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洪 감정싸움 '위험 수위'..'지라시' 난무하는 野 경선판

최동현 기자 2021. 10. 3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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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천협박' 두고 원색 비난..유승민 "尹·洪, 무난히 질 후보"
정책 대결 없이 '네거티브'만 부각..野 '원팀 결성' 적신호?
©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국민의힘 대선후보 자리를 다투는 윤석열 후보와 홍준표 후보의 신경전이 위험수위로 치닫고 있다. 본경선 목전에서 정책 대결이 아닌 '거짓말 공방'과 '지라시 논란' 등 네거티브 공방만 부각되면서, 본선 과제인 '원팀 화합'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31일 야권에 따르면 윤석열 캠프와 홍준표 캠프는 전날(30일) 이른바 '공천 협박' 논란을 두고 서로를 향해 원색적인 비난을 하며 종일 공방을 벌였다.

발단은 30일 서울대학교 동문 커뮤니티 '스누라이프'에 올라온 익명 글에서 시작됐다. 자신을 '국민의힘 당협위원장 아들'이라고 주장한 글쓴이는 윤석열 캠프 소속 일부 중진 의원들이 부친에게 매일 독촉 전화를 하고, 공천을 빌미로 협박했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특히 해당 글에는 윤석열 캠프 소속 주호영 의원과 권성동 의원을 지목하는 듯한 내용이 포함돼 논란이 커졌다. 홍준표 캠프의 여명 대변인은 성명서를 통해 "주호영·권성동 국회의원의 당적 박탈을 요구한다"고 공개 비판하기도 했다. 현재 익명 글은 삭제된 상태다.

윤석열 캠프는 "사실무근"이라며 전면 부인했다. 윤 후보도 이날 대구에서 기자들을 만나 "확인해보니 터무니없는 얘기"라며 "저희 캠프에 공천을 가지고 말도 안 되는 얘기를 하실 만한 분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윤석열 캠프의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홍 후보와 그 캠프의 명예훼손과 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좌시하지 않겠다"며 법적 대응까지 예고했다. 권 의원은 "형사고발을 통해 실제 작성자와 작성 경위를 명명백백하게 따질 것"이라고 했다.

'공천 협박' 논란은 홍 후보의 입을 통해 재점화했다. 홍 후보는 전날(30일)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윤 후보의 선거 활동을 도와 편파 선거 운동을 했다는 논란이 불거진 한 당협위원장에 대해 "나중에 지방선거 공천 추천권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홍 후보는 '캠프에 합류한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내일(31일) 포천에서 지지활동을 하는데 당협위원장은 다른 곳에서 행사를 예고했다'는 질문에 "그런 식으로 당협을 운영하는 것은 20~30년 전 잘못된 행태"라며 "그런 사람은 지방선거 공천 추천권을 박탈해야 한다. 두고 보라"고 했다.

홍준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가 1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 MBC에서 국민의힘 대선 경선후보 일대일 맞수토론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1.10.15/뉴스1 © News1 국회사진취재단

이번에는 윤석열 캠프가 공세의 고삐를 좼다. 윤석열 캠프 김병민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공천권 협박으로 구태정치 끝판왕을 자임한 홍준표 후보"라며 "각종 흑색선전과 마타도어로 보수의 품격을 떨어뜨리는 것도 모자라 이젠 대놓고 당의 동지인 당협위원장들을 협박하는 추태를 부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대변인은 "홍 후보가 대선후보가 되면 본인 마음대로 지방선거 공천권을 보복의 정치 수단으로 삼겠다고 공개 선언을 한 것"이라며 "제왕이라도 된 양 공갈과 협박을 하고 있으니 낯 부끄러운 일"이라며 즉각적인 사과를 요구했다.

유승민 후보는 홍 후보와 윤 후보를 동시에 저격했다. 유 후보는 페이스북에 "공천 협박으로 당협위원장 줄세우기 하는 구태는 윤 후보나 홍 후보나 조금도 다르지 않다. 피장파장, 도긴개긴"이라며 "홍(준표), 윤(석열)로는 무난히 진다"고 했다.

원희룡 후보도 가세했다. 원 후보는 페이스북을 통해 "경선 후보들 간에 도를 넘어선 언행이 오가고 있다"며 "저 원희룡은 구태 정치, 막장 싸움에는 관심이 없다. 국민을 위한 정치를 고민하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부족하다"며 두 후보의 다툼을 싸잡아 지적했다.

본경선 당원투표를 하루 앞두고 후보 간 감정싸움이 극에 달하면서 '원팀 구호'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지나친 네거티브 공방이 주를 이룬 탓에, 경선 이후 앙금을 쉽게 풀지 못할 수 있다는 시각이다.

한 야권 관계자는 "경선에서 신경전을 벌이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지만, 원색적 비난과 지라시(정보지) 논란은 다른 문제"라며 "상대가 보복 정치를 할지도 모른다는 의심이나, 감정적으로 앙금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원팀 결성이 어렵지 않겠나"고 우려했다.

윤 후보와 홍 후보의 핵심 기반이 상이하다는 점도 고민거리다. 윤 후보는 국민의힘 지지층과 보수층, 60대 이상에서 견조한 지지세를 구축한 반면 홍 후보는 중도층, 진보층, 청년층 지지율이 주력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야당의 정권교체 열망이 더 강하기 때문에 경선 과정에서 신경전이 심했더라도 본선에서는 힘을 모으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엄 소장은 "서로 지지층이 다른 점은 불리한 요소가 될 수 있다"며 "일부 지지율 결집이 약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dongchoi8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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