(파3) 티샷을 그린 뒤로 넘긴 김효주가 퍼터로 쳐서 넣어버린 것이다. 9m나 되는 데다 급한 내리막이었지만 김효주의 퍼터를 떠난 볼은 오른쪽으로 가다가 왼쪽 경사를 타고 굴러 홀 한가운데로 들어갔다. 김효주는 올해 퍼터 2개를 바꿔가며 시험 중인데 지난주 대회와 뒤바꿔 들고 나온 퍼터가 결정적인 순간 효자 역할을 톡톡히 했다.
경기 이후 김효주는 “17번 홀 그린으로 가면서 리더 보드(순위표)를 처음 봤다. 선두인 줄 알았는데 생각지 않게 (이소영과) 동타여서 정말 집중하고 퍼트했다”고 했다. 즐기는 골프의 비결에 대해서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게 골프라는 생각을 하면 즐거운 경기가 가능하다. 오늘은 목표 스코어(6언더파)를 정해 놓고 그것만 생각하면서 쳤더니 실수가 나와도 크게 흔들리지 않더라”고 설명했다.
대상(MVP) 포인트 2위 임희정이 5타를 줄여 10언더파 3위에 오르면서 역전 대상 수상의 희망을 이어갔고 SK네트웍스 소속인 이승연과 유해란이 9언더파 공동 4위로 마쳤다. 시즌 2승의 이소미도 4위다. 114번째 출전 대회에서 데뷔 첫 우승을 노렸던 5년 차 허다빈은 몇 차례 퍼트 실수에 발목 잡혀 3타를 잃으면서 6언더파 공동 11위에 만족해야 했다. 상금왕·다승왕이자 대상 1위인 박민지는 이븐파 공동 32위로 마감했다.
서귀포=양준호 기자 miguel@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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