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방 8회' 램스데일, 아스널 무실점 승리 이끌다 [김현민의 푸스발 리베로]
▲ 아스널, 레스터전 2-0 완승
▲ 아스널, 슈팅 숫자 9대16으로 열세
▲ 레스터 기대 득점 1.89득점(아스널은 0.85득점)
▲ 램스데일, 선방 8회 무실점
▲ 램스데일, 시즌 선방 24회 & 선방률 85.7%로 두 부문 모두 PL 2위
[골닷컴] 김현민 기자 = 아스널의 새로운 수호신 애런 램스데일 골키퍼가 레스터 시티전에서 무려 8회의 슈팅을 선방하는 괴력을 과시하며 2-0 승리를 견인했다.
아스널이 킹 파워 스타디움 원정에서 열린 레스터와의 2021/22 시즌 프리미어 리그(이하 PL) 10라운드에서 2-0 완승을 거두었다. 이와 함께 아스널은 최근 PL 7경기 5승 2무 무패 행진을 이어오며 3라운드 기준 최하위에서 6위까지 순위를 대폭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이 경기에서 아스널은 사실상 4-4-2라고 할 수 있는 4-4-1-1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피에르-에메릭 오바메양 원톱에 알렉상드르 라카제트가 이선 공격수로 위치했고, 에밀 스미스 로우와 부카요 사카가 좌우 측면 미드필더로 나섰다. 알베르트 삼비 로콩가와 토마스 파티가 중원을 구축했고, 누누 타바레스와 토미야스 타케히로가 좌우 측면 수비를 책임졌다. 가브리엘 마갈량이스와 벤 화이트가 중앙 수비수로 선발 출전했고, 골문은 램스데일 골키퍼가 지켰다.
경기 시작하고 20분경까지는 아스널이 압도했다. 아스널이 20분 사이에 무려 5회의 슈팅을 시도하며(이 중 유효 슈팅이 4회에 달했다) 레스터의 골문을 두들긴 것. 심지어 점유율에서도 58대42로 크게 우위를 점했고, 코너킥에선 4대0으로 상대를 압도한 아스널이다.
이 과정에서 아스널은 5분 만에 사카의 코너킥에 이은 마갈량이스의 헤딩 골로 기선을 제압하는 데 성공했다. 이어서 18분경엔 사카의 횡패스를 받은 라카제트가 드리블을 시도하는 걸 레스터 베테랑 수비수 조니 에반스가 태클로 끊어냈으나 스미스 로우가 루즈볼을 논스톱 슈팅으로 가져가며 추가골을 넣었다.
반면 레스터는 20분경까지 잦은 패스 실수를 저지르며 자멸하는 모양새였다. 심지어 경기 시작과 동시에 수비수 다니엘 아마티가 자책골을 허용할 뻔했으나 카스퍼 슈마이켈 골키퍼 선방 덕에 실점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20분경까지는 졸전 그 자체였다고 할 수 있겠다.
레스터는 20분을 기점으로 점유율을 끌어올리며 경기의 주도권을 가져왔다. 이를 바탕으로 차근차근 슈팅 숫자를 늘려나가며 득점 사냥에 나섰다. 실제 20분 이후만 놓고 보면 레스터가 점유율에서 69대31로 아스널을 압도했고, 슈팅 숫자에서도 15대4로 4배 가까이 많았다. 코너킥 역시 7대2로 아스널에 크게 앞선 레스터였다.
하지만 아스널엔 램스데일 골키퍼가 버티고 있었다. 램스데일은 27분경, 레스터 공격수 켈레치 이헤아나초의 대포알 같은 중거리 슈팅을 손끝으로 쳐냈다. 이어서 42분경엔 레스터 공격형 미드필더 제임스 메디슨의 골과 다름 없는 프리킥을 또다시 손끝으로 쳐내면서 골대를 강타하게 만든 데 이어 빠른 2차 동작으로 에반스의 리바운드 슈팅마저 막아냈다. 램스데일의 괴물같은 선방 덕에 전반전을 무실점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던 아스널이었다.
다급해진 레스터는 후반 시작과 동시에 이헤아나초와 아마티를 빼고 아데몰라 루크먼과 하비 반스를 교체 출전시키면서 3-4-1-2 포메이션에서 4-2-3-1로 전환했다. 이를 통해 공격수 숫자를 늘리면서 공세적으로 나선 레스터였다.
레스터의 교체는 주효했다. 측면 공격수로 투입된 반스와 루크먼이 적극적으로 측면 돌파를 감행하며 레스터의 공격을 주도했다. 하지만 여전히 램스데일을 넘기엔 역부족이었다. 후반 13분경, 레스터 간판 공격수 제이미 바디의 센스있는 백힐 패스에 이은 루크먼의 슈팅을 각도를 좁힌 램스데일이 안면으로 방어해내는 투지를 보였다. 후반 16분경에도 반스의 돌파에 이은 슈팅을 각도를 좁히고 나와 육탄방어로 저지해냈다. 반스의 슈팅을 온몸으로 막아낸 그는 잠시나마 고통을 호소하며 누워있었으나 레스터 홈팬들이 야유하자 골킥을 처리하고선 곧바로 관중석을 향해 표효하는 모습을 연출하는 패기를 보여주었다.
램스데일의 환상적인 선방이 이어지자 이에 위축된 레스터 공격진들은 득점 찬스에서 지나치게 그를 의식하다가 유효 슈팅마저 가져가지 못하는 우를 범했다. 실제 레스터는 후반 20분 이후엔 단 하나의 유효 슈팅도 기록하지 못했다. 이대로 경기는 아스널의 2-0 승리로 막을 내렸다.
이 경기에서 아스널은 슈팅 숫자에서 9대16으로 열세를 보였다. 특히 유효 슈팅은 무려 8회나 허용했다. 당연히 기대 득점(xG: Expected Goals의 약자로 슈팅 지점과 상황을 통해 예상 스코어를 산출하는 통계)만 놓고 보면 레스터가 1.89골로 아스널 0.85골에 앞섰다. 즉 기대 득점만 놓고 보면 2-1로 레스터가 승리할 경기였다.
하지만 램스데일이 8회의 슈팅을 선방해준 덕에 무실점으로 경기를 승리로 마무리할 수 있었다. 이는 램스데일 개인 통산 PL 1경기 최다 선방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말 그대로 영웅적인 활약상을 펼치며 팀에 무실점 승리를 선사한 램스데일이다.
램스데일은 레스터전 선방 8회를 추가하며 이번 시즌 PL 28개의 유효 슈팅 중 24개를 선방하는 괴력을 과시하고 있다. 선방률은 85.7%로 첼시 수문장 에두아르 멘디(89.7%) 다음으로 높은 선방률을 자랑하고 있다. 경기당 선방 횟수 역시 3.4회로 리즈 유나이티드 골키퍼 일랑 메시에르(3.8회)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다.
비단 선방이 전부가 아니다. 그는 날카로운 킥을 구사하면서 역습 과정에서 중요한 기점 역할을 담당하곤 한다. 이번 레스터전에서 그의 패스 성공률은 38.1%로 다소 저조한 수치였으나 오바메양(3회)과 라카제트(2회)에게 총 5회의 패스를 연결해주었다. 선방이 많다 보니 볼터치는 아스널 선수들 중 최다(60회)였고, 패스도 팀 내 2위(42회, 1위는 파티 45회)였으나 안정적인 처리를 보여준 램스데일이다. 이 점이 원래 아스널 주전 골키퍼였던 베른트 레노와 가장 차이점을 드러내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아스널이 여름 이적시장에서 옵션 포함 3000만 파운드(한화 약 482억)를 들여 램스데일을 영입했을 당시만 하더라도 레노가 건재한 가운데 백업 골키퍼에게 지나치게 많은 금액을 지출한 게 아니냐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램스데일은 실력으로 레노를 제치며 아스널의 새로운 수호신으로 자리잡고 있다. 매경기 뛰어난 선방은 물론 레노에게 없는 안정적인 킥 능력을 선보이고 있는 램스데일이다. 이 정도면 아스널 팬들 입에선 절로 이 말이 나올 만 하다. "램스데일 영입 안 했으면 어쩔 뻔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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