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성사된 '신박대결', 진짜 최강을 가린다
[스포츠경향]
돌고 돌아 또 다시 정상을 눈 앞에 두고 만났다. 현재 한국 바둑 최고의 라이벌 관계인 신진서 9단(21)과 박정환 9단(28)이 2021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결승에서 우승을 두고 한 판 대결을 펼친다. 올해 세계대회 무패 행진을 벌이고 있는 신진서와 무관의 한을 끊으려는 박정환의 대결은 올해 열린 모든 대국을 통틀어 가장 치열한 한 판 승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신진서의 기세는 실로 무시무시하다. 올해 초 세계대회에서 지고 싶지 않다는 자신의 말을 그대로 지키고 있다. 올해 열린 세계대회에서 한 번도 지지 않고 15승을 기록 중이다. 지난해까지 포함하면 세계대회 16연승이다. 특히 올해 2월 농심신라면배에서는 한국의 4번째 주자로 나서 5연승으로 한국의 우승을 확정해 2005년 이창호 9단이 만든 ‘상하이 대첩’을 재현했다.
지난해 88.37%(76승10패)의 승률을 기록, 이창호가 1988년 세운 88.24%(75승10패)의 한 해 최고 승률 기록을 32년만에 경신했던 신진서는 현 시점에서 의심의 여지가 없는 한국 최고 기사다. 올해 GS칼텍스배와 명인전, 쏘팔코사놀 최고기사결정전, 용성전, KBS 바둑왕전 등 국내 주요 5개 기전 우승을 차지하며 국내 5관왕을 달성했다. 현재 진행중인 우슬봉조 한국기원 선수권전까지 거머쥐면 국내 전관왕을 달성한다. 세계대회에서도 지난 9월 춘란배에서 정상에 올랐다. 현재 진행중인 삼성화재배 결승을 2연승으로 마무리하고 11월 예정인 LG배 8강과 4강마저 승리하면 세계대회 무패로 시즌을 마감하게 된다.
이에 맞서는 박정환은 지난 10년간 한국 바둑을 홀로 지탱해 온 유일한 기사였다. 신진서의 등장과 함께 한 발짝 밀려났지만, 여전히 정상급의 기량으로 신진서와 함께 한국 바둑을 이끌어가고 있다.
특히 이번 삼성화재배에서 박정환 특유의 집중력이 빛을 발하고 있다. 중국의 롄샤오 9단과 만난 8강전은 이번 대회 최고의 명승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대국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인공지능(AI)조차 롄샤오의 승률을 95% 이상으로 점칠 정도로 박정환이 불리했다. 하지만 이후 치열한 수싸움 끝에 승기를 가져왔고, 무려 306수까지 가는 대접전 끝에 2집 반 승을 챙겼다.
신진서와 박정환의 상대전적은 25승20패로 신진서가 우위를 점하고 있다. 8번의 결승전 대결에서도 신진서가 5번 우승을 차지해 3번의 박정환을 앞선다. 지난해 7번기로 진행된 남해 슈퍼매치에서는 신진서가 7번의 대국을 모두 승리하며 박정환에게 치욕을 안기기도 했다.
올해도 쏘팔코사놀 최고기사결정전(5번기)과 용성전(3번기) 결승에서 신진서가 박정환을 모두 이겼다. 다만 3승2패, 2승1패로 박정환도 쉽게 물러서지는 않았다. 여전히 신진서의 우세를 점치는 사람들이 많지만, 승부는 뚜껑을 열기 전까지는 모른다. 삼성화재배 결승은 11월1일부터 3일까지 3번기로 진행된다.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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