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리포트] 승리한 오리온은 웃지 못했고, 패배한 삼성의 미래는 장밋빛으로!
승리한 오리온은 시원하게 웃지 못했고, 패배한 삼성이 오히려 미소를 띠었다.
고양 오리온은 지난 30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1~2022 KGC인삼공사 정관장 프로농구 서울 삼성과의 경기에서 81-76으로 승리했다.
이날 오리온의 81점 중 64점을 국내 선수들이 기록했다. 이승현(197cm, F)이 19점, 김강선(190cm, G)과 이대성(193cm, G)은 12점, 이정현(188cm, G)은 10점으로 토종 선수들의 활약이 돋보였다. 어떻게 보면 국내 선수들의 고무적인 활약으로 낙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
반대로 생각하면 외국 선수들이 너무 부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외국 선수들의 컨디션이 그만큼 안 올라오고 있다는 것이다. 외국 선수의 기량이 큰 부분을 차지하는 KBL에서 지속적으로 이런 문제를 노출한다면 고양 오리온은 순위 레이스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
오리온이 야심 차게 영입한 미로슬라브 라둘리차(213cm, C)는 매 경기 강을준 감독의 속을 썩이고 있다. 이날도 15분 출장해 8점 5리바운드를 기록했다. 수치 상으로 보면 전혀 문제가 없다. 하지만 오리온이 라둘리차를 영입할 당시 기대했던 부분은 이게 아니었을 것이다.
해외리그에서 잔뼈가 굵은 라둘리차는 FIBA 룰을 적용하고 있는 KBL에 쉽게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팀플레이에 해를 끼치는 모습도 자주 보였다.
이날도 작전 타임 때 혼자 멀찍이 떨어져 앉아있어 전혀 작전타임을 듣지 않았다. 이런 모습이 처음이 아니다. 또한 심판의 휘슬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본인 스스로는 상대의 반칙이라고 판단해, 심판을 계속 주시했지만 심판은 반응하지 않았다.
결국 라둘리차는 끝끝내 폭발했다. 공을 바닥에 세게 튕기며 테크니컬 파울을 받았다. 가지고 있는 기본 스피드도 느려서 힉스에게 쉬운 돌파 득점을 많이 허용했다.
강을준 감독도 “라둘리차가 현재 한국 농구가 수준이 높다는 걸 몸소 느끼고 있다. 변칙 수비나 존 디펜스에 대해 혼돈성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 적응할 거면 대범하게 적응해 줬으면 좋겠다”며 우려의 시선을 보였다.
라둘리차를 바라보는 이승현의 시선도 강을준 감독과 동일했다. “정현이가 라둘리차의 장점만 말하면서, 너무 좋게 포장해 말했다. 라둘리차가 나중엔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아직까진 팀 동료다. 잘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끌고 가야한다”며 설명을 덧붙였다.
덕분에 머피 할로웨이(196cm, F)는 1옵션 다운 2옵션의 역할을 해내야만 하고 있다. 심지어 해내고 있다. 2옵션 중에선 최고의 가성비를 자랑하며, 좋은 모습을 연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날은 무리하게 직접 드리블하는 게 많았다. 앞선에서 쉽게 스틸을 당했다. 본인의 시그니처 플레이라고 할 수 있는 덩크도 놓쳤다. 미드-레인지의 효율성도 좋지 않았다. 강을준 감독의 고민은 더 깊어질 수밖에 없던 하루였다.
반대로 삼성은 패배했음에도 외국 선수의 활약에 대해 웃음을 지었다. 삼성은 매 시즌 선발하는 외국 선수가 기량적인 측면에서 많이 뒤떨어졌다. 케네디 믹스, 글렌 코지, 벤 음발라 등 수많은 외국 선수가 삼성을 거쳐갔지만, 전부 이상민 감독의 골머리를 앓게 했다.
하지만 이번 시즌만큼은 다르다. 1옵션 아이제아 힉스(202cm, F)가 공수에서 중심을 잘 잡고 있다. 그를 뒤받쳐 주는 2옵션 다니엘 오셰푸(208cm, C)도 본인의 몫을 충분히 다하고 있다. 아니, 경기를 거듭할수록 120%의 기량을 보여주고 있다.
이날도 힉스가 파울트러블에 걸려 삼성이 어려웠을 때 경기를 해결해 나간 것도 오셰푸였다. 오셰푸는 2쿼터 5분 동안의 득점을 전부 책임졌다.
코트 위에서 부족한 점은 선수들과 소통을 통해 메꾸려는 모습이었다. 훅슛도 일품이었다. 이상민 감독 역시 오셰푸의 플레이에 대해 매우 만족감을 드러냈다.
체력적인 부분만 올라오면 확실히 좋은 경기력을 보일 수 있다는 이상민 감독의 자신감은 근거 있는 자신감이었다. 이날 삼성은 비록 패배했지만 다가오는 미래는 장밋빛으로 그려지고 있는 중이다.
사진 제공 = KBL
사진 설명 = 첫 번째(미로슬라브 라둘리차), 두 번째(머피 할로웨이), 세 번째(다니엘 오셰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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