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에 털어놓은 삼성의 고백.."스펙만으론 中에 곧 따라잡혀"
"하드웨어 성능은 중국 기업도 이미 충분히 뛰어납니다. 스펙만으로는 계속 이길 수 없죠. 가전을 연결하는 새로운 경험은 삼성만이 제공할 수 있어요. 다양한 제품을 갖춘 종합 경쟁력을 살릴 겁니다."
삼성전자의 가전사업을 총괄하는 김현석 CE(소비자가전) 부문 경영총괄 대표이사 사장이 꺼낸 삼성 가전의 청사진이다. 31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김 대표는 지난 29일 보도된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과의 인터뷰에서 "세계 인구의 25∼30%가 삼성 제품을 일상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것은 큰 기회"라며 이같이 말했다.
김 대표는 "스마트폰, TV, 가전시장의 점유율을 바탕으로 고객을 '락인'하는 것이 목표"라며 "미국 애플과는 전혀 다른 영역에서 특별한 체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락인'(잠금·lock-in) 효과는 제품을 직접 개선하고 효과를 체험하는 과정에서 고객이 제품에 강한 애착과 충성심을 보유하게 되는 효과를 말한다. 락인이 형성되면 경쟁 상품의 질이나 가격이 더 뛰어나도 웬만해서는 제품을 대체하려 하지 않는다. 애플이 락인 효과를 잘 활용하는 대표적인 기업으로 꼽힌다.
김 대표의 언급은 애플과 다른, 새로운 차원에서 삼성만의 락인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삼성만의 비장의 무기는 인공지능(AI)과 이를 활용한 제품간 연결 서비스다. 김 대표는 "모든 가전에 AI(인공지능)를 탑재하고 여러 가전을 결합한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며 "내장 센서가 가전을 사용하는 사람의 생활 스타일을 파악해 건강을 관리하는 것 외에 로봇이 가전과 함께 가사를 담당하는 미래상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올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온라인으로 열린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1'에서 식사를 마치면 로봇이 식탁 위의 식기를 세척기로 옮겨 설거지를 마치고 의류 세탁이나 집안 청소를 도맡는 인공지능의 미래상을 제시했다. 조만간 화상인식 기술과 제어용 반도체 진화로 가정에도 로봇이 보급될 것이라는 게 삼성의 구상이다.
김 대표는 "제품간 연계를 담당하는 AI는 개인 최적화와 자동화를 동시에 수행할 것"이라며 "AI가 사람의 취향을 파악하고 가전이 알아서 수행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TV에서 보고 싶은 채널을 찾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보고 싶은 동영상을 TV가 추천해 주는 시대가 도래한 것처럼 다른 가전에도 이런 진화가 파급될 것이라는 얘기다.
삼성전자는 이를 위해 올초 스마트폰과 TV, 가전 부문 사업부장이 제품간 연계를 추진하는 '멀티 디바이스 경험 협의회'를 구성했다. 사업부간 협력을 통해 새로운 서비스 개발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가 사용자 경험을 중시하는 배경에는 MZ세대(1980~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가 있다. 40대 이상 소비자와 비교해 20~30대의 MZ세대는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가 낮아서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가가 특히 중요하다는 것.
김 대표는 "이들 세대는 넷플릭스나 인스타그램 등 플랫폼의 콘텐츠를 일상적으로 공유하면서 국가나 지역의 격차도 줄어 소비 성향도 비슷하다"며 "앞으로 5~10년은 MZ세대를 주요 고객으로 한 제품과 서비스 개발이 필수적이라고 내부에서도 공유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집콕' 수요로 호황을 맞았던 가전 시장이 내년에는 다소 주춤할 수 있다는 관측도 최근 삼성전자의 전략 변화를 이끈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올 3분기 CE부문에서 매출 14조1000억원, 영업이익 760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0억원가량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51% 줄었다.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를 앞두고 그만큼 마케팅 등 비용이 늘었다는 얘기다. 경쟁사인 LG전자의 경우 3분기 가전 부문 매출이 1년 전보다 14% 늘고 영업이익은 27% 줄어든 데 그쳤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기존 제품의 연장선에서 성능을 높이는 것만으로는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기 어렵다"며 "김 대표가 그리는 '가전간 연계를 통한 락인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라도 생활 스타일을 변화시키는 혁신적인 제품 개발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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