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의 속 보이는 꼼수 행정..최종전 도중 은퇴시킨 프랜차이즈 스타
[스포티비뉴스=부산, 고봉준 기자] 치열한 하루였다. 올 시즌 KBO리그 최종전이 열린 30일. 공교롭게도 전국 5개 구장에서 모두 순위 싸움이 걸린 맞대결이 진행되면서 모처럼 프로야구에도 활기가 넘쳤다.
LG 트윈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마지막 경기가 열린 사직구장의 분위기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날 LG는 혹시 모를 우승 가능성을 안고 있었다. 롯데를 잡고 공동선두 삼성 라이온즈나 kt 위즈의 패배를 기다리겠다는 각오로 똘똘 뭉쳤다. 사직구장의 절반 가까이를 LG팬들이 채운 이유였다.
롯데 역시 최선을 다했다. 비록 가을야구 진출은 무산됐지만, 선발투수 박세웅의 10승과 최준용, 구승민의 20홀드 등 많은 기록이 걸려있었기 때문이다.
오후 5시 플레이볼이 선언된 경기. 초반은 팽팽한 흐름이었다. LG가 계속 득점권 주자를 내보내면서 롯데 마운드를 위협했다.
그런데 경기 시작 1시간이 채 지나지 않은 무렵. 롯데 구단은 예상치 못한 소식을 알렸다. 곧 보도자료 하나가 배포된다는 공지. 바로 우완투수 송승준(41)의 은퇴였다.
롯데는 이날 “2007년부터 롯데 유니폼을 입은 송승준이 현역 은퇴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겉으로는 한 둥지에서 15년을 뛴 프랜차이즈 스타의 퇴장이었다. 그러나 내용과 발표 시점 모두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았다.
하단초와 경남중, 경남고를 차례로 나온 송승준은 미국 무대를 거친 뒤 2007년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이후 지난해까지 통산 338경기를 뛰며 109승 85패 평균자책점 4.48로 활약했다. 특히 2008년부터 2011년까지 4년 연속 10승을 거두고 롯데의 신바람을 이끌기도 했다.
그러나 송승준은 올해 제기된 금지약물 논란으로 입지가 흔들린 상태였다. 주된 혐의점은 2017년 3월 금지약물로 해당하는 성장호르몬 아젠트로핀(Agentropin)을 소지해 프로스포츠 도핑방지 규정 제2조 6항을 위반했다는 내용이었다.
진상을 파악한 한국도핑방지위원회(KADA)는 6월 송승준에게 72경기 출장정지 징계를 내렸다. 무죄를 주장한 송승준은 항소했지만, 7월 열린 한국도핑방지 항소위원회는 이를 기각했고, KBO는 8월 72경기 출전정지 징계를 확정했다. 그러면서 송승준은 전력에서 사실상 제외됐다.
이미 올 시즌 은퇴를 예고했던 송승준. 무죄 주장을 위해 최종 은퇴 의사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현역 생활 정리는 사실상 발표만 남은 상태였다.
그런데 롯데 구단은 최종전이 한창 열리고 있는 시간대를 맞춰 송승준의 은퇴를 알렸다. 누가 보더라도 페넌트레이스 마지막 날 결정될 우승과 가을야구 향방 이슈 사이로, 최근 물의를 일으킨 소속선수의 은퇴를 조용히 묻어보겠다는 심산이었다. 물론 송승준의 은퇴가 최종전 당일 발표돼야 할 시급한 이유는 없었다.
쩨쩨한 수단이나 방법을 뜻하는, 말 그대로 꼼수 일처리였다. 롯데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2007년부터 롯데 유니폼을 입은 송승준은 117승을 달성한 윤학길 전 2군 감독의 뒤를 이어 구단 역대 최다승 2위라는 기록을 남기고 커리어를 마감한다”고 했다.
소속선수, 그것도 구단의 귀한 기록을 지닌 프랜차이즈 스타의 업적을 높이면서도 가장 중요한 은퇴 발표 시점은 팬들이 쉽게 주목할 수 없는 때를 골랐다. 물론 금지약물 논란과 관련된 내용은 보도자료에서 빠졌다.
만약 구단이 선수를 진정한 프랜차이즈 스타라고 생각했다면, 은퇴 발표까지는 더욱 숙고가 필요했다. 반대로 잘못을 저지른 선수에게 책임을 물으려고 했다면, 송승준이 취할 법적 대응을 기다리고 난 뒤에도 그 시간은 충분했다. 그러나 롯데는 금지약물 논란이 터진 뒤 처음부터 끝까지 이도 저도 아닌 스탠스를 취하다가 결별을 택했다.
4년 연속 가을야구 진출이 무산된 2021년 페넌트레이스 마지막 날. 롯데 선수들은 팬들과 승리로 추억을 남겼다. 물론 송승준은 없었다.
은퇴사로 작별을 고한 송승준은 “롯데에서 오랜 기간 선수로 뛸 수 있어서 행복했다. 2007년부터 지금까지 아낌없는 사랑과 성원을 보내준 팬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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