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균의 골프장 산책] 벤트그라스로 새롭게 단장한 스카이72 오션코스
법적 소송과 무관 최상의 컨디션 제공 의지
11년간 LPGA투어 대회 유치로 우수성 입증
4계절 중 가을이 가장 아름다운 가을골프 명소
공항 근처면 '에어포트'가 이름으로 더 어울릴 법한데 '스카이'란다. 이 곳의 쪽빛 하늘이 너무나 아름다워 지어진 이름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문득 든다. 인천 영종도에 자리잡은 스카이72골프앤리조트(대표이사 김영재)다. 영종도는 고려시대에는 자줏빛 또는 보라빛 제비섬이라는 의미의 '자연도(紫燕島)'로 불렸으나 조선 효종 때 화성군 남양면에 있던 군사기지 영종진을 이 곳으로 옮기면서 영종도가 됐다고 한다.
인천 연안부두에서 연락선을 타고 드나들었던 영종도는 2001년 3월 22일에 인천국제공항이 개항하면서 엄청난 신분상승을 한다. 영종대교, 인천공항철도, 그리고 인천대교가 개통되면서 섬이되 섬이 아닌 곳이 됐으니 말이다. 스카이72는 2005년에 개장했다. 하늘코스 18홀에 바다코스 54홀을 합친 총 72홀 코스다.
그 중 바다코스에 있는 오션코스(18홀)는 아시아를 대표하는 세계적 토너먼트 코스다. 2008년부터 2018년까지 국내 유일의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를 11년 연속 개최하면서 그 우수성은 입증됐다. 당시 대회는 코스가 가장 아름다운 매년 10월에 열려 '가을의 유혹'으로 불리기도 했다. 18홀 코스를 27홀 면적에 조성하므로써 전장이 자그만치 6652m(약 7300야드)로 길다. 그만큼 난도가 높을 수 밖에 없다. 국내외 유명 선수들이 코스 변별력을 인정하는 이유다.
특히 2020년부터 오션코스 잔디 초종 교체 작업에 들어가 현재 거의 마무리 단계다. 기존 켄터키블루그라스였던 페어웨이 잔디를 벤트그라스로 전환한 것. 벤트그라스는 같은 양잔디 중에서도 비용이 1.5배로 많이 들고 관리 또한 까다롭다. 그래서 주로 그린에만 사용된다. 우리나라 내륙 골프장 중에서 페어웨이가 벤트그라스인 곳은 스카이72 하늘코스, 해슬리나인브릿지, 잭니클라우스GC, 트리니티클럽 등 손에 꼽을 정도다.
스카이72는 "소송과는 별개로 이용객의 불편이 없도록 코스를 관리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오션코스 초종 교체는 내륙 골프장 최초로 벤트그라스를 식재해 성공을 거둔 하늘코스의 노하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스카이72 코스랩실은 그간의 경험을 체계적으로 데이터화하고 잔디연구소 등을 통해 과학적으로 접근하면서 영종도 기후에 맞는 잔디 특성을 연구해왔다.
그러니 오션코스의 분위기가 이전과 달라진 것은 당연하다. 우선은 와일드했던 기존 느낌이 상당히 순화된 듯하다. 최근 오션코스를 방문해 벤트그라스를 직접 경험한 고객들은 “오션코스도 하늘코스처럼 잔디 밀도가 높고 부드러운 샷감을 느낄 수 있었다. 벤트그라스만의 ‘양탄자’느낌을 충분히 체감했다”며 높은 만족감을 나타냈다는 게 골프장측의 전언이다.
오션코스는 세계적인 코스 설계회사인 '니클라우스 디자인'에 의해 설계됐다. 최대한 자연그대로의 아름다움을 살린 게 디자인 컨셉트다. 그러면서 니클라우스 디자인 코스의 트레이드마크인 벙커와 적절한 언듈레이션을 배치했다. 그래서 참 어렵다. 물론 모든 홀이 어려운 것만은 아니다. 도전욕을 불러 일으키는 홀도 더러 있다. 많은 골퍼들이 큰 상실감을 안고 돌아가지만 다시 찾는 이유다.
10번홀(파4)은 아시아인 최초의 LPGA 명예의 전당 회원인 박세리, 11번홀(파4)은 신지애, 12번홀(파3)은 폴라 크리머, 13번홀(파5)은 동양인 최초의 '메이저 챔프' 양용은, 가장 난도가 높은 16번홀(파4)은 PGA투어 통산 8승의 최경주, 17번홀(파3)은 코스 설계자 잭 니클라우스(미국), 그리고 18번홀(파5)은 줄리 잉스터(미국)의 헌정 홀이다.
골프장 주변에 명소가 즐비하다는 것도 이 골프장의 또 다른 매력이다. 마치 장군이 갑옷을 입고 춤을 추고 있는 것과 같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무의도(舞衣島), 고운 백사장과 갯펄, 가는 길의 해송 숲이 아름다운 을왕리 해변, 원효대사가 창건했다는 용궁사가 자리 잡은 백운산이 있다. 그러나 오션코스 주변 명소의 백미는 온 세상을 붉은 빛으로 물들이는 서해의 낙조다. 그래서일까, 필자는 이 곳에서 라운드를 하고 돌아갈 때면 마치 웅장한 시네마스코프 영화 한 편을 본 듯한 감흥으로 흐뭇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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