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타운'의 구루가 결국 실패한 것에 대하여 [윤지혜의 슬로우톡]

윤지혜 칼럼 2021. 10. 31.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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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tvN 드라마 ‘홈타운’(연출 박현석, 극본 주진)에서 미지의 힘을 지닌 자 구루, 조경호(엄태구)는 자신이 하는 일을 실험이라고 했다. 기차역에서 가스를 살포해 사람들을 죽인 것이, 그가 만든 비디오를 본 사람들이 저지르게 되는 살인들이, 그의 실험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자신에게 세뇌된 사람들을 개미라 부르며 자행하는 조경호의 잔혹한 실험은 무엇을 기반으로 하는 것일까. 유년 시절 부모에게서, 복지원에서 받은 학대의 경험, 그러다 겨우 만난 사랑 많은 부모가 맞이해야 했던 비극은 절대 사라지지도 낫지도 않을 상처를 남겼고 끝내 지독한 증오와 분노로 변질되어 조경호가 살아 있는 악마, 구루로 각성하는 결정적 발화점으로 작용했다.

이렇게 시작된 게 사람의 악한 본성을 일깨우는 실험이었다. 장소는 자신의 고통이 시작된 사주시여야 했고, 사주시의 사람들, 그러니까 한 둘이 아닌 다수를 대상으로 이루어지는 최면이고 세뇌라서 그럴 만한 공통의 근거가 필요했다. 그가 자신의 동생 조정현(한예리)과 그녀의 친구들을 조종하여 사주시의 기차역에 신경가스를 살포하게 만든 이유였다.

어느날 누군가에 의해 까닭 없이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고통스러운 기억을, 특정한 몇 사람만이 아닌 사주시에 사는 이들 대부분이 공통으로 갖게 된 것이다.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고통은, 그리고 제대로 이해 받지 못한 고통은 사람의 내면을 비틀리게 만들기 마련이다. 시간의 흐름과 함께 어찌어찌 잊혀 가는 듯 보여도 실은 심하게 곯은 나머지 상처로 인한 아픔조차 느끼지 못하는 상태가 되었을 뿐이다.


이쯤되면 조경호의 구루로서의 실험을 위한 준비는 끝났다. 살아남은 마음들은 매일매일 선명하게 되살아나는 지난날의 고통에 갉아 먹히지 않으려, 구루가 내민, 구원으로 위장한 손을 잡고 자처하여 세뇌되고 그의 개미가 되는 것을 선택했다. 그리고 조경호는 자신의 개미가 된 이들을 활용하여 본격적인 실험에 돌입한다.

세뇌될 수밖에 없는 이미지와 소리를 심어 놓은 믹스 테이프 혹은 비디오를 만들어, 이를 받아서 본 사람들마다 사랑하는 사람을 죽이고 스스로 목숨을 끊게끔 만든 것이다. 실재하지 않지만 또 실재하는, 환각에 의한 두려움과 공포가 사람의 영혼을 얼마나 피폐하게 하던지, 그 때를 놓치지 않고 제 모습을 선명히 드러내는 사람의 악한 본성은 얼마나 잔혹하고 난폭하던지, 조경호의 실험은 매번 성공을 거두었다.

형사 최형인(유재명)과 자신의 어머니 정경숙(박미현)을 제외하고서는. 정경숙은 비디오를 보고 난 후 사랑하는 아들 조경호와 맞닥뜨리고 살인의 욕구를 느끼나, 아들을 사랑하는 어미의 마음에 결국 칼의 방향을 자신에게로 돌린다. 최형인은 어떠한가. 딸을 죽이지 않기 위해 자발적으로 감옥에 갇혀 매일 밤 자신을 찾아오는 환영이 건네는 죽음과도 같은 고통을 오롯이 담당한다.

어쩌면 악마 조경호의 지극히 악마적인 실험은 자신을 향한 엄마의 절절한 미안함, 즉, 증오와 분노의 고리를 끊고도 남을 절절한 사랑과 제대로 눈을 마주치면서 이미 실패가 결정되었는지 모르다. 그리고 이것은 사랑하는 이들을 상실한 아픔으로 구루의 개미가 되었던 사람들이, 조정현(한예리)의 진심 어린 사과에 결국 세뇌로 매듭지어진 지독한 상처의 끈을 끊고 일상으로 돌아오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드라마 ‘홈타은’은 작가와 관련된 논란, 이야기의 친절하지 않은 전개, 여러 자극적인 소재가 뒤섞이며 방향을 잃고 총체적 난국이 되었다만 되짚어보면 하려는 이야기는 이토록 명확했다. 배우들만이 이것을 이해하여 끝까지 최선을 다한 연기를 펼쳐 준 덕에 배우들을 믿고 끝까지 시청을 한 이들은 어떻게든 그 맥은 찾아낼 수 있었다. 배우들의 노고에 진심 어린 박수를 보낸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니스트 news@tvdaily.co.kr, 사진 = tvN ‘홈타운’]

유재명 | 한예리 | 홈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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