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만장 1년의 축소판 같던, SSG의 '눈물의 일주일'

안승호 기자 2021. 10. 31.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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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경향]

SSG 김건우(오른쪽)가 지난 30일 인천 KT전에서 1회초 강판되고 있다. 연합뉴스


상위 6팀의 운명이 결정되는 프로야구 정규시즌 최종일. 4~5위 경쟁을 벌인 두산은 사흘만 쉰 최원준을 선발 마운드에 올렸다. 키움 역시 아껴놨던 에이스 에릭 요키시를 광주 KIA전에 선발 등판시켰다. 그러나 함께 경쟁한 SSG가 문학 KT전에서 내민 카드는 올해 1차지명 신인인 19살 좌완 김건우였다. 김건우는 올해 1군 등판이 5경기 뿐이었다.

김원형 SSG 감독은 지난 30일 문학 경기에 앞서 김건우를 두고 “1회만 잘 넘겨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건우는 1회는 고사하고 아웃카운트 1개 잡지 못한 채 안타 1개와 볼넷 2개로 무사 만루로 몰린 채 마운드를 내려왔다. SSG는 바로 장지훈을 올려 2점으로 실점을 최소화한 뒤 1회말 바로 2점을 따라 잡았지만, 불펜진이 너무도 일찍 가동된 여파를 극복하지 못하고 3-8로 패했다. 이날 순위 경쟁을 한 6팀 중 유일하게 가을야구에서 탈락하며 가장 아픔이 큰 팀이 됐다.

환희와 좌절이 함께 한 지난 일주일은 SSG의 시즌 축소판 같았다.

SSG는 지난 5월 박종훈과 문승원 등 선발 2명을 부상으로 모두 잃었다. 사실상 외국인투수 윌머 폰트와 중도 합류한 샘 가빌리오를 제외하고는 선발 로테이션에 정해진 자리가 없었다.

그래서 선발진 운용과 선택에 가장 ‘창의력’이 필요한 팀이기도 했다. 지난 데이터와 경험에서 작은 실마리라도 찾아 최선의 조합을 찾으려는 움직임이 자주 보였다.

마지막 일주일도 그랬다. 김원형 감독은 지난 27일부터 이어진 두산과의 문학 2연전에 폰트와 가빌리오를 집중시켰다. 2경기를 모두 잡으면 5위가 아닌 4위를 가시권에 둘 수 있었다. 더구나 폰트는 그에 앞서 두산전에 4차례 나와 3승무패 평균자책 0.64로 초강세를 보이고 있었다. 그러나 폰트가 하필 이날 수비 실책 등에 흔들리며 5.2이닝 7안타 8실점(2자책)으로 무너진 것이 전체 계획을 흔들어놓았다. 가빌리오가 나선 두산과 2번째 경기를 잡았지만 4위싸움 주도권은 이미 내준 뒤였다.

김건우를 마지막날 선발로 낸 것은 어중간한 선택보다는 아예 낯섦으로 승부를 걸겠다는 의도였다. SSG는 지난 24일 일요일 대구 삼성전에서 상대 선발로 에이스 데이비드 뷰캐넌을 만나고도 3-3으로 비겼다. 김건우를 선발로 내면서 첫 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은 뒤로 오히려 경기 중후반까지는 승세를 타는 경기였다.

이날 삼성전 경험은, 시즌 최종전 선발 결정의 단초가 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 김 감독은 지난 주중 “야구라는 게 강한 투수를 내서 확률적인 유리함을 가져갈 수 있지만, (약해 보이지만) 낯선 투수를 만나 어려움에 빠지기도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최종전의 김건우 카드는 실패했다. 다만 ‘더 나은 수가 있었겠냐’고 묻는다면, 누구도 시원한 답변을 할 수 없는 게 올해 후반기 SSG의 마운드 상황이었다.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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